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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주인님 불편하실까’…근무 태만 집사는 움찔

등록 2018-12-03 11:01수정 2018-12-03 11:39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육묘 용품’ 선택지 넓어졌지만 고양이 습성 무시한 제품도 다수
화장실 앞에 모래가 쌓이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 발판을 두었는데, 왜 거기에 누워 있니?
화장실 앞에 모래가 쌓이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 발판을 두었는데, 왜 거기에 누워 있니?
나는 필요한 물건만 사고, 물건을 구매할 때 신중하게 고민하는 편이다. 물욕이 없어서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디자인 용품도 좋아하지 않는다. 삶의 방식으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기도 하고 지금도 충분히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채우는 것보다는 비우는 게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물건을 잘못 사거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리려고 한다.

가끔 내 취향이 아닌 물건을 선물 받을 때가 있는데, 준 사람의 성의 때문에 버릴 수도 없어서 곤란하다. 시골에 살다 보니 쇼핑하는 것도 무뎌져서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색깔만 다르게 여러 벌 사서 돌려가며 입는다. 덕분에 아침마다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줄었다.

소비할 때는 비싸더라도 제대로 만든 물건을 사서 오래 사용하는 걸 좋아한다. 히끄의 육묘 용품을 살 때도 마찬가지여서 필요한 물건만 둔다. 그리고 생활용품을 눈에 보이지 않게 수납 정리를 하는데 히끄의 것도 예외 없다.

새 화장실을 놓자마자 들어가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새 화장실을 놓자마자 들어가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히끄의 물건들이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집에 녹아드는 게 중요하다. 인테리어 조화를 위해서도 좋다. 고양이 집에 사람이 얹혀사는 게 아니라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사는 집을 원한다. 히끄는 말하지 못하니 불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방이 좁으니까 어쩔 수 없다. 가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반려동물 용품 회사에서 협찬 문의가 들어오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이어도 현재 사용하는 물건이 있으면 거절한다.

지금은 펫 산업의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수입되는 사료도 많지만 히끄와 함께 살기 시작한 4년 전만 해도 선택할 수 있는 고양이 용품이 다양하진 않았다. 최근 각종 펫 박람회를 보면 집사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제품이 많다. 히끄가 집고양이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사용해 온 화장실이 좁아 보여 더 넓은 것으로 바꿔주려고 검색을 해보다 알게 됐다. 4년 전에는 히끄가 쓰는 화장실이 제일 큰 제품이었는데 그 사이에 제품의 종류와 가격대가 다양해졌다.

내 책상인데 히끄 용품이 2개 달려 있다. 가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공간을 아낄 수 있다.
내 책상인데 히끄 용품이 2개 달려 있다. 가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공간을 아낄 수 있다.
그런데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람 관점에서 만든 용품도 보여서 마음이 불편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출입문 구멍을 천장에 두는 고양이 화장실은 높이가 낮아서 모래를 덮을 때 모래 먼지가 눈에 들어갈 것 같다. 넓은 야생에서 용변을 처리했던 고양이 조상님이 이런 화장실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 매우 궁금하다.

출입문이 달린 화장실은 고양이가 통행하면서 꼬리가 낄 수 있어서 나는 히끄 화장실에 출입문을 일부러 달지 않았다. 화장실뿐만 아니다. 고양이의 수염은 민감해서 외부 자극에 자주 노출되면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데 좁은 그릇은 사료를 먹을 때 수염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동화 속 여우와 두루미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고양이가 우리의 삶에 들어와서 행복하려면 불편한 점이 없는지 잘 살피는 게 집사의 역할인데, 근무 태만이 아닌지 되돌아보자.

이신아 히끄아부지·<히끄네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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