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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히끄’, 내일이 없던 내게 내년을 선물한 고양이

등록 2018-12-31 13:38수정 2018-12-31 16:44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곁에 잠든 ‘마감 요정’에게 전하는 송년 인사 “우리 올해만큼 행복하자”
크리스마스에 나타난 ‘히돌프’. 머리에 모자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함정이다.
크리스마스에 나타난 ‘히돌프’. 머리에 모자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함정이다.
히끄를 제주 집에 둔 채, 연말을 앞두고 겸사겸사 육지 집에 다녀왔다. 두 달 전 동물병원 때문에 히끄와 함께 다녀가고 첫 방문이다. 익숙하게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갔다. 그때와 다르게 히끄가 없어서 낯선 기분이 들었다. 이 집에서 겨우 열흘을 지낸 것뿐인데, 지금 여기에 없는 히끄가 나갈까 봐 현관문을 재빨리 닫았다.

제주에 살다 보니 비행기를 자주 타게 된다. 기류 변화로 기체가 흔들릴 때마다 ‘오늘 비행기 사고가 나서 내가 죽으면 히끄는 어쩌지?’하고 상상한다. 그런데 이날 처음으로 ‘히끄가 먼저 떠나면 나는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게도 반려동물의 대부분은 제일 늦게 가족이 되지만, 제일 먼저 떠나버린다.

“아부지, 눈부시다냥. 빨리 마감하고 불 끄라냥!”
“아부지, 눈부시다냥. 빨리 마감하고 불 끄라냥!”
전문가들은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이 80살, 개·고양이는 15살이라고 말한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을 잃고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으로, 반려동물 가구 수가 늘어감에 따라 확산되고 있다.

상실의 슬픔은 함께 보낸 시간에 비례한다. 어린 시절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 사람들은 같이 산 동물들이 친동생 같아서 죽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슬프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나는 히끄와 함께 산 지 4년이 채 안 됐지만, 같은 반려인의 마음으로 충분히 공감한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감정이다. 그날이 최대한 먼 훗날이면 좋겠다. 하지만 그날이 온다면, 나 홀로 남겨진 집에서 히끄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멀리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다짐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히끄와 함께 보내는 나는 꽤 자상한 ‘아부지’라 생각하는데, 그때가 되면 못 해준 일만 생각날 것 같다. 예전에는 히끄가 아프면 자책하고 미안해했다. 그 모습을 본 친구가 “네가 약해지면 히끄도 그걸 알아서 불안해하니까 흔들리면 안 된다”는 말을 해줬다.

_______
내년도 올해처럼~

사람처럼 동물도 타고난 유전자가 있고, 수명은 어쩌면 태어날 때 정해졌을 수 있다. 그러니 그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좋은 사료와 영양제를 잘 챙겨주는 일 뿐이다. 마인드 콘트롤을 한 후로 자책이 줄었다.

누구에게나 반려동물은 소중하지만, 어려울 때 도와줬던 친구가 더 특별하듯 나에게 히끄는 서로 힘들었던 시절을 함께 보내서인지 애틋하다.

작년 이맘때 <히끄네 집>이 출간되고 반응이 좋아서 행복한 연말을 보냈다. 덕분에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 연말이다 보니 2018년 계획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요즘도 인터뷰 마지막 질문에는 2019년 계획을 묻곤 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내 대답은 같다. “올해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에 내년도 올해처럼 히끄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히끄 덕분에 당장 내일이 없던 내가 내년을 계획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글 쓰는 내내 옆에서 잠든 히끄를 쓰다듬으며 ‘올해 행복했기를, 내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이신아 히끄아부지 <히끄네 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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