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끄는 잠자면서도 꼬리를 흔든다. 고양이는 꼬리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꼬리만 보면 ‘다중묘격자’일지도 모른다.
새해 첫 ‘히끄의 탐라생활기’를 특별하게 장식하려고 히끄와 관련된 질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미리 받았다. 여러 질문 중 기존 매체와 나눴던 인터뷰, <히끄네 집>, <히끄의 탐라생활기>에 언급한 적이 없는 내용 위주로 답변을 해봤다.
①히끄가 꼬리 붕붕 하는 특별한 때가 있나?
고양이를 처음 키워봐서 다른 고양이도 이렇게 꼬리를 많이 흔드는 줄 알았다. 집에 놀러 오는 사람마다 “우리 고양이는 안 그런데, 히끄는 꼬리를 쉴 새 없이 흔든다”는 말을 해서 가만 보니, 잠잘 때도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개하고 함께 자랐을까?’하는 의심을 했지만
개를 보면 질색하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꼬리 붕붕’ 하는 특별한 때는 없고, 그냥 일상 몸짓이다.…
길고양이 시절 초반의 히끄 모습이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보니깐 어려 보인다. 내가 아는 히끄의 ‘뽀시래기’ 사진이다.
②히끄를 입양했을 당시 성묘였을 텐데 힘들었던 점은?
당시 고양이를 키울 형편도 아니고, 계획도 없던 터라 본의 아니게 히끄의 ‘스트릿 생활’이 길어졌다. 하루라도 더 빨리 데려오지 못해 미안할 뿐, 히끄가 성묘여서 힘든 건 특별히 없었다. 반려동물 ‘뽀시래기’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히끄의 어린 시절도 궁금하지만 그때 뿐이다. 어린 고양이었던 히끄가 어른 고양이로 변한 모습보다는 길고양이였던 히끄가 집고양이가 되는 변화가 더 좋다.
③히끄는 외동묘인데 외로워하지 않나? 히끄 동생을 들일 생각은?
외동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함께 지내서 외로워하진 않는다. 하지만 ‘묘연’은 모르는 거니까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책임의 무게를 경험한 덕분에 히끄를 처음 키울 때보다 둘째 입양에 대해선 훨씬 신중하다. 분명한 건, 첫째가 외로울까봐 둘째를 들이는 건 아니다. 히끄는 다른 고양이를 만나면 잘 놀아서 동생이 생겨도 잘해줄 거라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사랑은 어쩔 수 없이 나눠지기 마련이라서 망설여진다.
히끄는 길고양이 시절부터 다른 고양이와 잘 지냈다. 동생이 생기면 ‘동생 바보’ 예약이다.
④미래의 반려자가 고양이를 안 좋아한다면 사랑을 포기할 수 있는가?
아무리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안 좋아해도 히끄 앞에서는 “히끄 넌 다른 고양이와 달라”라며 사랑 고백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단순히 고양이를 안 좋아한다는 이유라면
나도 한때 그랬으니까 이해는 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렇다면 지속적인 관계는 힘들 것 같다.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말도 못 하는 약한 동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워서 이별을 생각한 경험은 있다.
⑤히끄를 전에 키웠다고 주장하는 전주인이 나타난다면?
당연히 보내줄 수 없다. 만약을 대비해서 법적인 부분도 알아봤는데, 나한테 유리했다. 히끄는 길 위에서 발견되어 길고양이라고 했지만, 정황상 유기됐을 확률이 높다. 유명한 고양이인데 전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거면, 그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고양이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동물이 어떤 문제가 있어서 버려지는 게 아니다. 히끄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이신아 히끄아부지·<히끄네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