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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간식 없는 빈손에 ‘히무룩’

등록 2020-01-14 10:36수정 2020-01-14 10:48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아부지 맛있는 거 많이 사왔냥!” 이날은 유난히 격하게 반겨줬다.
“아부지 맛있는 거 많이 사왔냥!” 이날은 유난히 격하게 반겨줬다.

제주에 살기도 하고, 쉬는 날이 따로 정해지지 않은 자영업자라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한 달에 한두 번 육지에 다녀온다. 마침 고양이 전문 박람회인 ‘궁디팡팡 캣페스타’가 열리는 기간이라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궁디팡팡 캣페스타에선 고양이 사료, 간식, 용품 등을 볼 수 있다. 예전부터 반려동물과 관련된 박람회가 궁금해서 가보고 싶었지만 육지 가는 기간과 겹치지 않았고, 일부러 시간을 맞추기는 어려워서 아쉬웠던 터라 기대가 됐다.

궁디팡팡 캣페스타에 간다는 이야기를 전화 통화로 엿들은 히끄는 들썩이는 광대를 진정시키고 표정 관리를 했다. 아부지가 최소한의 물건만 두고 살아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걸 알고 있지만 최대 규모의 고양이 박람회에서 빈손으로 나오는 건 집사이기를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부지가 육지에 가면 심심하지만 이번에는 덜 외로울 것 같다.

쌀 포댓자루만 깔아줘도 좋아하는 인기에 비해 소박한 고양이.
쌀 포댓자루만 깔아줘도 좋아하는 인기에 비해 소박한 고양이.

차가 막힐까 봐 개장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진행요원들의 원활한 안내 덕분에 예상보다 붐비지 않았다. 친구가, 자신이 ‘팔로잉’하는 연예인도 다녀갔다고 알려줬다. 그 연예인이라면 뮤지컬 준비로 한창 바쁠 텐데 연예인이기 이전에 집사였던 것이다.

추운 날씨였는데도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지만 자식의 성화에 끌려온 부모님들도 보여서 훈훈한 반려 문화를 느꼈다.

나는 히끄 한 마리뿐이라 괜찮지만, 입맛이 제각각인 다묘 가정은 사료며 간식을 종류별로 쟁여놔야 해서 사냥감을 담을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니는 집사들이 많이 보였다. 개와 함께 사는 동네 친구가 이 모습을 보고 신기해했다.

개는 식품 건조기 하나로도 집에서 만들어 줄 수 있는 간식이 많지만,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고양이에게 간식을 만들어주면 ‘이런 똥을 나한테 먹으란 말이냥?’ 하고 앞발로 덮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현명한 집사는 지갑을 열었다.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반려동물 박람회인 ‘궁디팡팡 캣페스타’에 다녀왔다.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반려동물 박람회인 ‘궁디팡팡 캣페스타’에 다녀왔다.

관심이 가는 고양이 사료와 장난감이 있었지만 히끄는 외동이어서 사료와 간식 소비가 적고, 장난감도 좋아하는 게 따로 있어서 지갑을 열지 못했다. 대신 장내 미생물 분석을 통해서 장 건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채변 샘플링 키트와 오복 중에 하나라는 건강한 치아를 위해서 고양이 칫솔을 구매했다.

집에 오자마자 히끄가 화장실에 들어가 줘서 손쉽게 배변을 채취할 수 있었다. 여행 가방을 한참 킁킁거리며 탐색하더니 칫솔을 발견하고, 출장 다녀온 아버지가 ‘수학의 정석’을 사 온 것만큼 배신감을 느끼는 표정을 지었다. 양치를 잘해야지 맛있는 간식을 오독오독 씹고 고봉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아직 젊어서 건강이 최고인 줄 모른다.

그래도 히끄가 아무거나 잘 먹고 수더분한 고양이라서 거저 함께 산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나에게 “무엇이든 잘 먹고 혼자서도 잘 놀고 울지 않아서 거저 키웠다”고 했는데, 히끄가 날 닮았나 보다. 원래 좋은 건 다 자기 닮았다고 우긴다.

이신아 히끄아부지 <히끄네 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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