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에세이 ‘너와 추는 춤’의 주인공 개 냇길이. 이연수 제공
‘냇길이’는 제주에 사는 8살 개다. ‘애니멀피플’에서 연재 중인 만화에세이 ‘너와 추는 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작가 이연수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
@natghil)에 냇길이와의 일상을 만화로 그려 하나 둘, 올리던 것이 어느덧 두 권의 책(‘너와 추는 춤’ 1∙2, 호비작생이 펴냄)으로 엮여 나왔다.
책의 주인공은 이연수 작가와 냇길이, 동거인 ‘룸메’, 그리고 이제는 세상을 떠나고 없는 개 ‘토로’다. 1권에는 냇길이와 이 작가의 만남부터 둘의 일상이 주로 담겼다면, 애피 연재 이후의 이야기가 실린 2권에는 노견 토로와 그가 떠난 이후의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냇길이와 이연수 작가는 2012년 제주 강정마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제주도민이 아니었던 이 작가는 해군 기지 반대 시위에 참가하던 중이었다.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던 삼엄한 분위기 속에 어디선가 “여우 혹은 노루를 닮은 누렁이 한 마리”가 폴짝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 작가는 책에서 “그 마을이 원래 그래야 했던 것처럼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던” 냇길이의 첫인상을 회상한다.
그런데 얼마 뒤 강정마을을 다시 찾았을 때, 냇길이는 시위 장소 인근에서 줄에 묶여 있었다. 노루처럼 발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초라하고 쓸쓸해 보였다. 알아보니 냇길이는 제주에 머물던 한 프랑스인이 기르던 개였는데, 그가 강정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다가 강제추방되면서 급하게 한국을 떠나게 되는 바람에 혼자 남은 것이었다.
이 작가의 제주 친구가 임시 보호를 맡겠다고 손을 들었다. 당시 여러 사람이 냇길이를 공동 보육했지만, 냇길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이 작가였다. 파보장염에 걸리고 말벌에 쏘이는 등 냇길이가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 때마다 이 작가가 돌봤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며 냇길이는 자신의 반려인을 정한 듯 이 작가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집착적으로 쫓아오는 냇길이를 겨우 따돌리고 자동차를 타고 외출하는데, 1km 거리를 달려 따라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냇길이는 이 작가의 반려견이 되었고, 이제는 이 작가와 어디든 함께 다닌다.
이 작가는 8년간 동고동락해 온 자신과 냇길이와의 관계가 우정에 가깝다면, 룸메와 노견 토로의 관계는 좀 더 “복잡미묘하다”고 말한다. 인간보다 수명이 짧은 개의 일생을 함께 한다는 것은 “아이처럼 돌보던 존재가 부모처럼 먼저 늙어가는” 시간을 압축적으로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가 냇길이와의 일상을 춤에 비유한 이유는 “개와 인간의 동거는 매끄러움과는 사뭇 거리가 먼, 스텝이 얽히고 꼬이는 좌충우돌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마주보고 눈빛과 몸짓으로 상대를 이해하다보면, 어느새 춤은 자연스러워진다.
두 권의 책은 이 작가가 꾸려가는 1인출판사 ‘호비작생이’의 첫 출판물이기도 하다. 호비작생이는 휘파람새를 부르는 제주 말이다. “제주 이주 후 ‘호~ 호비작’ 하고 우는 그 새 소리를 좋아하게 되어서” 이름 붙였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책들을 출간할 계획이냐고 물으니 이 작가는 “주로 제 책…”이라며 쑥스러운 듯 웃어 넘겼지만, 동물과 사람이 쌓아가는 따뜻한 우정의 기록을 이 곳에 쌓아갈 계획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