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끄와 함께 살고 나서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작년에 많은 사람이 읽어봤으면 하는 기사가 있었다. 애니멀피플에서 개농장, 경매장, 펫숍을 잠입해서 쓴 르포 기획인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산업의 슬픈 실체’다. 펫숍으로 인한 유기동물이 증가하는 문제를 사후에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예방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이런 기사의 의미와 중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이 기사를 읽은 사람은 적어도 펫숍에서 동물을 사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버려지는 동물 또한 적어질 거라는 확신이 들자,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기사들을 묶은 책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이 곧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끄럽게도 펫숍의 동물들이 마냥 귀엽다고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우연히 펫숍을 지나게 되더라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돌린다. 펫숍에서는 그 누구도 강아지는 하루에 한 번 이상 산책을 해야 하고, 고양이는 예민해서 잘 살펴야 한다는 기본적인 말 한 마디조차 해주지 않는다.
그 강아지와 고양이는 다 어디서 왔을까? 히끄와 함께 살게 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지 알게 되고, 그래서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이 모든 과정이 무시되는 번식장의 환경을 알게 된 이후에는 펫숍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번식장의 업자와 똑같아 보인다. 소비하지 않으면 공급도 사라진다. 예전과 달리 몰라서 펫숍에서 데려왔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다.
펫숍의 강아지들은 왜 그렇게 조그맣고, 힘없이 누워있었을까? 고양이들은 왜 그렇게 눈곱이 끼고, 노란 콧물을 흘리고 있었을까? 사람들은 어떻게 동물을 살 수 있을까? 펫숍을 지나다가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을 것이다. 다음날도, 눈이 마주친다. 일방적으로 ‘운명’이라고 생각해서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온다.
어릴 때부터 키우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꿀고양이 히끄가 증명할 수 있다.
왜 이런 사람들은 하나같이 유기동물보호센터가 아닌 펫숍에서만 운명을 경험할까? 펫숍 진열장 너머, 죽을 때까지 번식장에서 살아야 하는 ‘모견의 지옥’과 같은, 사람이 만들어낸 운명은 생각하지 않은 채 말이다.
‘어릴 때부터 키워야 적응을 잘한다’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성묘로 왔던 히끄가 증명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알고 보면 아이보다 부모에게 문제가 있듯이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전에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고, 돈과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내가 히끄가 아닌 다른 고양이를 못 들이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책임감이 뭔지 알아버려서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로 예상했던 책임감과 마음으로 느꼈던 책임감의 무게는 너무나도 달랐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선물을, 연인의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펫숍에 가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히끄와 함께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버리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오래 전하고 싶다.
이신아·히끄아부지 <히끄네 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