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복날을 앞두고 동물단체들이 ‘개 식용 철폐’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동물자유연대 누리집 갈무리
내달 복날을 앞두고 동물단체들이 ‘개 식용 철폐’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중국이 식용 개 번식, 사육, 거래를 금지하면서 국내서도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여론이 높은 가운데, 아직 현실적인 철폐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개 식용을 실질적으로 금지할 3법(동물보호법, 축산법,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었으나 끝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에 올해도 동물단체들은 개 도살 금지 캠페인 누리집을 새로 개설하고, 대구 칠성시장 앞에서 6주간의 1인 시위를 예고했다. 앞서 폐기된 3법 개정을 위한 입법 청원운동도 진행 중이다.
개고기는 어디에서 오고, 개 식용은 왜 없어져야 할까? 현재 전국에는 가축분뇨법에 따라 신고된 개농장만 3,000여 곳에 달한다. 신고 없이 사육되고 있는 불법 개농장과 식용 목적으로 길러지는 개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개농장의 개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뜬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사육되고,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상처와 질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 받는다.
동물자유연대의 2017년 개농장 항생제 사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25개 시장 개고기 샘플 총 93개 가운데 61개에서 항생제가 검출됐다. 동물단체들은 개고기가 생산되기까지 동물 학대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생산된 고기조차 건강에 좋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15일 동물자유연대는 이와 같은 개 식용과 관련한 기본 상식과 여러 정보를 담은
‘개 도살 금지 캠페인’ 누리집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누리집은 △개고기가 생산되는 과정 △개 식용이 금지되어야 하는 이유 △개농장 신고가이드 △전국 개시장 폐쇄 현황 등을 이해하기 쉬운 일러스트와 동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특히, 개농장을 발견했을 때의 행동요령을 구체적으로 안내해 시민이 불법 개농장을 발견했을 때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 등을 안내한 점이 눈에 띈다.
대구 칠성 개시장 앞에서는 내달부터 40여 일간 릴레이 1인 시위가 펼쳐진다. 대구 칠성 개시장은 성남 모란시장, 부산 구포시장과 함께 국내 3대 개시장이었으나, 앞선 두 곳이 차례로 폐쇄돼 마지막 남은 식용 개시장이다. 15일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자유연대는 “7월6일부터 8월14일까지 6주간 대구시청 앞에서 칠성 개시장 철폐를 요구하는 1인 시위가 펼쳐진다”고 밝혔다.
‘개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 개도살금지 캠페인 누리집 갈무리
카라는 “지난해 카라와 동물자유연대는 시민들과 함께 칠성 개시장 폐업을 강력히 촉구했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은 ‘개 식용 문제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다’며 정리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까지 개 시장은 여전히 그대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2일부터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서 개 식용 종식 법안 발의를 위한 국민 청원 운동도 진행 중이다. 7월 2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청원은 동물에게 음식물 쓰레기 급여를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과 법에 근거하지 않은 임의도살을 금지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또한 세계 최대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change.org)를 통해
한국 개 식용 철폐 국제서명운동을 전개 중이다.
동물자유연대는 “2018년 동물자유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수의 시민들이 개 식용과 개고기 섭취에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개 식용 철폐는 거스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마땅한 흐름이다. 다가오는 복날을 앞두고, 개 식용과 도살은 끊어내야 할 악습이란 걸 알리기 위해 캠페인을 계획하게 됐다. 앞으로 누리집을 통해 ‘전국 개 도살장 신고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