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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이찬종 “유기견 훈련소 만드는 게 꿈이에요”

등록 2021-04-28 16:26수정 2021-04-28 18:55

[애니멀피플] 김지숙이 만난 애니멀피플
‘동물농장 훈련사’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
‘동물농장 훈련사’로 유명한 반려동물행동교정사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이 지난 4월1일 훈련 입소견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물농장 훈련사’로 유명한 반려동물행동교정사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이 지난 4월1일 훈련 입소견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집에 가면 저도 그냥 반려인이죠. 제가 하지 말란 거 다 해요.”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45)은 최근 새 식구를 들였다. 이름은 ‘똘복이’. 지난해 12월 누군가 똘복이를 상자에 담아 훈련소 앞에 유기했다. 시시티브이에 유기 장면과 범인이 찍혔지만, 이 소장은 똘복이를 가족으로 맞기로 했다. ‘똘복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네요.’ 똘복이의 사연이 공개되자 달린 댓글이다. 그도 그럴 것이 똘복이의 새 반려인은 그 유명한 15년 차 ‘동물농장 훈련사’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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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훈련사 아직도 개가 좋을까

지난 4월1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이삭애견훈련소로 이찬종 소장을 만나러 갔다. 이날도 이 소장은 에스비에스(SBS) ‘TV 동물농장’의 의뢰를 받아 한 유기견을 보살피고 있었다. 트라우마를 입은 개는 사람에게 곁을 내주지 않고 있었다. 개는 훈련소 회의실 구석에 숨어 있었고, 이 소장은 강아지의 경계를 풀고 다시 사람을 따르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오후 3시 이 소장은 여전히 개에게서 관심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분주히 회의실을 오가던 그가 앉자마자 꺼낸 말도 바로 유기견 이야기였다. “유기견은 공격적일 거란 편견이 있잖아요. 그런데 얘네들이 보이는 공격성은 진짜 공격이 아니에요. 험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했잖아요. 자기를 보호해야 하니까 으르렁대고 입질을 하는 거죠. 이건 새 환경에 가면 금방 바꿔줄 수 있어요.”

훈련소 앞에 유기된 강아지 ‘똘복이’를 식구로 맞은 이찬종 소장. 이삭 TV 갈무리
훈련소 앞에 유기된 강아지 ‘똘복이’를 식구로 맞은 이찬종 소장. 이삭 TV 갈무리

인터뷰도 자연스레 시작됐다. 이야기는 유기견과 진돗개로 시작해 보호자의 역할과 최근 시작한 유튜브 채널, 그리고 과연 행복한 강아지는 어떤 개일까까지 종횡무진 이어졌다. 오후에 시작한 대화는 늦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이 소장은 트라우마를 겪는 개를 돌보기 위해 이날 훈련소에서 밤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인간의 말이 통하지 않는 개를 교육하고 상대하는 직업이다. 일을 시작한지 20여 년, 개가 여전히 좋을까. “저는 개를 자유롭게 해주려고 훈련을 해요. 콜링 훈련(이름 알아듣도록 가르치는 것)을 철저히 하고 공터에서 풀어줘요. 줄이 풀려있을 때 불러서 바로 오면 기분이 딱 좋아요. 애들이 달려올 때 입을 약간 벌리고 오잖아요.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귀가 달랑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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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반려견은 파양견”

개 이야기를 하며 눈을 반짝이면서도 그는 “개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니”라고 했다. 어떻게 훈련사의 길을 걷게 됐냐는 물음에 이 소장은 형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형은 ‘원조 개통령’이라 불리는 이웅종 연암대 교수(동물보호계열)다. “형님은 어려서부터 워낙 동물을 좋아하고 소중히 하셨어요. 형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저는 동물이 소중하다는 생각은 덜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훈련 자체에 흥미를 느꼈어요.”

‘원조 개통령’ 이웅종 연암대 교수(왼쪽)는 이찬종 소장의 친형이다.
‘원조 개통령’ 이웅종 연암대 교수(왼쪽)는 이찬종 소장의 친형이다.

같은 훈련을 해도 어떤 개는 잘 따라오고, 어떤 개는 잘 되지 않았다. 훈련이 잘되면 재밌고, 안되면 왜 안 될까 고민도 많이 했다. 훈련을 통해 강아지들과 소통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단다. 훈련사를 시작한 지 2년 째, 그에게 잊지 못할 개가 찾아왔다. 처음 담당 훈련사로 개를 배정받았다. ‘렉스’는 문제견으로 입소한 개였지만 유독 이 소장을 따랐다.

“전 그때까지만 해도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게 당연한 건 줄로만 알았어요. 어느 날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얘는 저한테만 꼬리를 흔들어 주는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개들이 아무한테나 꼬리를 치는 게 아니구나. 나를 특별히 여긴다는 거구나. 그때부터 강아지 자체가 좋아진 것 같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렉스의 반려인은 결국 개를 포기했다. 버림받은 개였지만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소장은 오히려 서로를 만날 수 있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저의 첫 반려견이 파양견이었던 거죠.” 이 소장을 ‘너무’ 좋아하는 개 렉스는 어디서건 이름만 부르면 그를 찾아왔다. 늘 이 소장만 쳐다봤다.

이찬종 소장은 개는 개마다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삭애견훈련소 제공
이찬종 소장은 개는 개마다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삭애견훈련소 제공

그러나 특별한 애정은 불행한 사건으로 끝이 났다. 늘 이 소장만 바라봤던 렉스가 케이지를 넘다가 목줄이 걸려 목숨을 잃은 것. 이 사고는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목줄이 묶인 개는 잘 못 쳐다봐요. 묶여 있어서 불쌍하다기보다 그 환경이 위험하지 않은지 살피게 됩니다. 시골개들 짧은 목줄에 묶인 모습을 보면, 그래서 한마디라도 더 하게 됩니다. 꼭 묶어야 한다면 안전하게 묶어라, 그리고 자주 산책을 시켜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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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훈련서를 못 쓰는 이유

종종 동물보호법을 어기고 개들을 논밭에 풀어주는 이유이다. 방송에서 늘 ‘이건 해도 되고, 저건 안된다’고 솔루션을 내리던 모습과는 어쩐지 거리가 느껴진다. 훈련사라기보다는 반려인에 가깝지 않나. “제가 반려인들 마음을 안다는 게, 그 어려운 마음을 잘 알거든요. 제가 훈련에 입문한 게 1998년이에요. 20년 전 훈련은 일본에서 군견을 가르치던 방식이었어요. 다 해봤죠. 강하게도 해보고, 달래기도 해보고, 자율성 훈련도 해보고. 그 시절을 거쳐 긍정 강화까지 온 거예요.”

2005년 SBS ‘TV 동물농장’ 첫 출연 당시 이찬종 소장. 방송 갈무리
2005년 SBS ‘TV 동물농장’ 첫 출연 당시 이찬종 소장. 방송 갈무리

그가 20여년 간 축적한 결론은 ‘개는 개마다 다 다르다’였다. “우리 개는 성향이 어떤가, 보호자는 그걸 잘 알아야 해요.” 만남에 앞선 전화 인터뷰 때도 이 소장은 이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좋은 반려견’이란 기준에 개를 끼워 맞추지 말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요즘 반려인들은 좋은 개의 기준을 방송에서 본 대로 생각한다. 개들은 다 얌전하고 착해야 하는 줄로만 안다. 그건 30등인 아이에게 1등의 기준을 들이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훈련에는 정석이 없어요. 제자들한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남들이 하는 거 따라 하지 마라. 전문가들 따라 하지 말고 참고만 해라. 남들 말을 맹신하는 순간, 강아지를 그 자체로 보지 않고 내가 배운 틀에 끼워 넣게 된다.” 24년 차 훈련사인 그가 아직 훈련서를 내지 않은 사연이다.

경기 화성시 이삭애견훈련소에서 만난 이찬종 소장과 반려견 똘복이.
경기 화성시 이삭애견훈련소에서 만난 이찬종 소장과 반려견 똘복이.

최근 시작한 유튜브 채널에는 이 소장의 이런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개인 채널인 ‘이삭TV’는 유기견 똘복이가 반려견이 되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훈련사가 꿈인 이 소장의 막내딸 예진이와 똘복이의 일상은 여느 반려가정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동시에 이 소장만의 유연한 훈련 방식이 녹아있다. “예진이는 아직 개가 어때야 한다는 편견이 없어요. 그냥 똘복이를 똘복이 자체로 보고 관찰하죠. 교육한다 그래도 너 하고 쟤하고 20년 살 건데 천천히, 여유롭게 가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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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자, 너랑 나랑 20년 지낼 거니까

완벽한 강아지는 없다고 해도 훌륭한 반려인은 있지 않을까. “기자님, 기자님은 어떤 강아지가 행복한 강아지라고 생각하세요? 산책 많이 하는 강아지? 칭찬 많이 받는 강아지? 아니요, 보호자가 행복한 강아지가 행복한 강아지예요.” 이 소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개는 당신과의 교감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기준도 아닌, 개를 위한 것도 아닌, 주인이 아닌 ‘보호자’가 되려고 노력하라는 조언이었다.

‘동물농장’ 촬영으로 15년째 전국을 누비며 온갖 개들을 만나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 목표가 뭔지 물었다. “계획 이런 건 없지만, 소소한 꿈은 있죠. 정년 퇴임하면 사랑하는 개들이랑 오붓하게 지내는 것. 확대해 생각해자면 우리 똘복이, 꽃님이(‘동물농장’ 김포 개농장편 구조견) 같은 유기견들 훈련할 수 있는 훈련소 만드는 거죠.”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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