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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셋, 넷…덧·뺄셈쯤이야’…물고기도 간단한 계산 한다

등록 2022-04-05 10:56수정 2022-04-05 11:37

[애니멀피플]
시클리드와 민물가오리 1∼5 사이 수에서 시험 통과…“복잡한 인지능력 확인”
간단한 수에서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난 아프리카 민물고기 믐부나. 포유류와 같은 두뇌가 없어도 복잡한 인지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베라 슐뤼셀 제공.
간단한 수에서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난 아프리카 민물고기 믐부나. 포유류와 같은 두뇌가 없어도 복잡한 인지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베라 슐뤼셀 제공.

물고기가 1∼5 사이의 수에서 하나를 더하거나 뺄 수 있음이 시험 연구로 밝혀졌다. 이제까지 물고기는 포유류와 같은 대뇌피질이 없어 복잡한 사고능력이 없다고 알려졌다.

베라 슐뤼셀 독일 본 대학 교수팀은 아프리카 말라위 고유종 시클리드인 믐부나와 남미 아마존 강 등에 서식하는 민물가오리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물고기도 비슷한 시험을 통과한 다른 척추동물이나 무척추동물에 견줄 만 한 숫자 능력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사람이라면 탁자 위에 적은 수의 동전 같은 물건을 올려두면 세보지 않더라도 척 보아 몇 개인지 안다. 연구자들은 “시클리드와 가오리도 우리와 놀랍게 비슷해 적은 수를 정확하게, 아마 세지도 않고 알아낸다”며 “예를 들어 훈련을 시키면 3개와 4개를 어렵지 않게 구별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적은 수에서 더하기 빼기를 하는 계산능력이 있는지 시험했다. 처음 본 숫자에서 하나가 늘어나거나 줄어든 것을 알아내는지 본 것이다.

물고기 시험 그림. 왼쪽은 처음 제시하는 그림이고 오른쪽은 두 번째 선택용으로 제시하는 그림이다. 에스터 슈미트 제공.
물고기 시험 그림. 왼쪽은 처음 제시하는 그림이고 오른쪽은 두 번째 선택용으로 제시하는 그림이다. 에스터 슈미트 제공.

시험은 최근 꿀벌의 계산능력을 확인했던 방법을 썼다. 먼저 물고기에 네모·세모·원 꼴의 도형이 몇 개 섞여 있는 그림을 보여준다. 이 도형이 파랑이면 ‘하나를 더하라’는 뜻이고 노랑이면 ‘하나를 빼라’라는 것임을 훈련한다.

예를 들어 처음 그림에서 파랑 네모 2개를 보여주고 다음 단계로 도형이 3개인 그림과 1개인 그림을 제시한다. 파랑이 하나를 더하라는 것이니 정답인 도형 3개인 그림 쪽으로 가면 보상으로 먹이를 주고 틀린 선택을 하면 보상 없이 돌아가도록 한다.

이 시험에서 시클리드 6마리와 가오리 4마리가 훈련과정을 통과했다. 시클리드는 28번, 가오리는 68번의 시도 끝에 훈련에 성공했다.

시클리드가 더 빨리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단 훈련을 마친 다음의 수행능력은 연골어류인 가오리가 나았다. 더하기 시험에서 시클리드가 78%의 성공률을 거두었지만 가오리는 94%를 기록했다. 또 모두 더하기보다 빼기를 배우는데 더 힘들어했다.

시험 장치의 얼개. 1. 대기실 2. 실험 공간 3. 문 4. 선택 공간 5. 그림 표시 공간 6. 보상 먹이 제공 7. 프로젝터. 베라 슐뤼셀 외 (2022)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시험 장치의 얼개. 1. 대기실 2. 실험 공간 3. 문 4. 선택 공간 5. 그림 표시 공간 6. 보상 먹이 제공 7. 프로젝터. 베라 슐뤼셀 외 (2022)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그렇다면 이 시험에서 물고기는 색깔이 의미하는 수학적 법칙을 실제로 내면화한 걸까? 이 지식을 다른 과업에 응용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이런 질문에서 새로운 시험을 했다.

짐작으로 파란색 자극 뒤에는 더 많은 걸 고르고 노란 자극 다음에는 더 적은 걸 고르는지 아니면 하나란 숫자 개념이 있는지를 알아봤다. 파란 도형 3개를 처음 보여주고 이어 형태와 크기가 다른 도형 4개와 5개가 조합된 그림 2개를 보여주어 고르게 했다.

물고기는 5개가 아닌 4개가 그려진 그림을 골랐다. 이들이 훈련으로 배운 게 가장 많거나 적은 걸 고르는 게 아니라 하나를 더하거나 하나를 빼라는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슐뤼셀 교수는 “물고기들은 그림 속의 물체의 개수를 세는 동시에 그 색깔로 계산 규칙을 파악해야 한다”며 “첫 그림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두 번째 그림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사고능력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물고기 뇌에는 복잡한 인지능력에 필요한 신피질이 없다는 이유로 ‘원시적’ ‘하등’ 척추동물로 간주해 왔다”며 “뇌의 다른 부위로 비슷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논문에 적었다.

시험에 쓰인 민물가오리(왼쪽)와 믐부나. 연골어류나 경골어류 모두 간단한 계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베라 슐뤼셀 제공.
시험에 쓰인 민물가오리(왼쪽)와 믐부나. 연골어류나 경골어류 모두 간단한 계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베라 슐뤼셀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 시험 결과가 놀라운 이유는 시클리드나 가오리 모두 살아가는 데 수 감각이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냥꾼도 아니고 상대의 줄무늬나 알의 수를 세는 번식행동을 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수적 능력은 다른 개체를 식별하고 환경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을 향상 시키면서 발생한 인지적 부산물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결론적으로 단순한 산수 능력은 인간과 영장류, 새뿐 아니라 꿀벌, 거미, 그리고 놀랍게도 경골·연골어류를 포함한 어류도 보유하는 능력”이라고 밝혔다. 슐뤼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간이 포유류에 속하지 않는 동물을 얼마나 과소평가해 왔는지 보여준다”며 “물고기는 귀엽지도 않고 복슬거리는 털이나 깃털도 없어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상업적 어업의 관행 아래 잔인하게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2-07552-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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