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애피레터 맛보기: 홍섭’s 애피랩
눈이 얼굴 한쪽으로 몰리기 전 단계의 넙치 치어.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선배님, 저희가 횟집 가면 제일 흔하게 보는 게 광어잖아요. 무식한 댕기자 그 광어가 바로 넙치란 사실 최근에야 알았슴돠. 묘하게 생긴 녀석들 외모도 새삼 신기했는뎁쇼. 얘네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눈이 한쪽으로 몰린 건가요? 알에서부터 넓적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조기자가 답합니다
아름다움은 대칭에서 나오잖아? 그런데 넙치는 몸 한쪽에 두 눈이 몰려 있어 우스꽝스럽고, 꼬리지느러미를 고래처럼 위아래로 치면서 헤엄치는 모습도 부자연스러워. 진화의 실패작이냐고? 천만에. 넙치가 속한 가자미목 어류는 세계에 800여 종이나 될 만큼 다양해. 우리나라 근해에 사는 왜넙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넙치로 다 자라도 5~6㎝밖에 안 되고 대서양넙치는 5m 가까운 대물로 자라. 주변 환경에 맞도록 피부색을 순식간에 바꾸어 매복하다 지나가는 물고기나 갑각류를 사냥하는 뛰어난 포식자야. 자루 달린 눈은 독립적으로 180도 회전할 수 있지. 성공한 물고기라는 얘기. 광어회를 앞에 놓고 친구들에게 잘난 척하고 싶을 때가 있지? 이럴 때 넙치냐 도다리냐를 눈의 위치로 알아낼 때 흔히 ‘좌광 우도’를 기억하라고 하잖아. 물고기 머리를 위로 놓았을 때 아가미의 방향으로 보아서 몸 왼쪽에 두 눈이 몰려 있으면 광어이고 오른쪽이면 도다리란 얘기지. 넙치가 어떻게 넙치가 됐냐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야. 잘 모르겠다고? 너무 상심하지마. 찰스 다윈도 ‘종의 기원’을 쓰면서 이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어. 그런데 넙치가 좌우대칭에서 비대칭으로 변화해 가는 중간 단계, 곧 눈 하나가 어쩡쩡한 위치에 달린 넙치의 화석이 발견됐지. 생물의 변화가 당대의 필요가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친 자연선택을 통해 점진적으로 변해 새로운 종으로 바뀐다는 게 증명된 거야.▶▶애피레터에서 전체 보기 https://bit.ly/3sT9h1a 조홍섭 김지숙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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