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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개코원숭이는 왜 죽은 새끼를 열흘씩 돌보나

등록 2020-03-18 15:05수정 2020-03-18 17:04

[애니멀피플]
털 고르고 접근 막고…어미-새끼 유대, 슬픔 조절 가능성
죽은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 차크마개코원숭이. 산 새끼라면 이렇게 배를 쥐고 이동하지 않는다. 새끼가 죽은 걸 안다는 뜻이다. 알레시아 카터 제공.
죽은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 차크마개코원숭이. 산 새끼라면 이렇게 배를 쥐고 이동하지 않는다. 새끼가 죽은 걸 안다는 뜻이다. 알레시아 카터 제공.

영장류 가운데는 죽은 새끼를 며칠씩 끌고 다니며 털을 고르고 몸을 닦아 주는 행동을 하는 어미가 적지 않다. 이들은 새끼의 죽음을 아는 걸까. 안다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알레시아 카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13년 동안 차크마개코원숭이를 현장 연구하면서 이런 사례를 12건 관찰했다. 죽은 새끼에 대한 어미의 반응에 관한 것으로는 가장 포괄적인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 과학’ 최근호에 실렸다.

관찰 결과, 나미비아 사막에서 20∼100마리의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이 원숭이 어미는 죽은 새끼를 1시간에서 10일까지, 평균 3∼4일 동안 ‘데리고’ 다녔다. 가장 긴 기간 죽은 새끼를 놓지 않은 개코원숭이 ‘갭’에 관한 연구자들의 기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죽은 7달짜리 수컷 새끼의 배에는 내장이 보이는 큰 상처가 났다. 어미에게도 큰 상처가 난 것으로 보아 다른 수컷의 공격을 받은 것 같다. 첫날 어미는 새끼의 상처를 핥아 정돈했다. 새끼를 데리고 다니며 무리 가장자리에 두고 접근하는 다른 원숭이를 쫓아냈다. 잠깐 먹이를 먹으러 갔다 오는 것을 빼고는 새끼 사체를 지켰다. 갭의 수컷 친구(또는 배우자)가 관찰하는 연구자도 쫓아냈다. 8∼9일째 되자 주검이 말라 피부와 골격만 남았다. 먹이터까지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열흘째 오후 갭은 새끼를 떠났다.”

죽은 새끼를 안은 개코원숭이(왼쪽) 가 비슷한 나이의 새끼를 업은 동료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알레시아 카터 외 (2020) ‘왕립학회 공개 과학’ 제공.
죽은 새끼를 안은 개코원숭이(왼쪽) 가 비슷한 나이의 새끼를 업은 동료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알레시아 카터 외 (2020) ‘왕립학회 공개 과학’ 제공.

연구자들은 어미 원숭이들이 하나같이 죽은 새끼의 털을 고르는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어미는 새끼가 죽은 걸 모르는 걸까. 새끼가 죽었는지, 아니면 살았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는지 차이를 모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돌보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어미가 죽은 새끼의 팔 하나만 잡고 땅에서 끌고 가는 등 살아있는 새끼를 다룰 때 볼 수 없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죽은 줄 안다면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주 연구자인 카터 박사는 “원숭이의 이런 행동을 설명하는 많은 가설이 있지만 가장 그럴듯한 것은 어미의 양육 행동이 죽은 뒤에도 연장된다는 가설”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어미가 새끼가 죽은 걸 모른다는 뜻이 아니다. 어미와 새끼의 유대가 (진화에서) 너무나 강한 선택 압력이기 때문에, 일단 형성되면 그 유대를 끊기 힘들다”며 “하지만 왜 일부 어미만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불확실하고, 아마도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유대 가설 말고도 어미가 새끼를 잃은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주검을 놓지 못한다는 설명도 유력하다고 밝혔다.

어미가 얼마나 오래 새끼의 사체를 돌보는지는 어미의 나이, 새끼의 사인, 기후 조건 등에 달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카터 박사는 “다른 영장류는 훨씬 오래 죽은 새끼를 끌고 다니기도 해, 침팬지와 일본원숭이는 한 달 이상 그런 행동이 관찰되기도 한다”며 “차크마개코원숭이는 하루 6㎞의 먼 거리를 이동하고 거친 사막환경에 살아 그렇게 오래 새끼를 데리고 다니기엔 너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죽은 새끼를 안고 털을 고르는 어미 개코원숭이. 알레시아 카터 제공.
죽은 새끼를 안고 털을 고르는 어미 개코원숭이. 알레시아 카터 제공.

연구자들은 죽음에 대한 동물의 반응을 연구함으로써 ‘동물이 삶과 죽음의 차이를 아는가’ ‘동물도 슬퍼하나’ ‘죽음에 관한 인간의 행동과 인식은 진화적으로 어디서 기원했나’ 같은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저널: 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 10.1098/rsos.19220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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