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하는 젠투펭귄. 펭귄이 물속에서 사냥할 때 소리를 낸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후나코시 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닷새인 펭귄은 육지에서 꽤 시끄럽게 운다. 그러나 바다 표면은 물론이고 깊은 바닷물 속으로 잠수해 먹이를 붙잡기 직전에도 울음소리를 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닷새가 육지에서 시끄럽게 우는 이유는 자명하다. 바다에서 사냥을 마치고 둥지로 돌아와 짝이나 새끼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신호음을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냥에 나선 펭귄도 소리로 소통한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밝혀졌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박사 등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젠투펭귄이 사냥에 앞서 바다 표면에서 소리로 동료 펭귄을 불러모은다고 2017년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보고했다.
바다 표면에서 유영하는 젠투펭귄. 사냥에 앞서 신호음으로 무리를 모은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밝힌 바 있다. 프리야 벤카테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앤드리아 사이보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만델라대 동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다양한 펭귄에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부착해 조사한 결과 먹이를 포획하기 직전 아주 짧은 소리를 지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임금펭귄, 젠투펭귄, 마카로니펭귄 등 3종의 펭귄 25마리에 부착한 소형 비디오카메라에 녹화된 10시간 분량의 영상을 조사한 결과 203개의 소리가 녹음된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속이 다른 펭귄 3종이 모두 먹이 사냥 때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아 펭귄에 일반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펭귄이 물속에서 소리를 내는 행동이 이상하지 않은 것은, 고래, 물범, 바다거북 등 다른 해양 포식자들에서도 발견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펭귄은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는 해양동물이고, 형태와 행동, 생리가 물속 생활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펭귄은 먹이를 포획하기 직전 매우 짧은 0.06초 동안 680∼1097㎐의 소리를 냈다. 이런 행동은 무리와 함께 있을 때가 아닌 홀로 먹이를 향해 돌진하기 직전에 나타나 소통이 아니라 사냥을 위한 행동일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았다. 죽은 먹이를 주는 사육 수조에서는 보기 힘든 행동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펭귄은 왜 이런 소리를 낼까. 먼저 연구자들은 이런 소리가 펭귄이 숨을 참는 과정에서 저절로 나는지 아니면 의식적으로 내는지 알아봤다. 음파의 특성이 소음이 아닌, 조절해 내는 억양이 있는 소리였고, 바닥에 잠수해 먹이를 포획하기 직전에만 낸다는 점에서 의식적으로 내는 소리라고 연구자들은 판단했다.
또 사냥감도 갑각류나 연체동물보다는 재빠른 물고기를 사냥할 때 이런 소리를 자주 냈다. 임금펭귄은 수심 100∼250m까지 잠수해 심해어를 주로 사냥한다.
연구자들은 “펭귄이 왜 사냥 때 짧은소리를 지르는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며 몇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먼저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가 소리로 먹이를 제압하는 것처럼 소리를 사냥 도구로 쓸 가능성이다.
연구자들은 “포획 0.1초 전이라면 먹이와 매우 가까운 거리여서 먹이 동물이 소리를 듣거나 느꼈을 것”이라며 “먹이가 도망치려 할 때 소리 또는 진동파를 내쏘아 멈칫하는 순간 잡아먹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사한 임금펭귄 한 마리는 먹이 사냥 때 소리를 3차례나 반복해 내기도 했다. 도망치거나 저항하는 먹이를 소리로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리 지어 헤엄치는 젠투펭귄. 사냥할 때 내는 소리는 동료들과의 소통일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른 가능성으로, 연구자들은 무리가 사냥할 때 먹이를 발견했다거나 어디에 있는지를 동료에게 알리는 소통 수단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먹이 포획이나 사회적 소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단지 먹이를 찾은 흥분을 표현한 행동일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인용 저널:
PeerJ, DOI: 10.7717/peerj.824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