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청개구리는 5종의 다른 개구리와 짝짓기 합창을 하는데 자기 종의 소리만 크게 듣는 해부학적 구조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노만 리 제공
여러 종의 개구리가 논이나 연못에 모여 일제히 합창하는 데도 암컷 개구리는 용케 같은 종의 소리를 구분해 짝짓기한다. 그 비결은 개구리의 허파가 주변의 소음을 제거하고 원하는 소리만 듣도록 해 주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비슷한 기능을 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노만 리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올라프 대 신경 동물행동학자 등은 5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미국청개구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람은 시끄러운 술집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상대의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집중해서 잘 듣는다. 칵테일 파티 효과라고 하는 이런 능력을 개구리도 가진 걸까(▶
개, ‘칵테일 파티 효과’ 사람보다 뛰어나다).
사람은 두뇌의 기능을 이용해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대화를 할 수 있지만 미국청개구리는 허파 덕분에 그런 효과를 얻는다. 노만 리 제공
사람이 그런 능력을 보유하는 건 뇌 기능 덕분이지만 개구리는 허파가 그런 구실을 한다. 개구리가 허파를 부풀릴 때 특정 주파수 대역의 환경소음에 대한 고막의 민감도를 떨어뜨려 자기 종이 내는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리 교수는 “한 마디로 허파가 다른 종 개구리들이 합창하면서 내는 소음에 고막이 반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보청기나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이어폰과 비슷한 원리이다.
공동 연구자인 마크 비 미네소타대 교수는 “사람의 경우에는 말소리의 주파수를 증폭하고 그 밖의 범위의 주파수를 걸러내는 방법을 쓰지만 개구리는 허파가 같은 종 수컷의 소리 주파수 이외의 부분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리상으로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떨어진 곳에서도 진동을 측정하는 레이저 진동계를 이용해 개구리의 허파를 조사했다. 그 결과 허파가 부풀었을 때 특정 음역의 진동을 줄이는 것을 확인했다.
사람들은 술집에서 상대와 대화할 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뇌가 처리할 계산량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구리처럼 해부학적으로 소음을 차단한다면 그리 힘들 것도 없다. 리 교수는 “허파를 이용해 다른 종 개구리가 내는 소음에 고막이 반응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꽤 멋진 방식”이라고 말했다.
개구리는 오랜 진화과정을 통해 번식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급류의 시끄러운 소리를 이기고 짝짓기 신호를 보내기 위해 초음파를 사용하는 개구리도 발견됐다(▶
급류에서 개구리가 살아남는 법, 빨판과 초음파).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1.01.048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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