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와 대만에 서식하는 신종 왕지네는 물속에서도 산다. 쓰카모토 외 (2021) ‘주택사’ 제공
동남아 열대지역 산간 계류에 발을 담글 때는 조심해야 할지 모른다. 길이 20㎝ 폭 2㎝의 큰 몸집에 맹독을 분비하는 날카로운 독니를 지닌 대형 왕지네 가운데 물속에서도 사는 종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만 연구자들은 오키나와의 섬 4곳과 대만에서 물과 뭍 모두에서 사는 새로운 종의 왕지네를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주택사’ 최근호에 보고했다. 이로써 동남아에서 발견된 물·뭍 지네류는 모두 3종이 됐다.
신종 지네가 서식하는 오키나와의 숲 속 계류. 쓰카모토 외 (2021) ‘주택사’ 제공
연구자들은 오키나와의 오키나와지마와 쿠메지마, 대만에서 신종 지네를 채집했는데 산림을 흐르는 개울을 따라 서식했다고 밝혔다. 이 지네는 종종 개울가 돌 밑에서 발견됐는데 “위험을 느끼면 물속으로 도망쳐 돌 틈에 숨는 습성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물속은 이들의 도피처일 뿐 아니라 사냥터이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 지네가 물속에서 길이 10㎝인 대형 민물새우인 왕징거미새우를 포식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길이 10㎝에 이르는 오키나와의 민물새우인 왕징거미새우. 신종 지네의 먹이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신종 지네의 학명 ‘스콜로펜드라 알키오나’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물총새로 만든 알키오네에서 따왔다. 이 지네의 청록색 다리 색깔과 물과 뭍에서 사는 행동이 물총새와 비슷해 지은 이름이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대형 육상 무척추동물이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발견되는 것은 오키나와의 섬들에 미지의 생물이 다수 산다는 증거”라며 “생물다양성과 온전한 생태계를 보전할 필요가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물속에서도 사는 왕지네로 2016년 처음 학계에 알려진 종 스콜로펜드라 카타락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물속에서도 사는 왕지네는 2016년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베트남, 라오스, 타이에서 발견된 왕지네 스콜로펜드라 카타락타는 열대림 개울의 돌 밑에 숨어있다 돌을 들추면 뱀장어처럼 몸을 구불거리며 헤엄쳐 달아나는 모습이 관찰됐다. 또 물 바닥을 편안하게 돌아다니며 걸어 다니기도 했다. 2018년에는 필리핀에서 또 다른 양서 왕지네가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이번에 세 번째 물뭍 지네로 드러난 신종 스콜로펜드라 알키오나. 츠카모토 슈, 도쿄도립대 박사과정생 제공
지네는 토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곤충과 거미를 주로 사냥하지만 개구리나 뱀 또는 쥐를 공격하기도 한다. 앞다리가 변형된 독니로 강력한 독을 주입하는데 극심한 통증과 함께 심혈관계, 호흡, 근육, 신경계를 타격해 치명적일 수 있다(▶
맹독 왕지네는 왜 동료와 물고 싸워도 끄떡없나).
인용 논문:
Zootaxa, DOI: 10.5281/zenodo.470069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