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르포ㅣ화천 사육곰 방사장 나가던 날
처음 철창 밖으로 나온 12마리
매력쟁이 ‘미자르’ 세상 떠나
“고령의 곰들 남은 시간 많지 않아”
처음 철창 밖으로 나온 12마리
매력쟁이 ‘미자르’ 세상 떠나
“고령의 곰들 남은 시간 많지 않아”
지난 13일 강원도 화천 사육곰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우투리’가 방사장에 나와 간식을 즐기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이 농장에서 키우던 10여 마리 곰들을 위한 보금자리(생크추어리) 건립을 발표하고 곰들을 돌보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큰곰자리 별로 돌아간 곰 “정형행동이 많이 줄었어요. 외양도 많이 정돈되고 예뻐졌죠? 벌써 겨울털 준비도 마친 것 같아요.” 평일엔 동물원 사육사로 일하는 방상우 활동가의 말처럼 지난해보다 곰들은 영양상태도 좋아 보였고, 불안정한 기색도 줄어 있었다. 눈에 띄는 더 큰 변화는 새로운 시설이 마련된 것이었다. 화천 농장의 곰들을 보살피고 있는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최근 곰들을 위한 방사장인 ‘곰숲’을 완공했다.
지난 13일 강원도 화천 사육곰 농장에서 지내고 있는 곰 ‘유일’이가 간식을 먹기 위해 도구를 흔들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지난 8일 새벽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곰 ‘미자르’. 활동가들은 미자르가 개성이 뚜렷한 곰이었다고 했다. 카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제공
‘곰숲’이 왜 필요할까 현장에서 만난 활동가들은 아직 미자르의 빈 자리를 체감하고 있었다. “매력쟁이라고 할까요. 미워할 수 없는 악역 같은 매력이 있는 곰이었어요.”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김민재 활동가는 지난 7월 초부터 사육장 현장에 상주하며 곰들을 돌보고 있다. 사육곰들의 채혈, 몸무게 측정, 방사장 이동, 합사 등을 트레이닝 하고 있는 이순영 트레이너도 ‘최애 곰’을 잃었다. 그는 미자르를 호기심 많고 엉뚱한 곰이었다고 추억했다. “훈련을 아주 잘 따라왔어요.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였던 거예요.” 화천의 곰들은 15~20살에 이르는 고령이다. 대부분 2000년대 중반부터 철창 안에서 살아왔다.
지난 8일 새벽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곰 ‘미자르’. 미자르는 죽기 전 곰숲에 여러 번 나와 낙엽과 흙을 즐겼다. 카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제공
아직 어색하지만…‘보물찾기’ 맛나네 곰숲에 대한 곰들의 반응은 어떨까. 13일 두 마리의 곰이 차례로 곰숲으로 나왔다. 수십 년간 철창 사이로 내다본 앞마당에 나오는 것이니 꽤 반길 거라 생각했지만, ‘우투리’는 조심스러웠다. 내실과 복도, 방사장을 잇는 철문이 열려도 바로 이동하지 않고 걸음마다 주저하고 있었다. 이순영 트레이너가 땅콩과 밤으로 우투리를 곰숲으로 유인했다.
지난 13일 강원도 화천 사육곰 농장에 지어진 방사장 ‘곰숲’에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들이 곰들을 위한 먹이를 곳곳에 숨기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사육곰 ‘우투리’는 이날 12마리 곰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나무에 오르려는 시도를 해보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사육곰 ‘우투리’는 이날 12마리 곰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나무에 오르려는 시도를 해보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곰숲 통해 보금자리 상상해봤으면” 우투리가 곰숲에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두 번째로 등장한 ‘유식’이는 문 앞에서만 오가다 내실로 들어가 버렸다. 유식이는 곰들 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귓바퀴의 털이 하얗게 새어있었다.
지난 13일 강원도 화천 사육곰 농장에 지어진 방사장 ‘곰숲’에서 ‘우투리’가 먹이를 찾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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