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디엑스이 ‘피로 물든 젖꼭지’ 퍼포먼스
강제 임신과 출산, 새끼와 생이별…생애 내내 착취되는 젖소
“피고름 쏟아 우유 생산, 생산력 떨어지면 폐기…고통에 연대해야”
강제 임신과 출산, 새끼와 생이별…생애 내내 착취되는 젖소
“피고름 쏟아 우유 생산, 생산력 떨어지면 폐기…고통에 연대해야”
디엑스이 코리아 활동가들이 2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착유 당하는 동물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농장에서 착유 당하는 소의 사진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폭력에 반대한다면 동물을 향한 폭력도 반대해야 한다”며 착유 당하는 동물의 고통받는 몸을 이 사회에 드러내고자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우유는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가 붉은 몸을 드러낸 그들 곁에는 열댓 명의 활동가가 빨간 장미를 들고 양쪽에 섰다. 모든 동물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로즈법’ 제정을 촉구한다는 의미다.
디엑스이 코리아의 한 활동가가 2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착유를 당해 서 있지 못하는 젖소의 사진을 들고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강제 임신과 출산, 착유 젖소는 일반적으로 생후 14~15개월이면 인공 수정을 거쳐 임신과 출산을 한 뒤 우유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국립축산과학원이 ‘교과서적’이라고 권장하는 적정 착유일수는 305일이다. 착유를 쉬는 기간은 1년 중 60일에 불과하다. 낙농업자는 새끼를 낳은 지 60일이 지나면 암소를 다시 임신 시킨다. 일평생, 몸이 망가져 더는 우유를 생산할 수 없을 때까지 젖소는 1년 365일 우유를 짜내고 임신하고 출산하고 다시 착유 당하길 반복한다. 우유의 진짜 주인인 송아지는 어떻게 될까.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성별에 따라 고기가 될 것인지, 우유 생산 수단이 될 것인지 정해진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누리집에서 “얼룩소(홀스타인)가 수송아지를 낳으면 한우와 같이 전문적인 사육방법으로 비육시켜 전문고기소 ‘육우’가 되고, 암송아지를 낳으면 키워서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가 된다”고 설명한다. 송아지는 태어난 직후에만 모유를 얻어먹을 수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면역력이 충분하지 않은 갓 태어난 송아지에게 생후 30분 이내에 면역 글로불린이 풍부한 초유를 제공할 것을 권장한다. 면역력이 약한 송아지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후 5일째부터는 엄마 젖을 떼고 액상 사료를 먹일 것을 권한다. _______
송아지 입을 틀어막는 이유 어린 소가 엄마 젖을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송아지 입에 장치를 씌운다. 낙농∙축산업 농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모유 방지기는 뾰족한 가시가 돋친 코뚜레처럼 생겼다. 송아지가 우유를 먹으려고 어미 소에게 다가가면 뾰족한 가시가 먼저 어미 몸에 닿는다. 어미는 통증을 피하기 위해 송아지에게 수유를 거부하고, 이런 행위가 거듭되며 송아지는 젖을 떼게 된다.
모유 방지기를 착용한 소의 모습. 위키미디어 커먼스
대규모 낙농업의 자동화한 착유 시스템. 게티이미지뱅크
송아지와 우유를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소는 한 조각 고깃덩이 혹은 우유의 생산자에 불과하지만, 사실 소는 매우 사회적이며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최근 연구에는 소들이 각자의 개별성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발달한 동물로 밝혀졌다.(▶▶‘다 같은 ‘음매’ 아냐, 젖소도 ‘제 목소리’ 있다’) 그런 감정적인 동물의 눈을 수백번 마주친 은영 활동가가 퍼포먼스 현장에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우리가 어떤 행복과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건지 상상하고, 폭력에 반대하는 당신과 모두를 위한 동물의 권리를 위해 고통에 연대할 필요가 있다.” 이런 목소리에 지지를 보내듯 지난 9일(현지시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조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호아킨 피닉스는 말했다. “엄마의 고통스러운 울음에도, 인간은 소를 인공수정시켜 그의 아기를 훔칠 자격이 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인간은 송아지를 위한 우유를 빼앗아 우리의 커피와 시리얼에 넣지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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