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섬나리의 동물해방선언
5회 첫 ‘방해시위’ 우리가 식당으로 간 이유
5회 첫 ‘방해시위’ 우리가 식당으로 간 이유
2019년 6월 디엑스이 서울 활동가들은 각각 육식 식당에서 첫 ‘방해시위’를 하고 이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밥상머리 뒤 흔든 첫 방해시위 고작 종이 한 장을 들고 나타나 동아시아의 밥상머리를 뒤흔든 것이다. 방해시위(Disruption)의 시작이었다. 방해시위는 단순히 폭력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넘어 일상이 된 폭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직접행동이다. 또한 문제가 극적으로 표출된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에게 문제를 알려 논의를 촉진한다. 우리의 목표는 식당에 있는 사람들을 방해하는 것도, 특정 식당만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었다. 방해시위의 궁극적 목표는 그 너머에 있다. 동물 수탈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와 규범을 교란해 새로운 질문을 시작하게 하는 것이 방해시위의 진정한 목표다.
방해시위를 찍은 영상은 순식간에 공유되기 시작했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고, 각종 온라인 뉴스와 문화방송(MBC) 등 방송사에서도 우리의 활동을 보도했다.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방해시위’는 일본 위성방송 니혼테레비(닛폰TV)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 닛테레 갈무리
악플·협박·패러디까지…무엇이 그리 불편했나 이들의 반응은 어딘가 필요 이상으로 열광적이기까지 했다. 한 유튜버는 기자를 사칭해 디엑스이 공개회의에 카메라를 들고 찾아왔고, 이를 7분짜리 영상으로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유튜버가 우리의 액션 영상을 패러디한 영상까지 내놨다. 이 영상은 우리의 피켓과 구호, 영상 형식까지 철저히 고증하는 정성까지 보였다. 첫 방해시위 영상들 또한 지금까지 백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방해시위 영상에는 ‘고기’ 사진과 함께 유치하지만 동물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드러내는 조롱들이 악플로 줄줄이 달렸다.
도살장 앞 트럭 안에서 몸부림 치며 상처 입은 돼지들의 모습. 사진 서울애니멀세이브 제공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픔 느끼는 존재” 그러나 문 앞에 선 순간 도살장 앞에서 마주한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무고한 눈망울들이 떠올랐고, 비로소 나는 식당 문을 열고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한 마디를 떼는 순간 모든 눈이 나를 향했다. 수저를 내려놓은 채 찌푸린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순식간에 나는 불쾌한 존재, 치워버려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마치 도살장 앞 동물들이 살아 나타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식당 곳곳에서 불만 섞인 고함이 들려왔다. “니들이 이렇게 하는 것도 폭력이야!” 이들의 반응에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나는 발언을 이어갔다. “우리가 동물이듯, 이들도 기쁨과 슬픔, 아픔을 느끼는 동물입니다. 여러분, 음식으로 보는 것을 멈춰주십시오. 이것은 폭력입니다.”
냉동 돼지를 파는 한 육식 식당에서 은영 활동가가 방해시위를 하고 있다.
나의 첫 방해시위는 닭볶음탕 식당이었다.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한 마디에 나는 불쾌한 존재, 치워버려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비폭력 방해시위는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동물권 행동이다. 사진은 미국의 방해시위.
비폭력 방해시위는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동물권 행동이다. 사진은 미국의 방해시위. 사진은 멕시코 대형마트에서의 방해시위.
상식을 뒤엎는 순간…전환이 시작됐다 시민 활동가들은 이제 식당뿐 아니라 대형마트, 패션매장, 푸드 페스티벌, 야구장 등 다양한 곳에서 일상 속의 폭력을 방해하고 있다. 직접행동은 동물과 우리를 철저히 분리한 선을 넘어 끊어버렸다. 동물들의 대학살을 우리만 알고 있지 않도록, 도살장의 비명을 도심 한복판에 옮겨놓은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 방해시위는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첫 방해시위 1주년에 열린 비폭력 직접행동 트레이닝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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