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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물고기 쓸모 있었네, 외래 물고기 억제 효과

등록 2021-12-29 15:08수정 2021-12-29 19:37

[애니멀피플]
모기고기 천적 큰입배스 흉내…공포와 스트레스, 체중 감소, 정자 수 절반 줄기도
포식자인 큰입배스의 행동과 외모를 흉내 낸 로봇물고기. 작은 물고기가 세계적인 침입종인 모기고기이다. 조반니 폴베리노 제공.
포식자인 큰입배스의 행동과 외모를 흉내 낸 로봇물고기. 작은 물고기가 세계적인 침입종인 모기고기이다. 조반니 폴베리노 제공.

포식자를 흉내 낸 로봇 물고기가 일으킨 공포로 악성 외래종 물고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외래종을 완전히 없애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데다 동물 학대 논란이 일 수 있어 로봇을 이용한 새로운 외래종 퇴치법에 눈길이 쏠린다.

조반니 폴베리노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 박사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아이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외래종인 모기고기를 큰입배스를 닮은 로봇으로 위협해 토종 올챙이를 보호하는 실험 결과를 밝혔다.

미국 남부가 원산인 모기고기는 구피와 사촌뻘인 소형 민물고기로 모기 애벌레를 잘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말라리아를 막으려는 세계 각국에서 도입해 퍼뜨렸다. 그러나 장구벌레뿐 아니라 모기의 천적인 토종 동물의 알과 새끼도 잡아먹어 골칫거리가 되고 있으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100대 침입종’에 포함된다.

오스트레일리아 고유종 개구리의 올챙이. 모기고기가 알과 올챙이를 공격해 문제가 되고 있다. 조반니 폴베리노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고유종 개구리의 올챙이. 모기고기가 알과 올챙이를 공격해 문제가 되고 있다. 조반니 폴베리노 제공.

생물학자와 공학자로 이뤄진 연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고유종 개구리의 알을 먹어치우고 올챙이의 꼬리를 떼어먹는 등 해를 끼치는 모기고기가 천적인 큰입배스와 닮은 로봇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실험했다. 로봇은 움직임과 겉모습이 큰입배스를 닮았고 컴퓨터 시각으로 모기고기와 올챙이를 실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올챙이에 접근하는 모기고기를 공격하도록 설계했다.

실험 결과 짧은 기간이지만 천적을 만난 모기고기는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아 전형적인 공포 행동을 나타냈고 체중 감소, 몸매 변화, 번식력 감퇴 등 장기적인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폴베리노 박사는 “이 방법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외래종 물고기를 한 마리씩 죽이는 것보다 훨씬 나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로봇은 모기고기에는 말 그대로 악몽을 선사하지만 다른 토종 동물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모기고기와 올챙이가 든 수조에 로봇물고기를 5주 동안 넣었고 이후 7주 동안 관찰했다. 모기고기 암컷은 태어나 3∼4주면 성숙하며 짝짓기한 뒤 16∼28일이 지나 새끼를 60마리 낳는다.

구피와 같은 속인 모기고기 암컷(아래)과 수컷. 모기 유충뿐 아니라 다른 작은 동물과 알 등을 포식한다. 세계 100대 침입종의 하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구피와 같은 속인 모기고기 암컷(아래)과 수컷. 모기 유충뿐 아니라 다른 작은 동물과 알 등을 포식한다. 세계 100대 침입종의 하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수조에 로봇 배스가 들어오자 모기고기는 자기들끼리 모여있으려 했고 활발하게 수조 구석을 탐색하기보다 한가운데 몰려 있으려 했다. 로봇물고기가 없는 수조에서보다 놀란 것처럼 급하게 방향을 트는 행동도 잦았다.

로봇 배스가 사라진 뒤에는 공포 효과가 오래갔다. 놀란 물고기는 덜 활동적이고 얼어붙는 불안 행동을 여러 주 동안 나타냈다.

모기고기가 시각에 의존해 주변 환경을 감시하지만 올챙이는 시력이 약해 로봇을 잘 보지 못한다. 폴베리노 박사는 “애초 올챙이에 끼치는 로봇물고기의 영향은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공격하는 모기고기가 사라지자 올챙이가 더 멀리 돌아다니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했다”며 “공포에서 해방돼 행복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모기고기가 겪은 장기적 영향은 심각했다. 수컷은 체중이 줄고 꼬리 부근 근육이 강해지는 등 몸매가 바뀌었다. 도망치는데 유리한 쪽으로 바뀐 것이다.

또 수컷 모기고기의 정자 수는 절반으로 줄었고 암컷의 알은 더 작아졌다. 포식자가 근처 있다는 사실이 모기고기에게 번식력을 희생해서라도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쪽으로 에너지를 쓰도록 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로봇물고기 전문가 마우리치오 포르피리 미국 뉴욕대 교수는 “이 로봇물고기가 야외에 배치되려면 몇 가지 기술적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며 “우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멸종위기종 물고기 2종이 모기고기의 위협을 받는 작고 맑은 웅덩이 2곳에서 시험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폴베리노 박사는 “이처럼 악명 높은 외래종 물고기가 로봇물고기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다행”이라며 “이 방법이 침입종과 싸우는 새로운 생물통제 수단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봇물고기는 2010년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에 투입해 수질 등을 측정하겠다고 소개해 널리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로봇물고기가 너무 크면 다른 물고기가 놀라니 작게 만들어 편대유영을 하게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57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성과 없이 끝났다.

우리나라 4대강에는 모기고기는 없고 대신 큰입배스가 토종 생태계를 교란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인용 논문: iScience, DOI: 10.1016/j.isci.2021.10352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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