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개농장의 뜬장에 개가 엎드려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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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법이 지난 4월 27일 발효했다. 오랜만에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이 시대의 가치와 국민 정서를 반영하는 등 전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논란이 많은 개 도살 문제에 대해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를 두었으니 정부는 이제 음식물 쓰레기를 개에게 먹여 키우고 참혹하게 도살하는 개 농장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해야 할 것이다.
보신탕이라고 부르는 개고기는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했던 시절부터 있어왔던 식습관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TV 동물농장>과 같은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개 도살을 금지하자는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에 부응해서 개식용금지법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심의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다행히 이번 21대 국회는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개 농장과 개 식용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핵심은 개정법 제10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조항에 담겼다. 제10조는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방지 및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시행규칙 제6조는 허가, 면허 등에 따른 행위를 하는 경우와 동물의 처리에 관한 명령, 처분 등을 이행하기 위한 경우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축산위생법에 의해 정당한 허가와 면허를 얻어 도축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물을 임의로 도살할 수 없게 됐다. 개 농장과 보신탕 식당이 임의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발효하기 전에도 개 도살은 불법이었다. 축산위생법에 의하면, 개는 위생도축 대상이 아니라서 정부의 허가를 받은 도축장은 개를 도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개 농장과 보신탕 식당은 제멋대로 개를 도살해 왔고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었다. 축산법이 1973년 이후 개를 가축으로 포함시켜 이런 난맥상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20대 국회에선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법안이 제출됐으나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압도적인 국민 여론에 힘입어 개정된 이번 동물보호법은 개 도살이 불법임을 분명히 해서 이런 논란을 해소했다. 그럼에도 개 농장과 보신탕 업주들이 저항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고 불쌍한 일이다. 또한 일부 언론이 “개 식용 금지는 파시스트 발상”이라는 기상천외한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 4월 27일 한 경제신문에는
<개 식용 금지법이라는 ‘오버’>라는 기자 칼럼이 실렸다. 칼럼은 온갖 동물학대로 점철된 개 식용 문제에 ‘문화상대주의’를 들이대며 “한국의 개 식용 문화가 비난하거나 금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이미 내려졌다”고 썼다. 이번에 발효된 동물보호법이 개 도살을 동물학대로 규정했음을 모르고 쓴 것인가.
개 식용은 개인의 취향도 아니고 문화도 아니다. 개 도축은 과거에도 불법이었는데 그 불법을 방치해서 개 농장이란 흉측한 사업을 초래했던 것이다. 한 농장에서 개 천여마리를 키우는 대형·기업형 농장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거저 가져다 먹이는 구조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모르면 쓰거나 말해서는 안 된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