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해변으로 밀려오는 해양 쓰레기의 양은 연간 500t에 달한다. 오래 전 버려진 인형, 편지가 든 병, 망가진 저금통 등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미시온-애런사스 국립 하구 보호구역 페이스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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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누가 돈 주고 산다고?’
망가진 돼지 저금통, 소름 끼치는 몰골이 된 아기 인형, 따개비 붙은 인어상이 경매에 나왔다. 누가 이 쓰레기들을 집으로 가져갈까 싶지만, 따개비가 붙은 녹슨 인어상은 300달러(한화 약 39만원)에 팔렸다.
미국 텍사스주 뉘에스 카운티의 포트 애런사스에서는 지난 20일(현지시각) 특이한 경매 행사가 열렸다. 경매 물품은 모두 멕시코만으로부터 밀려온 각종 해양 쓰레기들로 빈 병, 각종 인형, 망가진 전자기기, 의료용품, 그물과 밧줄 등이었다. 한때는 제 역할을 했을 물건들이 낡고 변형된 채로 놓여 있는 기괴한 풍경이다.
이런 물건을 파는 진짜 이유가 뭘까.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행사가 지역의 해양환경보호단체인 ‘미시온-애런사스 국립 하구 보호구역’(보호구역)의 연례행사라고 전했다. 보호구역은 매해 바다에서 수거한 쓰레기들을 경매에 붙여 해양생물을 돕는 기부행사를 벌이고 있다. 보호구역은 텍사스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가 관리하고,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 애런사스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해변에서 수거한 특이한 쓰레기들을 경매에 붙여 해양생물 보존 기금을 마련하는 행사가 열렸다. 약 1미터 크기의 녹슨 인어상은 300달러에 판매됐다. 미시온-애런사스 국립 하구 보호구역 페이스북 갈무리
텍사스 해변으로 밀려오는 해양 쓰레기의 양은 연간 500t에 달한다. 오래 전 버려진 인형, 편지가 든 병, 망가진 저금통 등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미시온-애런사스 국립 하구 보호구역 페이스북 갈무리
텍사스 해변으로 밀려오는 해양 쓰레기의 양은 연간 500t에 달한다. 오래 전 버려진 인형, 편지가 든 병, 망가진 저금통 등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미시온-애런사스 국립 하구 보호구역 페이스북 갈무리
보호구역에 따르면, 텍사스 해변으로 밀려오는 해양 쓰레기의 양은 연간 500t에 달한다. 멕시코만에 인접한 다른 도시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인데 쿠바와 유카탄 반도 사이의 따뜻한 해류가 북상하며 쓰레기들을 소용돌이처럼 밀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보호구역의 제이스 터넬 대표는 “수년 동안 밀려온 쓰레기의 양이 반드시 더 증가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재료에는 분명히 변화가 있었다. 처음엔 자원봉사자들이 주로 유리와 금속을 발견했다면 이제는 쓰레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과
해양생물들의 식이를 교란시켜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터넬 대표와 자원봉사자 40여명은 매년 4월부터 7월까지 보호구역의 바다거북과 새들의 둥지를 모니터링하며, 해안으로 밀려온 쓰레기를 수거하고 가장 흥미로운 물건들을 경매에 부쳐왔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 애런사스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해변에서 수거한 특이한 쓰레기들을 경매에 부쳐 해양생물 보존 기금을 마련하는 행사가 열렸다. 미시온-애런사스 국립 하구 보호구역 페이스북 갈무리
경매 행사의 이름은 ‘토니의 쓰레기가 보물로’인데, 바로 1982년 보호구역을 설립한 토니 아모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대부분의 물품 가격은 5달러에서 50달러 수준이지만 손상이 많이 돼 기괴한 모습의 인형이나 꼬리 잘린 1미터 크기의 인어상 같은 특이한 물품들은 좀 더 높은 값에 팔린다. 경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모두 보호구역 내 해양동물치료센터인 ‘아모스 재활센터’에 기부된다. 재활센터는 매년 바다거북 500여마리와 해양 조류 1000여마리를 구조하거나 치료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는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생물들이다.
터넬 대표는 “궁극적으로 우리는 사람들이 바다에 대해 관심을 갖길 바란다. 지금 바다에 어떤 동물이 살고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되면 바다를 보호할 수 있다”면서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런 미친 짓을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