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동물원이 상가 살렸다’라니…“조선일보 보도, 시대 거슬러”

[애니멀피플]
동물단체들, 조선일보 보도 비판 성명
“광고 중단하라…동물복지 대한 무지”

수도권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사육사가 관람객들에게 코아티를 설명하고 있다. 어웨어 제공

동물보호단체들이 실내동물원 덕에 건물 상가 분양이 늘었다는 기사를 낸 조선일보의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20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곰 보금자리프로젝트 등 7개 단체는 ‘조선일보는 시대를 거스르는 실내동물원 광고를 중단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조선일보가 부동산 광고를 위해 세운 회사의 기사를 통해 실내 동물원 프랜차이즈 기업 ‘주렁주렁’을 광고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대를 거스르는 조선일보를 규탄한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는 지난 19일 ‘4~5층에 들어선 실내동물원…미분양 상가 살아났다’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기사는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케이드형 상가의 성공 비결을 실내 동물원인 ‘주렁주렁’의 입점이라면서 동물원이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핵심 임차인이라고 했다. 기사는 또 “대개의 동물원은 동물을 철창에 가둔 상태에서 일반적 관찰만 가능하다. 주렁주렁은 고객이 눈앞에서 동물과 교감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없앴다”고 썼다.

조선일보의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는 지난 19일 ‘4~5층에 들어선 실내동물원…미분양 상가 살아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누리집 갈무리

동물 단체들은 해당 업체가 실내동물원 프랜차이즈 업체로 이들이 운영하는 시설은 열악한 복지 수준으로 꾸준히 문제가 된 곳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2020년 인수공통전염병인 결핵에 걸린 동물을 전시했던 것이 드러나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게다가 최근 동물복지 인식이 높아지며 체험형 실내동물원은 야생동물의 생태를 무시한 좁은 사육공간, 먹이주기 체험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지난해에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전면 개정됐다. 개정법에 따라 주렁주렁과 같은 실내시설의 동물 전시가 대폭 제한되며, 앞으로는 주어진 5년의 유예 기간 안에 문을 닫거나 전시 종을 대폭 줄여야 한다.

단체들은 “야생동물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는 방식을 찬양하는 기사 내용은 동물복지에 대한 무지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체험동물원에서 말하는 ‘교감’과 ‘체험’은 동물에 대한 일방적 희롱, 괴롭힘이다. 이러한 실내동물원에서 전시 동물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사가 사라져 가는 동물착취 산업을 부동산과 엮어 홍보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다. 동물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쏟는 노력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실내동물원 덕에 건물 상가 분양이 늘었다는 기사를 낸 ‘조선일보’의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어웨어 제공

이들은 조선일보의 연재 코너인 ‘수요동물원’ 또한 동물을 소개하는 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보도된 ‘바람난 판다 부인, 푸바오 시어미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들어 “동물을 의인화하다 못해 저속한 젠더의식을 드러냈다”고 했다.

김지숙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