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폐사한 코아티, 왈라비서 결핵균 등 검출…“동물 관리 적색경보”
감염병 확산 위험에도 ‘체험형’ 우후죽순…관련 법, 제도는 허술
폐사한 코아티, 왈라비서 결핵균 등 검출…“동물 관리 적색경보”
감염병 확산 위험에도 ‘체험형’ 우후죽순…관련 법, 제도는 허술
2018년 수도권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사육사가 관람객들에게 코아티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곳에서 사육되던 코아티 한 마리에서 인수공통감염 병원체인 ‘미코박테리움 보비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사람 감염 위험성 있었나 보통 소를 숙주로 하는 이 세균은 너구리과 동물인 코아티를 포함한 다양한 야생 포유류를 숙주로 삼는다. 인간에게는 호흡기 및 소화기를 통하여 전파돼 폐결핵, 장결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김희진 대한결핵협회 중앙교육원장은 “국내에서는 미코박테리움 보비스에 의한 인간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며 “뉴질랜드, 영국 등 목축업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결핵 환자 중 10~20%가 이 세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소에 의한 인간 감염은 잘 알려져 있어서 축산업계에서는 소가 이 병원체에 감염됐을 경우, 축사 폐쇄 및 사람의 건강 검진을 하는 등 체계를 갖춰 감시한다. 하지만 코아티 등 야생동물에 관한 연구 결과는 축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농무부의 미셸 팔머가 2013년 정리한 논문을 보면, 현재까지 뉴질랜드의 주머니쥐,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소리, 미국 미시건주의 흰꼬리사슴 등이 타 개체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실내동물원은 ‘애니멀피플’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부터 지난해 5월28일 확진을 통보받고, 당일 검역본부 등에 매뉴얼에 따라 신고했다”며 “이튿날 동물원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매일 방역을 진행한 뒤 6월4일 다시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같은 사육사에 있던 코아티 두 마리도 안락사했으며, 모든 직원에 대해 엑스레이와 폐 기능 검사를 했으나 이상 소견은 없었다고 동물원 쪽은 덧붙였다. _______
여전히 남는 문제점 어웨어는 폐사한 동물이 관람객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어웨어는 “해당 업체에서 코아티는 관람객과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구조물에서 전시되는 구조였으며, 먹이 주기 체험에서 상시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관람객이 타액, 비말 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며 “(코아티가) 언제 감염되었는지 확인도 불가능해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노출되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실내동물원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지점을 두고 ‘울타리 없는 교감형 애니멀 테마파크’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실내동물원 관계자는 “사육사는 코아티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이며, 먹이 주기 체험은 동물의 컨디션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진행됐고, 폐사 이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동물원이나 농가와 달리 동물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병원에 (사체의 샘플을) 보내 알게 된 일”이라며 “현재 교감 프로그램은 핀치새, 닥터피쉬, 토코투칸 등 세 종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에서 운영되는 소규모 실내동물원에서도 지난해 2월 왈라비 한 마리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농양과 괴저를 일으키는 ‘푸소박테리움 네크로포럼’이 양성으로 판정되었다며, 해당 업체에 동물 격리 및 사육시설 소독 등 조처를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세균은 숙주인 왈라비에서 인간으로 넘어와 가벼운 인후통을 일으키지만, 드물게 레미에르증후군(괴사성 간균증)로 이어질 수 있다. 레미에르증후군은 내경정맥에서 혈전 정맥염과 폐에서 패혈성 폐색전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해당 업체는 현재 휴업 중으로, 애니멀피플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 라쿤이 무기력하게 누워있다. 라쿤은 ‘광견병’ 등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의 숙주다. 녹색당 제공
더 큰 문제는 야생동물 카페 그나마 수도권의 실내동물원이 사후 대처를 이어간 것은 이 업체가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에 따라 등록된 동물원이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동물원은 ‘보유 생물의 질병 및 인수공통 질병관리계획'을 관계기관에 제출해야 하고, 질병이 발생했을 때 보고를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어웨어는 “질병관리계획 제출은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질병 관리와 예방을 위해 동물원이 준수해야 할 사항은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동물원법에 등록되지 않아 이마저도 적용받지 않는 야생동물 카페다. 야생동물 카페는 좁은 실내 공간에서 야생동물과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기 때문에 병원체의 확산 가능성이 더 크다. 어웨어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야생동물 카페는 2019년 8월 64곳에서 25곳 줄어 현재 전국에서 48곳이 성업 중이다. 동물원법에 따라 등록된 동물원의 경우도 전체 110곳 중 절반 이상이 체험형 동물원, 실내동물원 등 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형태로 운영된다고 어웨어는 덧붙였다. 어웨어는 “무너진 동물원 관리 시스템에 적색경보가 울린 것”이라며 “동물에게 고통을 줄 뿐 아니라 공중보건에 위험을 일으키는 체험동물원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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