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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단독] 국내 실내동물원서 인수공통감염병 발생했다

등록 2020-04-27 13:55수정 2020-04-27 16:19

[애니멀피플]
폐사한 코아티, 왈라비서 결핵균 등 검출…“동물 관리 적색경보”
감염병 확산 위험에도 ‘체험형’ 우후죽순…관련 법, 제도는 허술
2018년 수도권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사육사가 관람객들에게 코아티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곳에서 사육되던 코아티 한 마리에서 인수공통감염 병원체인 ‘미코박테리움 보비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2018년 수도권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사육사가 관람객들에게 코아티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곳에서 사육되던 코아티 한 마리에서 인수공통감염 병원체인 ‘미코박테리움 보비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지난해 국내 실내동물원 두 곳에서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인해 동물들이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내동물원 상당수와 야생동물 카페는 인간과 동물이 밀접하게 접촉하는 체험형으로 운영되고 있어 본격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는 27일 “지난해 국내 실내 체험동물원 두 곳에서 각각 숨진 코아티와 왈라비에서 인수공통감염병 병원체가 검출됐다”며 “야생동물과의 무분별한 접촉으로 공중보건상 위험을 일으키는 체험형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아티와 왈라비는 실내동물원과 야생동물 카페 등 이른바 ‘체험형 동물원’에서 단골로 전시되는 야생동물이다.

어웨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립환경과학원 공문을 보면, 지난해 5월 수도권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폐사한 코아티 한 마리가 우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사체의 샘플을 국립환경과학원이 검사해보니, 폐, 간, 심장 등에서 인수공통 감염균인 ‘미코박테리움 보비스’(우결핵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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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감염 위험성 있었나

보통 소를 숙주로 하는 이 세균은 너구리과 동물인 코아티를 포함한 다양한 야생 포유류를 숙주로 삼는다. 인간에게는 호흡기 및 소화기를 통하여 전파돼 폐결핵, 장결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김희진 대한결핵협회 중앙교육원장은 “국내에서는 미코박테리움 보비스에 의한 인간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며 “뉴질랜드, 영국 등 목축업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결핵 환자 중 10~20%가 이 세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소에 의한 인간 감염은 잘 알려져 있어서 축산업계에서는 소가 이 병원체에 감염됐을 경우, 축사 폐쇄 및 사람의 건강 검진을 하는 등 체계를 갖춰 감시한다. 하지만 코아티 등 야생동물에 관한 연구 결과는 축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농무부의 미셸 팔머가 2013년 정리한 논문을 보면, 현재까지 뉴질랜드의 주머니쥐,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소리, 미국 미시건주의 흰꼬리사슴 등이 타 개체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실내동물원은 ‘애니멀피플’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부터 지난해 5월28일 확진을 통보받고, 당일 검역본부 등에 매뉴얼에 따라 신고했다”며 “이튿날 동물원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매일 방역을 진행한 뒤 6월4일 다시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같은 사육사에 있던 코아티 두 마리도 안락사했으며, 모든 직원에 대해 엑스레이와 폐 기능 검사를 했으나 이상 소견은 없었다고 동물원 쪽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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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는 문제점

어웨어는 폐사한 동물이 관람객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어웨어는 “해당 업체에서 코아티는 관람객과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구조물에서 전시되는 구조였으며, 먹이 주기 체험에서 상시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관람객이 타액, 비말 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며 “(코아티가) 언제 감염되었는지 확인도 불가능해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노출되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실내동물원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지점을 두고 ‘울타리 없는 교감형 애니멀 테마파크’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실내동물원 관계자는 “사육사는 코아티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이며, 먹이 주기 체험은 동물의 컨디션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진행됐고, 폐사 이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동물원이나 농가와 달리 동물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병원에 (사체의 샘플을) 보내 알게 된 일”이라며 “현재 교감 프로그램은 핀치새, 닥터피쉬, 토코투칸 등 세 종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에서 운영되는 소규모 실내동물원에서도 지난해 2월 왈라비 한 마리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농양과 괴저를 일으키는 ‘푸소박테리움 네크로포럼’이 양성으로 판정되었다며, 해당 업체에 동물 격리 및 사육시설 소독 등 조처를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세균은 숙주인 왈라비에서 인간으로 넘어와 가벼운 인후통을 일으키지만, 드물게 레미에르증후군(괴사성 간균증)로 이어질 수 있다. 레미에르증후군은 내경정맥에서 혈전 정맥염과 폐에서 패혈성 폐색전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해당 업체는 현재 휴업 중으로, 애니멀피플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 라쿤이 무기력하게 누워있다. 라쿤은 ‘광견병’ 등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의 숙주다. 녹색당 제공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 라쿤이 무기력하게 누워있다. 라쿤은 ‘광견병’ 등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의 숙주다. 녹색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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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야생동물 카페

그나마 수도권의 실내동물원이 사후 대처를 이어간 것은 이 업체가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에 따라 등록된 동물원이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동물원은 ‘보유 생물의 질병 및 인수공통 질병관리계획'을 관계기관에 제출해야 하고, 질병이 발생했을 때 보고를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어웨어는 “질병관리계획 제출은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질병 관리와 예방을 위해 동물원이 준수해야 할 사항은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동물원법에 등록되지 않아 이마저도 적용받지 않는 야생동물 카페다. 야생동물 카페는 좁은 실내 공간에서 야생동물과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기 때문에 병원체의 확산 가능성이 더 크다. 어웨어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야생동물 카페는 2019년 8월 64곳에서 25곳 줄어 현재 전국에서 48곳이 성업 중이다. 동물원법에 따라 등록된 동물원의 경우도 전체 110곳 중 절반 이상이 체험형 동물원, 실내동물원 등 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형태로 운영된다고 어웨어는 덧붙였다.

어웨어는 “무너진 동물원 관리 시스템에 적색경보가 울린 것”이라며 “동물에게 고통을 줄 뿐 아니라 공중보건에 위험을 일으키는 체험동물원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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