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서 태어나 2020년 방사된 ‘841’은 지난해 여름 갑자기 서프보드를 훔치거나 물어뜯는 행동으로 유명해졌다. 엑스 @NativeSantaCruz 제공
‘서퍼들은 긴장하라. 장난꾸러기가 하나 더 늘어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변에서 서퍼들의 보드를 물어뜯거나 빼앗았던 해달이 최근 새끼를 낳았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보호국(FWS)에 따르면, 지난여름 서퍼와 수영하는 사람들 근처로 자주 접근해
문제가 됐던 해달 ‘841’이 배에 새끼를 얹고 다니는 모습이 관찰됐다.
야생동물보호국은 841의 출산이 확인된 만큼 이전보다 더욱 철저히 거리를 유지하고, 접촉은 피할 것을 당부했다. 당국은 지난 26일 성명에서 “해달과 새끼 해달이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일반 시민들이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놀이할 때는 해달에게 공간을 확보해주고, 먹이를 주는 등의 행동은 오히려 해달을 공격적으로 만들거나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자제해달라”고 했다. 기존에 당국은 841을 포획해 수족관으로 보내려고 했으나, 현재 841이나 새끼에 대한 포획 계획은 없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안에 사는 해달 ‘841’이 최근 새끼를 낳아 안고 다니는 모습이 관찰됐다. 엑스(옛 트위터) @NativeSantaCruz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안에 사는 해달 ‘841’이 최근 새끼를 낳아 안고 다니는 모습이 관찰됐다. 엑스 @NativeSantaCruz 제공
지난 7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841의 다양한 모습을 전했던 지역 사진가 마크 우드워드 작가는 이번에도 841과 새끼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엄청난 뉴스다. 841이 새끼를 낳아서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841은 먹이를 찾기 위해 잠수할 때면 새끼를 수면 위에 두고 오가는 모습을 보였고, 작은 새끼를 자랑하듯 미소를 짓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 보도를 보면, 서프보드를 빼앗아 타는 모습이 보도된 지난여름 이후 841은 ‘유명 동물’이 되어서 841이 모델이 된 티셔츠나 가방이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당국은 당시 841이 2022년 9월부터 지속해서 인간에게 접근한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다시 수족관으로 보내기 위해 번번이 포획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841은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에서 태어난 개체로, 2020년 야생에 방사돼 적응해왔다. 방사 첫해에는 인간에게 다가오지 않고, 조개를 사냥하는 등의 야생 해달의 행동을 보였으나 이후 인간에 대한 접근이 늘어난 것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841의 행동 변화가 임신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원인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는데 실제로 새끼가 태어난 것이다.
수족관에서 태어나 2020년 방사된 ‘841’은 지난해 여름 갑자기 서프보드를 훔치거나 물어뜯는 행동으로 유명해졌다. 엑스 @NativeSantaCruz 제공
당국은 “해달이 새끼를 돌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고래나 물개와 달리 지방이 없는 해달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자기 체중의 20~30%에 해당하는 먹이를 먹어야 한다. 때문에 수면에 등을 대고 쉬면서 에너지를 보존하는 것은 이들의 생존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면서 “물에서 해달에게 다가가는 것은 해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41과 ‘남부 해달’은 미국 해양포유류 보호법, 캘리포니아 주법에 의해 보호되는 멸종위기종이다. 과거 수십만 마리가 캘리포니아 연안에 서식했지만, 현재는 3000여 마리만 남아있는 상태다. 관련법은 해달에게 의도적으로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이런 행위가 적발될 때에는 최대 10만달러의 벌금과 1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