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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이 멸종 낳는다”, 제6의 대멸종 가속화 밝혀져

등록 2020-06-02 15:55수정 2020-06-02 18:37

[애니멀피플]
1천마리 미만 남은 육상동물 515종, 주변에 ‘멸종 도미노 효과’ 나타나
야생에 100마리 미만이 남아있는 수마트라코뿔소. 생물다양성 감소가 기후변화 못지않은 위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야생에 100마리 미만이 남아있는 수마트라코뿔소. 생물다양성 감소가 기후변화 못지않은 위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구 역사에서 모든 생물의 70∼95%가 사라진 대멸종 사태는 5번 벌어졌다. 저명한 생태학자 폴 에를리히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등은 2015년 “인류에 의해 제6의 대멸종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와 동료 연구자들은 “최신의 자료로 재평가한 결과 멸종 속도는 당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며, 사람에게 생존에 필요한 핵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연의 능력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2일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렸다.

개체수가 1000마리 미만으로 멸종에 임박한 육상 척추동물의 분포지역. 왼쪽 막대는 100㎢당 종 수를 가리킨다. 세바요스 외 (2020) PNAS 제공
개체수가 1000마리 미만으로 멸종에 임박한 육상 척추동물의 분포지역. 왼쪽 막대는 100㎢당 종 수를 가리킨다. 세바요스 외 (2020) PNAS 제공

연구자들은 20세기 동안 육상 척추동물 가운데 적어도 543종이 사라졌는데, 이번 평가에서 비슷한 수의 생물종이 앞으로 20년 안에 멸종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의 육상 척추동물 목록 2만9400종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지구에 1000마리 미만밖에 남지 않아 멸종이 임박한 동물은 모두 515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는 수마트라코뿔소, 자이언트판다, 아프리카야생당나귀 등 포유류, 넓적부리도요, 따오기 등 조류, 양쯔강악어, 자이언트땅거북 등 파충류, 수원청개구리, 불두꺼비 등 양서류가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250마리밖에 생존해 있지 않은 상태다.

등딱지 무늬가 기하학적 도형 같은 남아프리카 기하학거북. 등딱지 크기가 15㎝에 불과하며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놓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등딱지 무늬가 기하학적 도형 같은 남아프리카 기하학거북. 등딱지 크기가 15㎝에 불과하며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놓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 종이 멸종위기에 놓이면 거기에 기대 살던 다른 종도 함께 사라지는 ‘도미노 효과’도 나타났다. 지구에 5000마리 미만이 살아남은 동물의 84%는 1000마리 미만이 사는 동물과 같은 지역에 서식했다.

연구자들은 “멸종은 멸종을 낳는다”며 “이들은 대부분 인간의 영향이 큰 열대지역으로, 인간에 의한 제6의 대멸종이 벌어지는 증거이자 지역 차원에서 생물다양성이 붕괴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 150년 동안 벌어진 멸종 추세는 지난 1만1700년 동안 벌어진 규모에 이르렀다고 논문은 밝혔다.

‘멸종이 멸종을 낳는’ 대표적 사례로 연구자들은 베링해에 서식하다 멸종한 스텔러바다소를 들었다. 고래 다음으로 큰 바다포유류인 이 동물은 해조류가 주식인데, 모피를 위해 해달을 남획하자 해달의 먹이인 성게가 번성해 해조류를 먹어치운 데다 난파한 베링해 탐험대가 남획해 멸종했다(멸종 249년 만에 ‘바다소’의 완벽한 골격이 발견됐다).

중국 양쯔강에 약 300마리가 사는 소형 양쯔강악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중국 양쯔강에 약 300마리가 사는 소형 양쯔강악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생물종뿐 아니라 서식지가 움츠러들면서 개체수도 대폭 줄어들었다. 역사적 기록이 있는 포유류 48종과 조류 29종의 서식지는 1900년 이래 각각 95%와 94%가 사라졌다.

생물종과 생물집단이 자취를 감추면 그들이 생태계에서 공짜로 제공하던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도 중단된다. 안정된 기후와 깨끗한 담수 제공, 농작물의 가루받이, 자연재해와 야생동물 기원 질병 예방 등이 그런 예다. 하인리히 교수는 이를 “사람은 자신이 앉아있는 나뭇가지에 톱질해, 자신의 생명 지탱 시스템으로부터 분리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연구자들은 특히 생물다양성 보전이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서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멸종에 임박한 많은 동물이 불법 또는 합법적 야생동물 거래로 죽어간다”며 “야생동물 거래가 초래한 코로나19와 같은 대 감염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야생동물 거래를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이 22㎝, 무게 1㎏까지 자라는 초대형 개구리로 도미니카에 극소수가 산다. 남획과 서식지 파괴, 감염병으로 멸종위기에 몰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길이 22㎝, 무게 1㎏까지 자라는 초대형 개구리로 도미니카에 극소수가 산다. 남획과 서식지 파괴, 감염병으로 멸종위기에 몰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또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이 1000마리 미만이 남은 동물을 가장 긴급한 ‘위급’으로 분류하는데, 5000마리 미만 남은 동물도 ‘위급’으로 보전등급을 격상해야 한다”며 “나아가 각국 정부와 기관은 생물 멸종 샤태를 국가적, 지구적 비상사태로 간주해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PNAS), DOI: 10.1073/pnas.1922686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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