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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림 딱정벌레 종 자연림의 3분의 1 ‘생태 기능 상실’

등록 2021-04-28 15:22수정 2021-04-28 17:36

[애니멀피플]
유기물 분해자와 해충 포식자 격감…“숲은 탄소 흡수 기계 아닌 생태계 기반”
알려진 지구 생물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딱정벌레는 유기물을 분해하고 해충을 잡아먹는 등 숲에서 핵심 기능을 한다. 자연림이 인공림으로 바뀌면 딱정벌레의 종 다양성과 조성 개체수가 모두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알려진 지구 생물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딱정벌레는 유기물을 분해하고 해충을 잡아먹는 등 숲에서 핵심 기능을 한다. 자연림이 인공림으로 바뀌면 딱정벌레의 종 다양성과 조성 개체수가 모두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후변화를 막는 자연적 해법으로 대규모 조림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렇게 조성된 산림이 과연 자연림이 하던 생태적 기능을 할 것인지에는 논란이 많다(▶탄소중립 위해 숲 베어낸다고? ‘늙은’ 나무는 죄 없다). 산림생태계의 핵심 생물인 딱정벌레가 인공림에서는 자연림보다 종수는 3분의 1 개체수는 절반에 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오르그 알베르트 독일 통합 생물다양성 연구센터(iDiv) 연구원 등은 세계 전역에서 수행된 조림과 자연림의 딱정벌레 다양성 관련 연구 83건을 분석한 결과 “인공림은 자연림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과학저널 ‘산림 생태와 관리’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딱정벌레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숲에서 식물과 동물을 분해해 식물로 돌려주는 생태계의 핵심 구실을 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딱정벌레는 세계에 40만 종이 알려졌으며 지구 생물종의 25%를 차지한다.

연구자들은 조림한 숲과 오래된 숲에서 딱정벌레 다양성이 큰 차이를 나타내는 사실을 확인했다. 평균적으로 조림의 딱정벌레 종 수는 자연림의 33% 수준이었고 개체수는 47%에 그쳤다.

자연림과 인공림은 딱정벌레의 종 조성면에서도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듬이가 독특하게 생긴 딱정벌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자연림과 인공림은 딱정벌레의 종 조성면에서도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듬이가 독특하게 생긴 딱정벌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무엇보다 연구자들은 인공림과 자연림에서 딱정벌레 군집의 조성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새로 나무를 심은 숲에서는 오래된 숲에 견줘 죽은 나뭇가지 등을 먹는 딱정벌레 종류가 눈에 띄게 적었다.

인공림에는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포식 딱정벌레도 훨씬 적었다. 연구에 참여한 스티픈 캄바흐는 “이는 오래된 숲에서는 인공림에서보다 해충 피해를 덜 볼 수 있음을 가리킨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는 인공림과 자연림 사이에 딱정벌레 종 다양성과 개체수, 종 조성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자연림과 종 다양성과 개체수가 비슷한 인공림에서도 종 조성은 40%나 차이가 났다. 연구자들은 “열대 자연림을 조림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인공림보다는 나이 든 숲을 그대로 두는 편이 낫고, 인공림이라도 다양한 수종과 자생종으로 심는 쪽이 낫다. 침엽수 단일 조림지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공림보다는 나이 든 숲을 그대로 두는 편이 낫고, 인공림이라도 다양한 수종과 자생종으로 심는 쪽이 낫다. 침엽수 단일 조림지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에 참여한 실비아 칼레고스 독일 마틴 루터대 박사는 “조림을 하더라도 단순림보다는 여러 종을 심고 외래종보다는 토종을 심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비록 조림이 숲에 적응한 종에게 중요한 서식지를 제공하지만 그곳에 살 수 있는 종은 덜 다양하고 전혀 다른 종들로 이뤄진 집단을 이룬다”며 “오래된 숲을 생물다양성의 피난처로 보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숲의 탄소는 나무줄기에만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토양에 들어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뤄진 복잡한 숲의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탄소 저장에 유리하다. 영국 산림연구기관 제공.
숲의 탄소는 나무줄기에만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토양에 들어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뤄진 복잡한 숲의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탄소 저장에 유리하다. 영국 산림연구기관 제공.

한편, 보니 워링 유타대 교수 등은 최근 과학저널 ‘산림과 지구변화 최전선’에 실린 관점 논문에서 조림과 자연림의 탄소제거 효과를 비교하면서 “자연림은 복잡한 입목 구조와 지하와 숲 바닥에 탄소를 축적하기 때문에 조림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성숙한 숲은 이 밖에도 다양한 생태적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보전이 필요하다”며 “정책결정자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탄소제거 기능을 갖춘 나이 든 숲의 파괴를 촉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링 교수는 최근 미국 온라인 매체 ‘대화(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지구 구석구석에 조림한다 해도 사람이 10년 동안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밖에 상쇄하지 못한다”며 “그 후에는 숲의 흡수량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숲은 ‘탄소를 흡수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태계의 기반이라며 인위적 배출량을 줄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승객 한 명이 호주 멜버른에서 뉴욕까지 여객기로 왕복할 때 배출하는 탄소가 1600㎏인데 이는 지름 50㎝인 참나무 한 그루에 들어있는 탄소 750㎏의 곱절에 해당한다”(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인천에서 뉴욕까지 2명이 왕복하면 아름드리 참나무 3그루에 든 탄소가 방출된다).

인용 논문: Forest Ecology and Management, DOI: 10.1016/j.foreco.2021.11920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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