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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우포늪에는 수컷이 알 품고 새끼 기르는 물꿩이 산다

등록 2021-08-27 10:42수정 2021-08-27 10:55

[애니멀피플]
암컷이 둥지 10개까지 거느리는 ‘일처다부’ 도요…3년 만에 가시연에 보금자리
경남 창녕 우포늪의 가시연 잎에 올라 먹이를 찾고 있는 물꿩. 부리에 좁쌀만 한 먹이를 물고 있다. 물꿩은 꿩이 아니라 도요새의 일종으로 수초 위에서 곤충이나 연체동물 등 무척추동물을 먹고 산다.
경남 창녕 우포늪의 가시연 잎에 올라 먹이를 찾고 있는 물꿩. 부리에 좁쌀만 한 먹이를 물고 있다. 물꿩은 꿩이 아니라 도요새의 일종으로 수초 위에서 곤충이나 연체동물 등 무척추동물을 먹고 산다.

동남아 열대지역이 주 서식지인 물꿩은 가끔 우리나라에 모습을 드러낸 나그네새였지만 기후변화와 함께 이제 여름 철새로 자리 잡았다. 도요새 목 물꿩 과에 속하는 물꿩이 우포에서 처음 관찰된 것은 2010년으로 해마다 우포를 찾았다. 그러나 2017년부터 관찰되지 않더니 3년 만인 올해 7월 다시 8마리가 찾아왔다. 올여름 우포에서 관찰된 둥지는 4개이며 관찰되지 않은 둥지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포에 가시연꽃이 피어나면 물꿩 새끼도 태어난다.

목욕으로 더위를 식히는 물꿩.
목욕으로 더위를 식히는 물꿩.

드넓은 우포늪은 물꿩 차지다. 사방이 확 트인 우포늪의 수면 위를 낮은 고도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다 발판이 든든한 곳을 확인하고 내려앉는다. 푸른 잎으로 뒤덮인 수초를 발판 삼아 걸어 다니는데 기다란 발가락이 무게를 분산해 물에 빠지지 않는다. 또 안정성이 확인된 수초 길만 이용해 이동한다.

수초로 뒤덮인 우포늪은 번식기를 맞은 물꿩 차지다.
수초로 뒤덮인 우포늪은 번식기를 맞은 물꿩 차지다.

암컷 곁으로 날아가는 수컷 물꿩.
암컷 곁으로 날아가는 수컷 물꿩.

수컷 물꿩이 암컷 물꿩 곁으로 다가선다. 번식기를 맞아 암컷이 수컷을 유혹한다.
수컷 물꿩이 암컷 물꿩 곁으로 다가선다. 번식기를 맞아 암컷이 수컷을 유혹한다.

일처다부제인 물꿩은 암컷이 수컷을 여럿 거느린다. 번식기의 암컷은 수컷보다 조금 더 화려하고 꼬리가 길며 수컷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암컷은 수컷들을 유혹해 번식기회를 최대한 확보한다. 우포늪의 가시연은 잎이 넓어 물꿩이 둥지를 만드는 데 제격이다. 수컷이 사랑에 빠져들면 암컷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는다.

수컷 물꿩은 혼자서 알을 품으며 새끼들이 성장할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키워낸다. 암컷 물꿩은 경계근무를 서며 수컷들의 둥지를 점검하고 수컷이 새끼를 잘 부화시켜 키우도록 애정을 보낸다. 수컷은 알을 품다가도 암컷이 나타나면 쏜살같이 달려가 반갑게 맞이한다.

암컷은 뒤쪽에 있는데도 수컷보다 커 보인다. 몸집도 더 크고 꼬리도 더 길다.
암컷은 뒤쪽에 있는데도 수컷보다 커 보인다. 몸집도 더 크고 꼬리도 더 길다.

앞에 있는 수컷은 몸집이 작고 꼬리가 더 짧다.
앞에 있는 수컷은 몸집이 작고 꼬리가 더 짧다.

얼핏 보면 암컷 물꿩이 수컷 물꿩을 여럿 거느리고 하는 일 없이 게으름을 피우며 놀기만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암컷이 여러 둥지를 찾아다니며 안전을 도모하고, 둥지를 관리하고, 수컷을 보살피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암컷 물꿩은 지속해서 둥지 주변을 순찰하고 경계를 서다가 다른 물새들이 둥지에 가까이 다가오면 공격하여 쫓기도 한다. 수컷 물꿩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새끼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 새끼를 기르는 부성애와 모성애에는 한 치의 차이도 없다. 한 연구를 보면 암컷은 17~21일의 번식 기간 동안 거의 7~10개의 둥지를 틀어 새끼를 번식한다.

잎이 넓은 가시연은 물꿩의 발판이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잎이 넓은 가시연은 물꿩의 발판이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가시연 위에 놓인 물꿩 알.
가시연 위에 놓인 물꿩 알.

물꿩은 걷거나 날아가는 동선과 둥지에 접근하는 동선이 정해져 있다. 수컷은 아침과 오후에 먹이를 사냥하고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는 둥지에 앉아 있다. 무더운 여름 뙤약볕에서 새끼를 위해 헌신하는 부성애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7월부터 10월까지 번식하고 인도 남부에서는 6월부터 9월까지 장마철에 번식한다.

새끼가 깨어난 뒤 알껍데기를 물고 나서는 수컷 물꿩.
새끼가 깨어난 뒤 알껍데기를 물고 나서는 수컷 물꿩.

천적이 알껍데기 냄새를 맡고 나타나 새끼를 해칠 위험이 있어 여러 곳에 나누어 멀리 내다 버린다.
천적이 알껍데기 냄새를 맡고 나타나 새끼를 해칠 위험이 있어 여러 곳에 나누어 멀리 내다 버린다.

물꿩은 알을 부리와 가슴 사이나 날개와 몸 사이에 끼고 옮길 수 있다. 알을 물 위로 밀어낼 수 있으며 포란을 방해받을 때 근처의 식물 위로 올릴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둥지를 약 15m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 알을 품는 기간은 26~28일이다. 새끼가 태어나면 재빨리 알껍데기를 물고 여기저기 내다 버리는데 이는 포식자의 관심을 흐트러뜨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물꿩 새끼는 태어나 아비를 따라 수초 위를 걸어 다니다 50여 일이 지나면 날 수 있다.

알에서 깨어난 물꿩 새끼들은 긴 발가락으로 수초를 딛고 돌아다닌다.
알에서 깨어난 물꿩 새끼들은 긴 발가락으로 수초를 딛고 돌아다닌다.

■ 우포늪 연도별 물꿩 개체 수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주영학 우포지킴이, 사단법인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공동 조사 자료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주영학 우포지킴이, 사단법인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공동 조사 자료

물꿩은 파키스탄에서 동쪽으로 중국 동남부와 동부, 남쪽으로 스리랑카, 대만, 필리핀, 대순다열도(수마트라·자바·보르네오·술라웨시 섬들) 및 인접한 작은 섬들에서 번식하고 남아시아에서 월동한다. 얼굴과 목, 가슴은 흰색이며 목 뒷면은 황금색, 배는 진한 고동색이다. 등은 어두운 갈색이며 꼬리는 검은색이다. 목의 부드러운 황금 노란색은 등과 부드럽게 이어지고 이를 분리하는 흰색 줄무늬와 검은색 선이 목의 측면에 있다. 날개는 흰색이다. 날 때 첫 번째 날개 끝은 진한 고동색이다.

수컷 물꿩은 새끼가 날 수 있을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수컷 물꿩은 새끼가 날 수 있을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비번식기 동안 머리와 등은 어두운 갈색이며 배는 흰색이다. 꼬리는 짧은 검은색이다. 수컷의 몸길이는 45~46㎝이고 암컷은 49~50㎝로 암컷이 더 크며 깃털도 더 다채롭다. 꼬리 길이도 수컷 25~26㎝, 암컷 28~30㎝로 암컷이 더 길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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