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애피레터 맛보기: 홍섭’s 애피랩
아프리카 무당거미 암컷. 수컷은 스스로 앞다리를 잘라 암컷이 먹도록 해 짝짓기에 도움을 얻는 행동을 한다. 존 리드필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선배님, 짝짓기 뒤에 살아남기 위해 재빠르게 내빼는 수컷 거미 기사 흥미롭게 봤습니당. 흔히 사마귀나 거미들은 이렇게 짝짓기 뒤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고 알려졌잖아요. 보아하니 수컷 거미도 죽기 싫어서 ‘비상 탈출’을 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암컷은 수컷을 잡아먹나요? 다른 동물들도 이렇게 짝짓기 뒤 상대를 잡아 먹는 일이 있나요? A 조기자가 답합니다
인육을 먹는 사람을 카니발이라 하고 그런 행동을 카니발리즘(동종포식)이라고 해. 사람을 포함해 1500종 이상의 동물에서 보고돼 있으니 꽤 흔한 행동인 셈이야. 특히 물속 동물의 90%는 적어도 생활사의 한 시기에 동종포식을 해. 큰 올챙이가 작은 올챙이를 먹고 입 큰 개구리가 작은 개구리를 먹고…. 성체가 새끼를 잡아먹는 행동은 동종포식을 하는 포유류 종의 84%와 파충류 종의 80%에서 나타나.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먹을 게 부족할 때 자기 몸과 비슷한 동종의 몸만큼 꼭 맞는 먹이가 어디 있겠어. 게다가 경쟁자의 입을 줄이는 효과도 나지. 그렇지만 역효과도 적지 않아. 당장 먹을 건 늘어나도 무리 규모가 작아지고 같은 종이니 병균이나 기생충에 쉽게 감염되지. 그런데 동종포식이 꼭 극단적인 먹이 부족에서 생기는 것만은 아냐. 질문한 성적 동종포식이 대표적 예이지. 거미나 사마귀, 전갈 등이 짝짓기를 하기 전이나 후 또는 도중에 상대를 잡아먹는 성적 동종포식을 하는데 먹히는 쪽은 대부분 수컷이야(최근 수컷이 암컷을 잡아먹는 뱀이 보고돼 화제가 되기도 했어). 왜 그럴까? 수컷은 자신의 정자를 남기고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나지만 암컷은 이후 힘든 생식과정을 도맡잖아. 암컷은 항상 부족하지. 만일 수컷이 암컷을 잡아먹는다면 결과적으로 수컷은 잠재적 짝짓기 상대를 잃는 셈이어서 그런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나지 않아. 반대로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어 충분한 영양분을 확보한다면 암컷은 충실한 알을 낳게 되고 수컷도 당장은 목숨을 잃어 다른 짝짓기 기회는 놓치더라도 더 튼튼한 자손을 남기기 때문에 꼭 손해만은 아니지. 실제로 짝짓기 때 수컷을 잡아먹은 북미산 낚시거미 암컷은 그렇지 않은 암컷보다 더 크고 많은 알을 낳았고 새끼의 생존율도 더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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