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쇠부엉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 글은 필자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의 이웃인 수민이(가명)의 시선으로 쓰인 글입니다. 수민이는 마을에서 쇠부엉이 구조를 경험하며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이 생겼답니다.
“야~ 장난 좀 그만해!” 6살 꾸러기 남동생과 놀아주느라 난 녹초가 되었다. 벌써 점심 때가 다 되어가는 데 부녀회 모임에 나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빠는 공부한다고 방에 틀어박혀 있었고, 어젯밤 늦게 귀가한 아빠는 쿨쿨 잠만 주무시고 계셨다.
안되겠다 싶어서 나는 엄마를 찾아 마을회관으로 가보기로 했다. 밖으로 나가자 따가운 햇살과 함께 길가의 푸른 나무와 풀이 눈부셨다. 맞다, 우리 마을은 토마토밭으로 유명한 시골이다. 한 발짝만 나가면 논에 개구리와 백로가 있고, 밭에는 박새와 물까치들이 떼를 지어 난다. 그리고 그 뒤의 낮은 산에는 진달래와 밤나무가 우거져 있다. 그 산에서 갖가지 산새가 지저귄다. 아니, 새는 마을 입구에서 차로 10분만 나가면 한강으로 이어지는 샛강에 더 많았다. 그곳에는 희귀한 새들이 많이 찾아와서 탐조하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곤 했다.
천천히 길을 걸어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엄마가 아줌마들 틈에 섞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엄마도 그렇고 다른 아줌마들도 무슨 라면 박스 같은 상자를 가운데 두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져서 나는 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큰 상자 안을 기웃거리는데 얼마 전 새로 이사 온 한솔이네 엄마가 막아섰다.
“다친 새가 놀라니 이제 상자 뚜껑을 닫을게요. 조금만 조용히 해주시면 좋겠어요.”
‘앗! 새라고?’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무슨 새일까? 뒷마당에 아침마다 딱딱거리던 딱따구리일까? 아니면 여기저기 덤불을 날아다니던 참새? 엊그제 새끼들을 거느리고 마을길을 걸어 다니던 꿩? 설마, 매나 부엉이 같은 큰 새는 아니겠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물었다. “무슨 새인데요?”
“이 새는 부엉이란다.”
“부엉이라구요? 난 부엉이 한 번도 못 봤는데, 좀 보면 안 돼요?”
“보고 싶으면 조금 이따가 보여줄게. 지금 많이 다쳤거든.”
“다쳤다고요?”
“응. 날개가 부러진 상태로 산에 쓰러져있는 걸 어떤 등산객이 구해왔어. 지금 피도 많이 흘리고, 잡혀오느라 놀라고 지친 상태라서 잠시 쉬어야 한단다.”
한솔이네 엄마는 다정하게 말하며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그런데 나는 또 궁금한 게 생겼다. “그런데 아줌마가 그런 걸 어떻게 아세요?”
“아줌마는 야생동물 수의사거든.”
그 말에 나는 이번에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야생동물 수의사라니!’
나는 너무 신기했다. 잠시 쳐다보고 있자니, 한솔이네 엄마는 여기저기에 전화를 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수민 엄마! 어떡하죠? 야생동물구조센터 구조대원이 모두 출동 나가고 없대요.”
“그래요? 이대로 오래두면 살기 힘들 것 같은데 걱정이네요.”
“제 말이요. 빨리 야생동물구조센터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한솔이네 엄마와 우리 엄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걸 보고 내가 나섰다. “엄마! 우리가 그럼 구조센터에 데려다주면 되잖아요!”
“구조센터까지는 차로 2시간30분이나 걸리는 먼 거리야. 거기까지 어떻게 가려고 하니?”
마을에서 다친 쇠붕엉이를 구조한 후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된 수민이(가명)가 쓴 시.
나는 실망했다.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그 때였다.
“내가 데려다 줄게!”
어느새 잠에서 깨어나 우리를 찾아 나온 아빠가 옆에 서서 말씀하셨다.
“우와 정말이에요? 그럼, 나도 따라갈래요.”
나는 얼른 나섰다. 잠시 후, 아빠의 자동차에 부엉이를 옮기면서 한솔이네 엄마는 상자를 반쯤 열어 부엉이를 보여주며 내게 당부하셨다. “잘 보렴. 부엉이는 맹금류란다. 맹금류란 사냥을 해서 작은 동물들을 잡아 먹는 새야. 그래서 고기를 찢어 먹기 위해 이렇게 부리가 뾰족하고 발톱도 사냥무기라서 갈고리처럼 날카롭단다.”
커다란 노란 눈의 부엉이는 나를 보더니 몸을 뒤로하고 발톱을 들어 할퀴려고 했다. 그러자 한솔이네 엄마가 한 마디 더 했다. “야생동물들은 사람들을 매우 무서워한단다. 그래서 네가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래. 너무 다가가면 오히려 공격할 수 있어. 그러니 궁금해도 가는 동안 자꾸 상자를 열거나 만지려고 하면 절대 안 된단다. 알았지? 그게 네가 이 새를 돌봐주는 방법이야.” 그 말과 함께 한솔이네 엄마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네!” 나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아빠와, 어느새 달려온 오빠와 함께 얼른 자동차에 올랐다. 구조센터로 가는 길은 꼬불꼬불 참 멀었다. 가는 동안 우리는 부엉이가 괜찮은지 작은 틈새로 확인해봤다. 부엉이는 지쳤는지 눈만 끔벅끔벅하며 누워만 있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도착하니 야생동물 관리사 두 분이 달려 나와 재빨리 응급처지에 들어갔다. 그리고 곁에 있던 다른 한 사람이 한솔이 엄마처럼 우리에게 말했다. “이 새는 우리나라에 드물게 나타나는 멸종위기동물인 ‘쇠부엉이’란다. 천연기념물 324호로 지정된 귀한 새지.”
그리고 동물관리사 아저씨는 구조센터에 실려 온 다른 동물들도 보여주셨다. 구조센터에는 밀렵꾼이 설치해 놓은 올무나 덫에 걸려 다리가 다친 너구리와 고라니, 농약 때문에 중독되어 온 해오라기나 백로들, 그리고, 먹을 것이 부족해 탈진해서 들어온 참매 등 다치거나 아픈 야생동물들이 정말 많았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동물관리사 선생님들께 우리 쇠부엉이를 꼭 살려달라고 부탁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내내 다친 야생동물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꿈이 생겼어. 야생동물들을 돌보고 보호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급격한 속도로 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위기의 지구
얼마 전 세계 자연보전기구는 현존하는 동물들 가운데 포유류 22%, 양서류 43%, 파충류 29%가 멸종위기종이라고 발표했어요 . 멸종위기종이란 개체수가 극단적으로 감소해서 확실히 멸종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동식물을 말해요 . 전문가들은 최근에 멸종속도가 옛날보다 1천배에서 심하게는 1만배까지 빨라졌고 이는 6번째 ‘생물 대멸종’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대요 . 지난 5번의 대멸종의 시기에는 지구상 생물종의 95%까지도 사라졌었다고 하니 심각한 위기에요 .
숲과 정글 , 강과 바다 등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 약재나 장식품 , 모피 등을 위해 야생동물을 밀렵하여 잡아가는 비양심적 사람들 때문에 , 또 , 환경의 오염과 파괴로 인한 이상기온 및 급격한 기후변화로 야생동물들은 사라지고 있어요 . 야생동물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 생태계의 파괴로 더 이상 사람조차도 살수 없는 지구가 될 거예요 .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