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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도둑맞은 숲, 쓰러진 고릴라 가족

등록 2018-09-25 13:59수정 2018-09-25 17:34

[애니멀피플] 마승애의 동물학교
콜탄 채굴, 전염병, 전쟁, 밀렵…
인간의 탐욕에 사라지는 고릴라들
새끼 고릴라가 숲에서 어미 등에 매달려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새끼 고릴라가 숲에서 어미 등에 매달려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이 이야기는 멸종위기종인 고릴라의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스토리입니다.

우지끈! 부르르릉!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낯선 굉음이 울리며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니 우리 가족이 요즈음 아침 식사를 하던 쿠소나무숲이었다.

“아빠! 쿠소나무숲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요.”

“인간들이야! 또다시 우리 숲을 사라지게 하고 있어.”

“그럼 저 이상한 소리가 나무를 잘라내는 소리인 거에요? 도대체 왜 나무를 잘라요?”

“인간은 땅을 파서 뭔가를 캐내고 있단다. 검은 돌조각인데 그게 뭐 좋다고 그러는 건지. 어쨌거나 조심해야 한다. 검은 돌만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노리고 있으니.”

아빠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마침 엄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런, 어쩌나? 쿠소나무숲도 며칠을 이동해서 간신히 발견했는데, 또 어떻게 열 마리나 되는 우리 가족의 먹거리를 찾아낸담.”

우리 가족 무리는 사실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몸집이 커서 채식을 즐기는 우리 고릴라가 먹는 풀의 양은 상당하여, 그만큼의 먹이 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 곳을 찾기는 항상 쉽지 않았다.

고릴라 무리가 숲에서 쉬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고릴라 무리가 숲에서 쉬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아침 먹을거리를 찾으려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봤지만 마땅한 먹이가 없어 결국 인간들이 진을 치고 있는 부근까지 다시 내려오고 말았다. 그렇게 반나절 이상 헤맨 끝에 우리는 마침내 적당한 대나무 숲을 찾아냈다. 인간들이 있는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아 아빠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배고프다는 가족들의 성화를 이길 재간이 없었다. 나는 배가 고파 허겁지겁 엄마와 함께 뾰족이 올라온 먹음직스러운 대나무 순 하나를 집어삼켰다. 그런데 발밑에 무언가 물컹하고 밟혔다.

“웩! 똥이잖아. 아! 더러워.”

“인간의 똥이다. 이런….”

엄마·아빠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사실 수개월 전 삼촌이 인간들이 숲에 버린 똥을 만졌다가 병에 걸렸다. 삼촌은 며칠간 계속해서 토하고 설사를 하다가 결국은 죽고 말았다. 게다가 삼촌을 간호하던 이모까지도 함께 같은 증상을 보이며 죽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이제 나 죽는 거야?” 더러운 똥이 묻은 발을 바라보면서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죽다니. 아니야, 아니야. 괜찮을 거야.” 엄마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나를 달랬다.

하지만,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심한 열로 쓰러지고 말았다. 열이 오르니 온몸이 쑤시고 속이 좋지 않아 음식도 삼키기 힘들었다. 엄마는 아빠와 무리에게 말했다.

“우리를 버리고 가요. 난 이 아이와 둥지를 함께 써서 이미 병이 옮았을 거예요.”

“그 병이 아닐 수도 있어. 이런 이유로 당신을 버릴 수는 없어.”

“아니에요. 당신은 무리를 지켜야 해요. 우리의 대장 ‘실버백’이잖아요.”

나머지 이모와 새끼들을 바라보며 아빠가 울음을 삼켰다.

나는 외치고 싶었다. ‘아니야. 우리를 버리지 말아요. 병에 걸린 것 아니에요.’ 하지만 기운이 없어 아무런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결국 아빠와 나머지 가족들은 엄마의 회유 끝에 우리 둘을 남기고는 떠났다.

가족이 떠난 후, 잠시 울적해 하던 엄마는 나를 바라보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설마 엄마까지 나를 버린 건가 생각하는데, 한참 후에 엄마가 처음 보는 여러 풀을 들고 나타났다. 엄마는 산과 계곡을 누비며 할머니와 그 위의 할머니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약초를 찾아온 것이었다. 엄마는 작게 씹어 나의 입에 넣어주었다. 씁쓸한 약초를 삼키며 며칠을 견디어내자 어느덧 신기하게도 열이 내렸다. 다시 소리 내고 걸을 만큼 기운도 났다. 아마도 다행히 삼촌을 죽인 무서운 병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며칠이 지나 내가 무서운 전염병에 걸렸던 것이 아니란 확신이 들자 엄마는 다시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산 위로 올라간다고 했는데, 저 위로 갔을까?” 이리저리 살피며 엄마가 말했다.

“산 위엔 먹이가 많지 않으니 저 아래 인간들 사이로 갔을지도 몰라요.”

엄마와 나는 무리의 흔적을 쫓아 이곳저곳을 헤매다녔다. 그런데, 어디선가 벼락이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탕! 탕! 탕! “또 인간들끼리 서로 죽이고 싸우는 건가?” 언젠가 인간들이 불을 뿜는 쇳덩어리를 서로에게 겨누며 죽고 죽인다는 아빠의 말이 떠올라 내가 말했다.

“그래, 인간들이 아마 그 검은 돌조각 때문에 또 서로 싸우는 것 같구나. 우리 위험하니 피해서 멀리 돌아가자.” 엄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워워워~!” 고릴라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평화를 즐기며 부끄러움이 많은 고릴라는 이렇게 흥분하여 소리 지르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상했다.

누구지? 한 번 더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울부짖는 소리가 또 들렸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실버백 고릴라의 드러밍(가슴을 치며 위협하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아빠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그리고 다시 총소리까지 울렸다.

탕!탕!탕!탕! 엄마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뛰었다. 가족들이 위험에 처한 것이 분명했다. 한참 숲을 가르며 뛰던 중 갑자기 엄마가 멈추어 섰다. “여기에 숨어있어. 내가 확인하고 올게.”

“싫어요. 나도 갈테야!”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안돼! 너는 아직 몸도 온전치 않은데 같이 움직이다간 둘 다 죽을 수 있어!”

고릴라를 보호하는 레인져들에게 적발된 고릴라 밀렵. 부시미트(야생동물고기)등을 위해 학살되었다. WWF 제공
고릴라를 보호하는 레인져들에게 적발된 고릴라 밀렵. 부시미트(야생동물고기)등을 위해 학살되었다. WWF 제공
엄마는 나를 풀숲에 숨겨두고 뛰어갔다. 하지만 곧이어 ‘탕!탕!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날카롭게 들리던 고릴라들의 울부짖음이 모두 멈췄다. 그대로 숨어있기만 할 수는 없었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을 이끌고 나는 그곳으로 천천히 기어갔다. 저 멀리 인간들이 보였다. 그들은 의기양양하게, 불을 뿜는 쇳덩이를 든 채 아빠를 끌고 가고 있었다. 눈이 허옇게 돌아간 아빠는 검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피는 아빠의 몸에서 끝도 없이 흘러내려 웅덩이에 고였다. 나머지 가족들도 여기저기 피를 뿌리며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엄마…. 엄마는 총은 맞았지만 아직 정신은 잃지 않은 듯했다. 그런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엄마가 눈으로 말했다. ‘도망가! 제발 이리로 오지 마.’

하지만, 엄마를 그대로 둘 순 없었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다음 순간 총소리가 들렸다. 탕탕탕! 그러자마자 내 몸 여기저기서 섬뜩한 통증이 밀려왔다. 불에 지진 쇠막대기로 찌르는 느낌이었다. 너무나 아파서 나중에는 그 통증마저 느끼지 못하고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의 눈이 깜박거렸다. 그리고 반짝였다. 뜨거운 눈물이었다.

휴대폰의 주원료, 콜탄

콜탄은 핸드폰, 게임기, 노트북 등 첨단기기에 꼭 필요한 고가의 광물입니다.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에 전 세계 콜탄의 약 80%가 묻혀있습니다. 그래서 콩고민주공화국은 부자가 되었을까요? 오히려 서로 콜탄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에 휩싸인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서로서로 죽이며, 무분별하게 숲을 갈아엎고 불태우며 콜탄을 채취합니다. 게다가, 콜탄을 채취하는 동안 식량을 얻기 위해 고릴라 같은 야생동물을 밀렵해 잡아먹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고릴라와 같은 야생동물들의 멸종을 심각하게 가속하고 있습니다. 핸드폰, 노트북 등을 반드시 재활용하고, 아프리카의 평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심각한 멸종 위기의 고릴라

고릴라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IUCN Red List)에서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고릴라가 멸종 위기인 이유는 콜탄 채굴, 경작지 조성 등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 전쟁, 사람으로부터 전파된 에볼라바이러스 같은 각종 전염병, 고기로 잡아먹거나(부시미트) 머리·손발 등을 미신도구 등에 사용하기 위한 밀렵 등 때문입니다.

다행히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종이었던 마운틴고릴라의 경우, 1981년 약 25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세계 각국의 보전기관과 동물원들의 적극적인 보호활동을 통해 간신히 그 수를 880마리 수준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아직 충분히 안정적이지 않으며 각종 위협 상황으로 언제든 멸종될 수도 있습니다.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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