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과 검은색 깃털이 잘 어우러진 흰비오리 수컷의 외모는 중국의 자이언트판다를 떠오르게 한다.
흰비오리 수컷을 보면 중국의 희귀포유류 자이언트판다가 떠오른다. 작은 새와 곰을 비교한다는 것이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그런 연상을 하는 이가 많다.
흰 바탕에 검은 무늬가 닮았다. 특히 눈 주변 검은 점은 똑같다. 흰비오리는 42㎝ 정도의 크지 않은 새이지만 경망스럽게 행동하지 않는 귀엽고 조용한 새다.
항문 아래쪽에 기름샘이 있어 그곳에 부리와 얼굴을 문질러 기름을 묻힌 뒤 몸의 구석구석에 바른다. 몸단장하고 나면 방수가 되어 물이 묻지 않는다.
방수가 된 폭신한 깃털이 공기층을 형성해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흰비오리는 대부분 서너 마리가 무리를 이루어 월동하지만 10~15마리 안팎이 함께 지내기도 한다. 10월 중순에 우리나라에 도래하여 3월 하순까지 관찰된다. 이번 잠수를 끝으로 번식을 위해 툰드라의 호수지대로 이동할 것이다.
흰비오리는 알려진 것과 달리 드물게 관찰할 수 있는 겨울 철새다. 북한에서는 흰비오리를 ‘까치비오리’라 부르는데 까치와 비슷한 흑백의 느낌이 들어서일 것이다.
흰비오리의 작은 무리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먹이를 잡는다. 그물을 쳐 물고기를 몰아가는 형태로 협동 사냥을 한다.
경계심이 유난히 강해 사람의 접근을 꺼리며, 다른 오리들과 달리 멀리 떨어져 나름대로 안정성을 확보한다. 날 때는 수면 위를 달려야 하며, 긴 목을 앞으로 뻗으면서 난다.
급히 흐르는 강보다 넓은 강가의 숲과 저수지, 호수, 낮은 지대를 좋아한다. 얕은 물에서는 15~20초 정도 잠수하여 먹이를 잡고 깊은 곳에서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잠수성 오리들의 먹이 습성은 서로 비슷하여 작은 어류, 조개류, 갑각류, 수초 등을 먹는다.
머리 깃을 내린 것은 주변의 안전이 확보되어 잠시 긴장을 늦춘 상태로 보인다.
오리와 흰비오리는 같은 오리과에 속하지만 부리 모양과 먹이로 구분할 수 있다. 비오리류는 잠수성 오리다. 오리류는 떨어진 낱알이나 수초, 채소류를 주식으로 삼지만 비오리류는 물고기를 주로 먹는다.
먹이에 따라 부리 형태도 다르다. 오리류 부리는 넓적하지만 비오리류는 물고기 사냥을 위해 부리가 가늘고 윗부리 끝이 갈고리처럼 구부러졌다. 미끄럽고 빠른 물고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톱니 모양의 부리에 한 번 잡힌 물고기는 빠져나가기 힘들다.
흰비오리 수컷은 멀리서 보면 몸 전체가 흰색으로 보이지만, 눈 주변에 검은색 반점이 있고 옆구리에는 검은색의 가로줄 무늬가 나 있다. 또 등과 가슴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다.
뒷머리에는 흰색과 검은색 댕기가 있다. 암컷의 머리는 붉은 갈색이고 등은 회색, 배는 흰색이다. 날 때는 날개에 흰색과 검은색의 무늬가 뚜렷하다.
두 쌍의 흰비오리 부부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암컷은 전체적으로 회갈색이며, 머리에서 뒷목까지 적갈색이다. 턱과 목에 흰색의 경계가 명확하다. 암컷과 수컷 모두 다리는 푸르스름한 회색, 부리는 회색이다.
흰비오리는 유라시아 대륙의 아한대에서 번식하며 큰 하천, 강변 숲에 있는 참나무나 버드나무 등의 나무 구멍을 이용한다. 때로는 인공 새집에서 번식하기도 한다. 알은 크림색이 도는 흰색으로 5~14개를 낳는다. 유럽, 카스 피해, 인도 북부, 중국 동부, 일본에서 월동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 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김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