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이형주 ‘어웨어’ 대표 인터뷰
“등록제로 유사 동물원 난립…‘허가제’로 바꿔 규제 강화해야”
“등록제로 유사 동물원 난립…‘허가제’로 바꿔 규제 강화해야”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 방문객들이 라쿤의 사진을 찍고 있다. 라쿤은 광견병 등 인수공통감염병을 매개한다. 어웨어 제공
“수의사가 상주하는 공영동물원 등을 제외하곤 갑작스럽게 동물이 죽었다고 해서 병성 감정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조사되지 않은 케이스가 더 많을 것이다.” ―아이들은 동물들을 만지고 먹이 주는 걸 좋아한다.
“뱀을 목에 두르고, 친칠라를 머리 위에 놓고 사진 찍고… 아이들에게 뱀을 한번 만져보라고 하면, 무서워하면서 억지로 만지기도 한다. 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비교육적이다.” ―외국의 모범적인 동물원도 체험 프로그램을 하나?
“다양한 인터액션 프로그램을 고민한다. 이를테면, 죽은 거북이의 등딱지를 만진다거나 동물 상식을 전해주는 퍼즐을 이용한다든가… 국내에서 체험형 동물원이 성행하는 이유는 기존의 공영동물원이 잘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한 동물카페에서 여우가 돌아다니고 있다. 어웨어 제공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동물원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웨어 제공
“우리가 70~80곳을 가봤다. 동물원이라 부를 수 있는 시설은 20곳도 안 된다. 현행 동물원법에서는 10종 이상 50마리 이상을 관람 목적으로 보유하면, 동물원으로 등록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도 동물원이고, 지하에 소규모 점포를 낸 곳도 동물원이다. 동물원인데 반려동물 판매업으로 동시 등록한 업체도 많다.” ―야생동물 카페(10종, 50마리 이하)는 지난해 64곳에서 올해 48곳으로 줄었다. 이유가 있나?
“지난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고 언론에서 수백 번 다뤘다. 사람들도 나쁘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정부도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자들이 시장을 떠나는 쪽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체험형 동물원이 동물에게 밥을 못 준다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말해보자. 그들이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수달을 이용했나? 돈을 벌기 위해 썼지. 여태껏 동물들을 열악한 시설에 가둬 상업적으로 이용해놓고, 국가에 비용을 보전해달라는 건 부당하다. 동물들을 더 좋은 시설로 보내지 않을 거면, 세금을 들여 지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왜 규제를 못 하나?
“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야생동물을 기르려면 돈도 있어야 하고, 전문 인력도 있어야 하고, 방역 역량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본적인 등록 조건만 갖추면 다 받아주니까, 동물원이 100곳이 넘었다. 환경부 본부의 동물원 담당 인력이 단 한 명이다. 관리·감독 권한이 지자체로 이양됐는데, 담당 공무원들도 다른 업무를 보면서 한다. 영국은 동물원 면허제와 검사관 제도를 운용한다. 문제가 생기면 야생동물 전문 검사관이 나가서 제대로 하나 본다.” ―‘동물원을 폐지하자는 소리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야생에 돌아가지 못하고 사람의 보호를 받는 동물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무엇을 동물원이라고 정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동물원의 목적과 동물을 가두는 방법을 개혁해야 한다. 유사 동물원들을 솎아내야 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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