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태국 관광용 코끼리 조련 영상 공개 두 살짜리를 어미에서 분리, 결박하고 때리고 굶기고… 정신적 충격과 무력감 주며 트레킹용 코끼리 만든다
어미에게 강제로 분리된 새끼 코끼리는 맞으면서 훌라후프를 돌리는 걸 배운다. 조련사가 손에 쥔 것은 날카로운 갈고리가 달린 ‘불후크’이다. 세계동물협회 제공
코끼리가 인간 사회에서 이용된 역사는 오래됐다. 고대 인도에서 전쟁에 투입됐고, 숲에서 운송 수단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코끼리가 개, 고양이, 소, 돼지처럼 가축이 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다. 코끼리의 야생의 유전자는 강력해서, 사육된 코끼리에서 태어난 새끼조차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다. 우리가 코끼리를 야생동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세계동물보호협회(WAP)는 29일 타이의 관광 산업에 동원되는 코끼리를 대상으로 ‘파잔’ 의식을 행하는 현장에 잠임 취재해 찍은 동영상 원본을 <애니멀피플>에 보내왔다. 이 동영상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타이의 코끼리 사육 캠프를 찍은 것이다. 이 단체는 “어미 코끼리로부터 새끼를 떼어내, 나무 기둥에 묶은 뒤 반복적으로 때렸다. 그리고 쇠사슬에 묶은 뒤 걷도록 했다”고 밝혔다.
파잔은 타이와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는 코끼리의 길들임 의식이다. 코끼리의 의식을 짓밟는 행위(crushing)로, 조련사가 폭력적인 행동으로 코끼리를 압도함으로써, 코끼리를 맥을 못추게 한다. 보통은 어미 코끼리 밑에서 보살핌을 받던 새끼를 떼어낸 뒤, 짧게는 며칠 길게는 일주일 이상 파잔을 진행한다.
코끼리 조련사들은 파잔을 거쳐야 코끼리의 야생성이 제거된다는 믿음이 있다. 과거에는 야생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식으로 쓰였는데, 지금은 코끼리 트레킹이나 코끼리쇼 등 관광용 코끼리를 조련하는 데 쓰인다.
타이에서만 2800마리의 코끼리가 이러한 사육 캠프에서 훈련을 받으며 관광용 코끼리가 된다고 세계동물보호협회는 설명했다.
파잔 의식은 새끼를 어미에게서 떨어뜨리는 걸로 시작된다. 새끼가 어미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세계동물보호협회 제공
어미 코끼리에게서 떨어진 새끼는 나무 기둥에 결박된다.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코끼리는 체념을 배운다. 세계동물보호협회 제공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19년 6월 ‘보이지 않는 고통: 야생관광의 어두운 진실’ 기사에서 관광용 코끼리를 다루는 마후트(코끼리 조련사)를 인터뷰해 파잔을 고발했다. 파잔 기간 동안 코끼리는 나무 기둥에 밧줄에 결박되어 굶거나, 반복적으로 날카로운 갈고리(불후크)로 맞는다. 야생의 영혼이 사라진다고 할 때까지 때린다.
“새끼 코끼리가 두 살이 되면, 마후트는 어미를 나무에 묶고 새끼를 천천히 빼 온다. 어미와 새끼가 떨어지자마자, 새끼는 결박된다. 불후크로 귀를 때리면서, 새끼에게 움직이라고 가르친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앞으로’, ‘멈춰’ 등. 코끼리에게 ‘앉아’를 가르치는 방법을 (마후트인) 완차인 살라응남이 설명했다. ‘먼저 코끼리 앞다리를 묶어요. 그 뒤 한 명이 불후크로 뒤를 때립니다. 다른 사람은 밧줄로 앞 다리를 묶어 끌어요’.”
새끼 코끼리를 조련하는 기본 도구는 ‘불후크’라는 철제 갈고리가 달린 막대이다. 사람과 함께 걷도록 가르치는데, 새끼 코끼리가 주저앉으면서 저항하고 있다. 세계동물보호협회 제공
다른 사회에서 코끼리를 길들이는 것은 긍정적 강화(행동을 가르치고 포상을 주는 행위)로 바뀌었지만(그렇다고 코끼리 사육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동물학대인 파잔 의식이 이어지고 있다. 파잔은 잔혹한 코끼리의 성년식이다. 어미로부터 새끼는 독립하지만, 그 뒤 새끼는 추악한 관광 산업의 로봇이 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