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희생된 삵. 허가받지 않았거나 비인도적인 방법을 통한 야생동물 포획은 명백한 불법이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야생동물들은 그들의 삶을 처절하리만큼 힘을 내어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막연히 ‘잘 살고 있겠지’ 생각했던 야생동물들의 험난한 삶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린다. 다치고, 병들고, 죽어가는 야생동물이 구조되어 가는 곳,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개소 10주년을 맞아 이곳을 거쳐 간 생명의 기록을 공개한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이하 구조센터)가 오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우리 만난 적 있나요?’라는 주제로 조난에 처한 야생동물 사진 전시회를 개최한다. 2010년 문을 연 구조센터는 지난 10년간 충청남도 내 조난 야생동물 구조에 힘쓰며, 일반 시민들에게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책 발간, 자원봉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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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잡이 끈끈이에 피해를 당한 황조롱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이번 전시는 지난 10년간 구조센터가 구조와 치료, 재활을 도와온 1만여 마리 야생동물이 모델이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지켜낼 수 있었던’ 100여 마리의 사진이 전시된다. 전시작들은 모두 구조센터가 업무용으로 촬영한 사진 가운데 선별됐다.
구조센터는 전시 소책자에서 “야생동물은 계속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니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망각하기 쉽다”며 “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지만, 문제는 오늘날 그 과정에서 인간이 끼치는 영향력이 너무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소책자를 통해 엿본 전시 사진을 보면, 파헤쳐진 서식지 앞에서 오갈 곳을 잃은 수달과 인간이 놓은 덫에 죽어간 삵, 밭 그물에 발이 엉켜 매달린 새매와 유리창, 방음벽에 충돌해 추락한 오목눈이의 사연이 담겨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개소 10주년을 맞아 ‘우리 만난 적 있나요?’라는 주제로 조난에 처한 야생동물 사진 전시회를 개최한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구조센터 김봉균 재활관리사는 “전시에서는 테마마다 2장의 사진이 배치될 예정이다. 자연에서 정상적으로 잘살고 있는 동물의 모습과 인간의 피해로 고통받는 동물의 현실이 담긴 사진이 같이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풀숲에서 새끼를 보듬고 있는 고라니의 사진과 도로 위에서 함께 생명을 잃은 고라니와 어미와 새끼의 사진이 나란히 전시되는 형식이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동물들의 위태로운 현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이 김봉균 재활관리사의 설명이다.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한 동물 박제와 시청각 자료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박영석 구조센터장은 “국내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현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동물의 모습이 주를 이뤄 마음이 불편할 수 있지만,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현실이 담긴 작품들”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환경부와 충청남도 및 공주대학교의 협력으로 개최된다. 9월18일(금)부터 27일(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드플로허’에서 10일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