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뉴스룸 토크] 동물뉴스룸 토크-김봉균 야생동물 재활관리사
충남야생동물센터 펴낸 책 ‘우리 만난 적 있나요’
하루 멀다하고 구조되는 야생동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까지 감동 어린 사연들
중앙분리대 근처에서 새끼 흰뺨검둥오리들이 헤매고 있었다. 어미를 따라 강가로 가면서 길을 건너는 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미는 이미 차량에 치어 사체가 되어 있었다. 이들을 데리고 와 3개월 뒤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야생동물 구조 이야기를 다룬 책 ‘우리 만난 적 있나요?’(양철북 펴냄·1만4000원)을 냈다. 냉장고에 누룩뱀 겨울잠자리를 만들어주고, 학교 교무실 천장에 나타난 하늘다람쥐를 돌려보내준 일 등 책에는 신비로운 야생동물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책의 대표 저자인 김봉균(29)씨를 동물뉴스룸에 초대해 야생동물 재활관리사에 대해서 들어봤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일하는 김봉균 재활관리사는 한겨레 생태환경 웹진 ‘물바람숲’을 시작으로 동물전문 매체 ‘애니멀피플’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짧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재활관리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저를 소개하기에 가장 적절한 수식어는 그냥 ‘야생동물의 친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랫동안 녀석들의 곁을 지킬 친구.”
-물바람숲에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요?
“구조센터에서 지켜보는 야생동물의 삶은 저마다 빛나고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어요. 녀석들과 직접 접촉할 수 없는 대중에게 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생태 감수성을 높일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충남센터 블로그에 소소하게 녀석들의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고, 물바람숲의 조홍섭 기자님께서 물바람숲에 필진으로 참여할 것을 권유해주셨습니다.”
하디 귀한 멸종위기종 하늘다람쥐 새끼가 학교에 나타났다. 천장 구멍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보였다. 구멍 아래 임시로 새끼 머물 공간을 만들어 주니, 어미나 형제로 보이는 다른 다람쥐가 와서 데려갔다.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동물 구조기가 실렸습니다. 계절별로 가장 자주 구조되는 동물이 무엇인가요?
“봄과 가을은 겨울철새와 여름철새가 찾아오고 떠나는 교차점이예요. 다양한 철새들이 구조되어 들어옵니다. 그렇기에 어떤 특정 종이 많이 들어온다고 꼽기 어렵습니다. 물론 개체수가 많은 텃새나 포유류의 구조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이는 모든 계절이 마찬가지고요.”
-여름은요?
“여름에 야생동물의 번식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조류, 포유류를 가리지 않고 새끼동물이 센터를 가득 채웁니다. 종 다양성도 높고요. 그래도 역시 인가 근처에 서식하면서 사람과 접촉이 많은 종이 자주 구조됩니다. 조류는 흰뺨검둥오리와 황조롱이 새끼들이, 포유류는 고라니와 너구리 새끼들이 가장 많이 구조되죠. 새끼 동물의 구조는 신중해야 합니다. 정말 어미를 잃어 구조가 필요한 상황도 있지만, 반면에 전혀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 무턱대고 구조를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새끼가 걱정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선행하지 않는다면 새끼동물과 어미를 생이별 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죠.”
-겨울은요?
“겨울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대형 맹금류의 구조가 증가합니다. 독수리나 흰꼬리수리 같은 대형 맹금류가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는 녀석들이니 당연한 거지만요. 최근 충남권의 어느 지역에서 농약을 먹어 폐사한 가창오리를 먹은 대형 맹금류의 2차 농약 중독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희 센터에서 접수받은 독수리와 흰꼬리수리를 합쳐 약 30마리 정도가 됩니다. 농약에 노출된 이유(유기·의도적 살포)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파악 중이긴 하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야생에서 구조된 누룩뱀에게 겨울잠을 재워주는 게 가능할까? 스티로폼 상자에 숨구멍을 뚫고 잘게 찢은 신문지와 물그릇을 넣은 뒤 누룩뱀과 함께 냉장고에 넣었다. 누룩뱀은 두 달이 지난 뒤 무사히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야생동물 재활관리사는 직업이 생소해요.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생긴 지 오래 되지 않았어요. 현재 ‘도’나 ‘광역시’ 단위로 13곳이 있죠. 재활관리사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직접적인 치료행위를 제외한 모든 활동에 관여합니다. 조난당한 야생동물 구조부터 재활, 훈련, 연구, 교육, 홍보, 행정을 망라해서 말이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거나 동물을 포획, 보정하는 과정은 꽤나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 국내에 서식하는 수많은 야생동물을 다루기 위해선 그들의 종별, 생태적 특성을 두루 파악해야 합니다. 재활관리사에게 끊임없는 공부가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여러 마리의 야생동물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냥 동물을 좋아해서 이 직업을 택한다면, 그런 현실이 꽤나 버거울 수 있죠. 쉽지 않지만, 억지로라도 무뎌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재활관리사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고자 하는 일종의 책임, 사명감 같은 것이 결여된다면 오래 임하기는 다소 어려운 직업일 수 있습니다.”
-책에서 누룩뱀의 겨울잠 장소를 마련해준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재활관리사를 하려면 무엇이든 잘 만드는 목수가 되어야 할 거 같기도 하고요.
“맞습니다. 아마추어 목수라고 하기엔 한참 부족하지만, 최소한 목공에 필요한 여러 공구를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국내에는 야생동물을 관리, 계류시키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을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구하려면 주문·제작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비용이 비쌀뿐더러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렇다보니 사람이 사용하는 물품이나 반려동물 용품을 야생동물에 맞게 변형시켜 사용하곤 합니다. 또 여러 재료와 공구를 이용해 뚝딱뚝딱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죠. 실제로 센터에는 어설프지만 필요에 맞게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여러가지가 곳곳에 즐비합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어새는 2년 뒤에 자연으로 돌아갔다.
-저어새 새끼를 구조해 2년 동안 함께 살다 풀어줬는데, 지금도 잘 사나요? 인식표 같은 게 있다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알 수 없다’입니다. 책에 소개된 ‘13-544 저어새’는 오른쪽 다리에 금속가락지(120-00658)를 부착해 보냈습니다. 보통 저어새에게 부착하는 유색가락지는 부착하지 않았습니다. 꽁지깃이 반 정도 없는 녀석에게 혹여나 부담으로 다가올까 우려해 최소한의 인식표만 부착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어 잘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온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오랜 시간 야생적응 가능성을 평가받았고, 녀석이 저희에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줬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야생에서 자신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글 남종영 애니멀피플 편집장 fandg@hani.co.kr,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