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 관리 정책이 바뀜에 따라 반달곰이 지리산 바깥으로 서식지를 옮겨도 회수하지 않는다.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곰 가족.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반달곰 KM-53은 ‘교통사고’를 당한 걸까?
지리산을 떠나 긴 여행을 떠난 KM-53은 현재 경남 산청 생초 나들목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지난 5일 이 주변에서 반달곰이 차량에 치였다는 신고가 들어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은 차에 치인 동물이 KM-53인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 기사
‘반달곰 KM-53, 다시 긴 여행 떠났다’)
KM-53이 김천 수도산 방향으로 여행을 떠난 것은 알려진 것만 해도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달곰을 지리산으로 회수하지 않는다. 환경부가 반달곰 관리 정책을 바꿔, 반달곰이 지리산 바깥으로 나가도 잡아들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반달곰의 서식지가 지리산 바깥으로 열린 셈이다.
10일 동물뉴스룸에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의 윤주옥 이사를 초대했다. 국립공원과 지리산 보전 운동을 해온 윤주옥 이사는 지난달 KM-53이 두 번이나 지나간 지리산~수도산 길을 답사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김천 수도산 방향이다. KM-53은 왜 자꾸 수도산으로 갈까?
“대형 포유류가 터전을 떠나는 이유는 암컷을 찾거나 경쟁에 밀려서 혹은 더 좋은 서식 환경을 찾기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분명한 것은 수도산 방향이 다른 야생동물들도 이용하는 길이라는 점이다. (동물 입장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길이다. 그 길을 따라 KM-53이 가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지피에스를 가진 것처럼.”
-KM-53을 본 적이 있나?
“수도산에서 두 번째 포획되어 회수됐을 때 포획틀 안에 ‘어억’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전남 구례 문수리 자연적응장에서 45일 있다가 지리산에 재방사됐지.”
-KM-53이 갔던 지리산~수도산 길을 답사했다고 들었다.
“곰이 걸어온 길을 직접 보고 싶었다. 실제로 가보니 의외로 산자락이 다 연결되더라. 이차선 도로가 중간중간 가로막는데, 차량 통행량도 그리 많지 않고… 묘하게도 교통사고가 났던 지점(생초 나들목 주변)에 갔을 때, 답사자들 모두가 멈춰서 한참을 쳐다봤다. 그리고 모두 ‘여기를 통과하려면 곰이 힘들었겠다’ 하고 말했다. 개활지처럼 사방이 트인 데다 논밭과 거주지가 가까왔고 큰 하천도 있었다. 곰 입장에서 조심해서 도로를 건널 수밖에 없겠다 싶었는데, 여기서 차량에 치였다는 신고가 들어온 거다. 거기에 안내판을 설치해달라고 그때 적극적으로 제안했어야 했는데… KM-53한테 미안하다.”
-또 다른 위험 구간은 없나?
“생초 나들목이 가장 위험해 보였다. 지리산에서 나와 엄천강 건너야 하는데, 곰이 건널 만하다. (생초 나들목을 빼곤) 나머지는 산줄기가 연결된다. 수도산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도로들은 대개 구불구불하고 통행량도 적다.”
지난해 6월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된 반달곰 KM-53. 지리산에서 약 80㎞ 떨어졌다. 이 사건 뒤 지리산으로 회수된 KM-53은 또다시 수도산으로 왔고 다시 회수됐다. 생명의 숲 제공
-교통사고를 당한 동물이 KM-53이 맞을 수도 있으니, 포획해서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하루에 1㎞씩 움직인다 하니까 지켜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아주 안 좋은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바로 회수해 치료해야 한다.” (관리 주체인 종복원기술원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달곰이 지리산 밖으로 나가도 회수 조처를 안 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잘 갖춰졌다고 보나?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다. 지난해 KM-53이 두 차례 수도산을 갔지만, 그동안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다. 반달곰이 지리산을 나갈 경우 예상 경로가 있다. 주변 주민들을 만나 안전 교육을 하고 올무를 수거해야 한다. 반달곰이 건널 가능성이 있는 도로에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 이런 일들을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아직 하지 않았다.”
-앞으로 KM-53처럼 지리산을 빠져나가는 반달곰을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반달곰은 의외로 신중한 동물이다.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서식지나 이동 경로 바깥으로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나오는 거다. 하지만 곰은 덩치가 크니까 의도와 무관하게 사람과 충돌했을 경우 사람의 피해가 클 수 있다. 그런 것에 대해 정부가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제 사람이 조심할 차례다. 곰은 이미 충분히 조심하고 있다.”
남종영 애니멀피플 편집장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