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피(애니멀피플)의 명예기자 ‘만세'는 두문불출이다. 만세는 지난해 10월 한국 언론 역사상 전무후무한 ‘고양이 기자’로 등록한 고양이. 만세가 (기사는 안 쓰고) 자신의 칼럼집 ‘나는 냥이로소이다’를 냈다. 3일 동물뉴스룸에 만세를 초대했다. 아래는 출판 기념 인터뷰.
-만세 기자님, 요즈음 기사가 잘 안 보여. 단톡방도 안 들어오시고.
“어영부영 기자가 됐다. 애 보랴, 칼럼 쓰랴, 멍 때리랴 초분을 다투며 바쁜 고양이 일상에 직업이 하나 더 추가되다니,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타이핑 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옹.”
-재택근무? 일본 출장? 근데 일본은 정말 다녀오긴 한 겁니까?
“당연히 다녀왔다, 나의 아바타가. 요즘 고양이 뒤꽁무니 따라다니느라 바쁘다.” (관련기사 ‘고양이 뒹구는 해변 마을…여기선 우리가 갑이다’)
-만세가 직접 글을 쓰는지 의심하는 독자들이 많다. 신소윤 기자가 대신 써준 건 아니고? 그래, 오케이. 신소윤 기자의 번역 오류는 없었나?
“그는 훌륭한 번역가다. 때때로 내 말을 너무 곡해하는 것은 아닐까 자책하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표시 내지 않고 그를 늘 응원했다. 내 책을 보고 독자들이 건방진 나의 말투에 빠져들었다. 그 뉘앙스를 살린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해야 사료라도 얻어먹겠지).”
자신의 책을 읽고 있는 만세. 제리(앞쪽)와 한 식구다.
-가족을 소개해달라.
“사람 셋, 동물은 나 포함 둘. 아기 지우, 개 제리, 신소윤 기자와 그의 남편이 있다.”
-당신이 서열 2위라고 주장하는데… 안 믿기는데?
“아기 다음 나라고 생각하는데, 나머지 가족 모두 아기 다음이 자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서열 2위? 우리는 평등하다.”
-책을 읽어봤는데, ‘고양이어 사전’이 왜 이리 얇아? 너 말 못하지? 신소윤 기자가 대신 써줬지?
“당연히 말 못하지. 내가 사람 말을 하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연락 온다.”
-책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뭐야?
“그냥 가만히 식빵이나 구우며 있으면 될 일을 늘 바쁘게 쫓기며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어떨 땐 좀 어리석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식빵 굽기: 고양이가 네 발을 배 아래 깔고 몸을 편안하게 웅크리는 자세. 위에서 보면 잘 구운 식빵.)
-만세 최고의 문장은?
“글쎄, 모든 문장이 명문이라옹…”
-끝으로, 다이어트는 생각 없어요? 우주대스타보다 유명해지려면?
“푹 퍼진 인절미 같은 나의 몸매가 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아닌가 보다. 우주대스타 히끄 인터뷰에 나를 대신해 다녀온 반려인1이 반려인2와 심각한 얼굴로 얘기하더라. 히끄는 한 끼에 사료 2/3 컵 분량만 먹으며 체중 관리한다고. 마당 산책하며 꼬박꼬박 운동도 하고. 역시 셀럽들은 관리를 하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애쓰지 않는 법. 어떻게든 되겠지.”
글 남종영 애니멀피플 편집장 fandg@hani.co.kr, 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