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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세젤귀’ 상괭이 좌초 미스터리 밝혀 멸종 막아야죠”

등록 2020-12-11 11:04수정 2020-12-14 11:42

[애니멀피플] 세계자연기금 이영란 해양보전팀장 인터뷰
IUCN 보전안건 제출·컨퍼런스 등으로 멸종위기 알려
“상괭이 혼획 막기 위한 어업인 상생 캠페인 구상중”
한반도 서해, 남해에 자주 나타나는 상괭이는 동아시아에만 서식하는 희귀한 소형 돌고래다. 등 지느러미가 없고 수줍은 성격으로 야생상태에서는 목격이 어려운 종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 제공
한반도 서해, 남해에 자주 나타나는 상괭이는 동아시아에만 서식하는 희귀한 소형 돌고래다. 등 지느러미가 없고 수줍은 성격으로 야생상태에서는 목격이 어려운 종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 제공
상괭이는 옛부터 ‘쇠물돼지’ ‘곱시기’란 별명으로 불려온 토종 돌고래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상광이로 등장하지만, 돌고래 치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종이기도 하다. 급격하게 개체수가 줄어 ‘멸종위기’라는 것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주로 한반도 서해, 남해에서 발견되는 상괭이는 동아시아에만 서식하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를 보면 2005년 3만6000마리였던 상괭이는 6년만에 64%가 감소해 2011년에는 1만300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이마저도 이미 10여년 전 수치다. 그 사이 해양수산부가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지정하고, 경남 고성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여전히 연구 인프라와 보전운동 인식은 부족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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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에 처한 ‘세젤귀’ 돌고래

그 사이 지난달 상괭이에게 큰 뉴스가 도착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전세계적으로 보호가 시급한 생물종으로 ‘상괭이 보전 결의안’을 채택한 것. 부끄럼 많은 토종 돌고래를 국제 무대로 끌어올린 건 세계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였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상괭이 보전안건 제출부터 국제 컨퍼런스 개최까지 현재 상괭이 알리기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세계자연기금 이영란 해양보전팀장(수의사)과 김현지 세계자연기금 오피서를 만나 그간의 활동에 대해 들었다.

세계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 이영란 해양보전팀장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상괭이 보전 결의안’ 채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괭이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WF 제공
세계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 이영란 해양보전팀장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상괭이 보전 결의안’ 채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괭이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WF 제공
8일 서울 종로구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회의실에서 만난 이영란 팀장은 상괭이가 아직 미스터리한 동물이라고 했다. “상괭이는 사실 엄청 귀엽게 생겼어요. 상괭이 컨퍼런스 발표자 중 한 분이 그러셨어요.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동물이고 그것만으로도 보전을 해야 한다고. 그런데 그 모습을 실제로 본 사람은 많이 없어요.”

둥근 머리에 작은 눈, 등 지느러미가 없는 쇠돌고래인 상괭이는 자연에서 목격이 쉽지 않다. 2m 크기의 작은 체구 탓도 있겠지만 인간을 몹시 경계하고, ‘고래 답지 않게’ 조용히 헤엄치기 때문이다. 반면, 어민들 사이에서는 꽤나 친숙한 생물이었다. 그물에 자주 걸려 올라왔기 때문이다.

2009년 이영란 팀장이 석사 논문을 쓰던 당시만 해도 상괭이의 사체를 구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다. 상괭이 200여 마리의 사체를 이틀만에 구할 정도였다. “당시는 보호종이 아니었으니까 어민들도 그물에 걸리면 단돈 몇 만원에라도 거래를 한 거예요. 그런 고기가 횟집에서는 싼 고래고기로 팔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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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괭이 헤엄치는 모습에 전문가들 난리”

그즈음 고래연구자들 사이에서 상괭이를 더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6년 해양수산부는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정하고, 2019년 12월 경남 고성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해마다 각국의 고래보유 현황을 보고받는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도 상괭이 혼획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2018년 세계자연기금과 이영란 팀장도 상괭이 보호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 학계나 해양환경단체들도 상괭이 알리기와 보호활동을 펼쳤지만 ‘화력’이 붙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9년 MBC 다큐 ‘바다의 경고, 사라지는 고래들’에서 자연상태의 상괭이를 명확하게 포착됐다. 부산아쿠아리움에서 다친 상괭이를 구조해 보호한 적이 있긴 하지만, 바닷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상괭이가 이토록 선명하게 찍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수십년간 상괭이는 계속 죽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제대로 된 기사나 캠페인이 없었죠. 왜냐하면 자료가 없었거든요. 상괭이를 찍었다고 해도 수면 위에 등만 살짝 보이거나, 아니면 사체 모습 뿐이었으니까. 얘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예요.”

이 팀장은 그냥 두면 묻힐 이 모습을 어떻게든 알리고 싶었다. 다큐를 제작한 이정준 감독의 허락을 구해 ‘상괭이 보호 캠페인’ 동영상을 제작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영상의 힘은 컸다. “반향이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세계자연보전연맹 전문가 그룹에서도 난리가 났어요. 1990년대부터 쇠돌고래를 연구한 연구자도 야생에서 상괭이가 이렇게 돌아다니는 장면은 처음 본 거죠.”

영상이 기폭제가 되어 세계자연기금 해외 사무소에서도 상괭이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고, 4년에 한번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총회에도 안건을 제출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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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획보다 좌초가 많아진 이유

김현지 오피서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상괭이 보전결의안은 ‘자연 보전계의 유엔 결의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오피서는 “유엔은 국가간의 연합이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은 국가, 기구, NGO등 다양한 단위들이 결합을 한다. 1400여 개 주체들이 4년에 한번 투표를 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을 결의안으로 채택할 것인가, 권고에 그칠 것인가 결정하는데 상괭이는 결의안으로 채택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목격하기도 어렵다는 상괭이를 위협하는 건 뭘까. “상괭이의 멸종 요인은 명확해요, 혼획이예요.” 혼획은 어민들이 어업 중에 의도치 않게 본래 잡고자 수산물이 아닌 생물을 섞어 잡는 것을 말한다. 이영란 팀장이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상괭이의 적 ‘안강망’이었다.

상괭이를 혼획하는 안강망의 원리를 설명 중인 이영란 팀장.
상괭이를 혼획하는 안강망의 원리를 설명 중인 이영란 팀장.
“안강망은 물살 센 지역에 꼬깔처럼 펼쳐져요. 뒤로 갈수록 그물이 좁아지는데 상괭이는 작은 돌고래니까 물고기를 따라 그 그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는 거죠.”

최근에는 상괭이 좌초 소식도 많이 들려온다. 지난달에는 제주 해역에서만 10마리의 상괭이가 떠밀려 왔다. 이 팀장은 이 또한 혼획의 피해일거라고 추정했다.

“고래연구소의 상괭이 폐사집계를 보면 2015년까지는 혼획이 많지만, 2016년부터는 좌초가 그 수치를 앞지르기 시작해요. 상괭이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면서 포획·채취·유통·보관·훼손 등이 금지된 영향 탓이라고 봐요.”

상괭이 혼획 상황을 알리는 세계자연기금 상괭이 보호 홍보영상. 영상 갈무리
상괭이 혼획 상황을 알리는 세계자연기금 상괭이 보호 홍보영상. 영상 갈무리
우리나라 어민들은 고래자원의 혼획을 비교적 투명하게 신고하는 편이다. 혼획이 이뤄지면 해양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해양경찰이 현장에서 작살의 흔적 등을 파악해 의도적 포경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2016년 이전에는 혼획 신고 뒤에도 거래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모두 지자체에서 사체를 수거하게 되어 있다. “가지고 들어오면 짐만 되니까, 해상에서 그냥 버리는 거죠.”

그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10명 남짓한 인력으로는 개체수 조사나 혼획 모니터링이 어렵다. 발견되는 사체의 부검도 일일이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상괭이 보호 결의안에 담긴 상괭이 개체 추세 및 분포 서식지 조사, 혼획 실태 모니터링, 위해요인 분석 및 혼획 저감계획 등을 실천하려면 무엇보다 연구 인력 양성과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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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0마리 남은 바키타 운명 피하려면…

지난 11월25일에는 ‘황해 상괭이 보전을 위한 협력’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해양수산부와 세계자연기금이 공동주최한 이날 컨퍼런스에는 국내외 유명 고래학자뿐 아니라 해수부 담당 부처 관계자, 고래 개체연구 기계 사업자까지 참석했다.

이영란 팀장은 이날 발표 가운데 인상적인 내용으로 소형 돌고래 ‘바키타’의 사례를 소개했다. ‘바다의 판다’라고 불리는 바키타는 상괭이와 같은 쇠돌고래과로 멕시코만에 서식했으나, 혼획으로 현재 야생에는 10마리 미만이 생존해 있다고 알려져있다.

상괭이. 해양수산부 제공
상괭이. 해양수산부 제공
“한 발표자가 ‘바키타 프리 수산물’ 운동 소개하면서 그래요. 상괭이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가장 중요한 건 어업인과의 협력이라고 봐요. 혼획을 줄이는 탈출망이 개발되었지만 실제로 활용되지 않으면 강제할 순 없으니까요.”

‘바키타 프리 수산물’은 바키타가 혼획되지 않은 수산물을 브랜딩한 것이다. 세계자연기금은 어업인과의 상생 대책으로 이처럼 상괭이를 희생시키지 않고 잡은 수산물을 널리 알리는 ‘친환경 수산물 브랜딩’ 캠페인을 구상 중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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