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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가 주저앉는다…중부지방 중심 무름병 등 확산

등록 2021-10-22 05:00수정 2021-10-22 09:34

충북 청주·괴산, 강원 춘천 등 주산지 상황 심각
농진청, 중부 10%, 해남 5~6%, 전북·경남 2~3% 피해
농민 “이상고온 등 자연재해 보상해야”…농림부 “좀 더 살펴봐야”
충북 청주시 미원면 장영철씨 부부가 21일 무름병 등으로 녹아내린 배추밭에서 한숨을 쉬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 청주시 미원면 장영철씨 부부가 21일 무름병 등으로 녹아내린 배추밭에서 한숨을 쉬고 있다. 오윤주 기자

수확을 열흘 남짓 앞둔 배추가 주저앉고 있다. 충청·강원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무름병·바이러스·냉해 등이 겹치면서 배춧잎이 이내 마르고, 밑동이 물러져 흐물흐물 녹는 현상이 번진다.

21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운교리 배추 들녘은 온통 ‘단풍밭’이다. 여느 해 이맘때 밭을 덮은 무성한 배추는 간데 없고 무름병으로 녹아 메마른 배추가 두둑에 간당간당 몸을 지탱하고 있다. 이미 녹고, 쪼그라들어 속이 야구공만해진 배추도 수두룩하다.

“30여년 배추 농사지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건질 게 한 개도 없어. 완전히 망했어.” 이 마을 토박이 장영철(78)씨의 말이다. 장씨는 지난 8월8일 문전옥답 1만㎡(3천여평)에 배추를 심었지만 한 포기도 수확하지 못했다. “농약·비료·품삯 등 헛돈만 쓰고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어. 배추는 물러 사그라지고, 내 속은 타들어 가.”

이웃 신창수(65)씨의 드넓은 배추밭 2만4750㎡(7500평)도 마찬가지다. 푸른색보다 누런 배추가 훨씬 더 많다. “간신히 서 있기는 한데 70~80%는 손 못 댈 정도야. 계약한 김치 공장에서 계약금 돌려달라는데….” 1㎞ 남짓 떨어진 곳에서 배추를 수확하던 이병래(57)씨는 “이상기후로 무름병에 바이러스, 냉해까지 와서 수확은 예년의 절반”이라고 푸념했다.

가을배추 산지인 청주 미원은 올해 배추 275㏊를 심었는데 무름병·바이러스 등으로 110㏊(40%)에서 피해가 났다.

충북 청주시 미원면 이병래씨가 병해가 난 배추를 가리키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 청주시 미원면 이병래씨가 병해가 난 배추를 가리키고 있다. 오윤주 기자

절임배추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이웃 괴산도 피해가 확산한다. 20일까지 군 전체 배추 재배 면적(598㏊)의 33%인 199㏊에서 무름병 등 피해가 났다. 청천면은 124㏊ 가운데 절반가량인 59㏊(48%)에서 절단이 났다. 황달성 괴산군 원예특작팀장은 “괴산 전역에서 무름병 등 피해가 났고,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배추 비상 상태”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홍성 등에서도 무름병 피해가 확인된다. 신성창 한살림 농산팀 지역 담당은 “김장용 절임배추 등 배추 수급 차질이 예상된다. 전국에서 배추를 찾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가을배추 산지 강원도 심각하다. 춘천시 서면은 배추밭 150㏊ 가운데 135㏊(90%)에서 크고 작은 병해가 났으며, 절반인 75㏊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 지역 농민들은 “띄엄띄엄 병에 안 걸린 배추가 있을 정도다. 배추 1망(3포기) 가격도 2000~3000원 수준으로 평년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전국 겨울 배추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전남 해남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달 초부터 4752㏊를 심어 10여일 뒤 절임배추를 본격적으로 출하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만 무름병이 나타났다. 김미연 해남군 원예특작팀장은 “이달 초순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 무름병 등이 나타났지만 중순에 날씨가 다시 차가워지면서 잦아들었다”고 전했다.

무름병 등 배추 괴질을 부른 것은 이상기후 때문이다. 고창호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 지도관은 “배추를 심은 9월 이후 평년에 견줘 기온이 3~4도 정도 높았고, 잦은 비로 습도가 높아지면서 세균성 무름병 등이 확산했다. 전국 29곳의 배추 관찰포를 살폈더니, 충남·북 등 중부는 10% 이상, 해남은 5~6%, 전북·경남 등 2~3% 정도 피해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인 만큼 정부가 나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청주·괴산·단양 등 충북지역 배추 재배 농민은 20일 충북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김희상 전국배추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기상이변으로 무름병·바이러스·냉해가 한꺼번에 오면서 배추 피해가 확산한다. 정부가 피해 원인·면적을 조사한 뒤 적절하게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학철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주무관은 “자치단체에서 피해를 인식하고 파악하는 것으로 안다. 재해로 피해가 났다는 것이 명확하게 인정돼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재해로 보기엔 이르다는 판단이다.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해남·청주·춘천/안관옥·박수혁·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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