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 라이더, 야쿠르트 아줌마, 편의점…복지 사각지대 발굴 도우미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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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지역 배달 대행업체와 증평군이 지난해 7월 복지 사각지대 발굴 협력 협약을 했다. 증평군 제공

‘퀵 라이더’(오토바이 배달대행원), ‘야쿠르트 아줌마’, ‘편의점 알바’, ‘집배원’ 등 주민과 거리낌 없이 접촉하는 ‘배달의 기수’들이 지역 사회 곳곳의 복지 사각지대를 찾고, 비추는 가로등 구실을 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30일 편의점 아르바이트 종사자와 업주 등 300여명을 다음달 명예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위촉한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지난해 11월 청주지역 씨유(CU) 편의점 320곳과 복지 사각지대 발굴 협력 협약을 맺은 바 있다. 김은영 청주시 희망복지팀 주무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역 곳곳에 신경망처럼 자리 잡은 편의점은 지역 주민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는 덕택에 위기 가정을 찾는 데 제격이다. 자체 연결망까지 갖추고 있어 가장 빠르고 쉽게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편의점 등 생활업종 종사자 4366명을 명예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위촉해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활용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에선 ‘야쿠르트 아줌마’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이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전주시 효자2동 18가구에 주 3차례, 금암1동 19가구에 주 5차례씩 음료를 배달한 뒤 가정 형편·생활을 살피는 등 전주지역 6개 동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주에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소속 인사 155명이 민간사회복지 도우미를 뜻하는 ‘희망보드미’로 활동 중이다. 김인화 전주시 생활복지과 복지정책팀 주무관은 “자치단체 공무원 등만으로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대처에 한계가 있다. 민간 도움을 받아 전주지역 35개 동 맞춤형 동네 복지제도를 도입·운영하는 데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충북 증평은 ‘퀵 라이더’들이 ‘복지 배달의 기수’로 나섰다. 증평지역 ㄱ, ㅍ, ㅈ 등 배달 대행업체 4곳은 매월 첫째 월요일마다 지역 안 노인·장애인·불우 청소년 가정 30곳에 도시락을 배달하고, 이들의 생활 상태 등을 살펴 군청 희망복지팀에 귀띔한다. 도시락은 업체 대표 등이 십시일반 낸 성금으로 구매한 뒤 가정에 무료 배달한다. 퀵 라이더 약 160명이 일하는 ㅈ업체의 이재원 지사장은 “증평지역은 그야말로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누구보다 기동성이 좋고 정보도 빠르기 때문에 취약 가정 등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빠르게 전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들도 민간 도움을 받아 위기 가구 발굴 조직을 속속 꾸리고 있다. 서대문구는 새해 들어 처음으로 통장 협의회나 새마을 부녀회 등 회원 중심으로 1716명을 모아 동별 ‘복지순찰대’를 꾸렸다. 그 외에도 부동산 공인중개사, 중국요리점 사장과 직원, 슈퍼마켓과 편의점 직원, 전기·가스·수도 검침원 등도 명예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활동 중이다. 성북구도 지난해 10월부터 ‘구석구석 발굴단’ 122명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위기 가구 발굴은 물론 긴급 복지 서비스 안내 역할을 맡고 있다.

자치단체가 편의점 알바, 야쿠르트 아줌마, 퀵 라이더 등 민간 ‘배달의 기수’ 등을 명예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행정 공무원만으론 복지 사각지대를 찾고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 밝힌 읍면동 보건복지팀 공무원 1인당 연간 위기 가구 조사 현황을 보면, 2018년 45.2건에서 2021년엔 113.4명으로 150% 늘었다.

오윤주 기자, 전국종합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