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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살며 외로움 극복…스웨덴 ‘컬렉티브 하우스’

등록 2023-11-30 07:00수정 2023-11-30 08:41

스웨덴의 컬렉티브 하우스 ‘둔데르바켄’의 공용공간에서 입주자들이 함께 신문과 잡지를 읽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손지민 기자
스웨덴의 컬렉티브 하우스 ‘둔데르바켄’의 공용공간에서 입주자들이 함께 신문과 잡지를 읽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손지민 기자

“제 아파트는 57㎡지만, 공용 공간 500㎡ 전체가 우리 집이란 생각이 들어요. 돌아가며 요리를 하니 시간도 절약되고, 공동으로 같이 쓰는 물건이 많으니 자원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만난 스웨덴 컬렉티브 하우스 이사회의 울리카 에게뢰(62) 의장은 컬렉티브 하우스의 장점을 이렇게 말했다. 컬렉티브 하우스란 같은 건물에 함께 살면서 주방, 커뮤니티 공간, 세탁실 등을 공유하지만 각자 독립적인 생활 공간을 갖고 있는 주거 형태를 말한다.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진 ‘코리빙(coliving) 하우스’ ‘셰어 하우스’도 컬렉티브 하우스에 속한다.

에게뢰 의장도 컬렉티브 하우스 ‘둔데르바켄’에 살고 있다. 둔데르바켄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컬렉티브 하우스로 55살부터 입주할 수 있다. 1인 가구만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입주자 70명 중 대부분이 홀로 산다. 2층엔 텔레비전과 책, 프로젝터 등이 있는 거실과 넓은 주방, 식당, 목공실, 체력단련실, 세탁실, 물품보관실 등 다양한 공용 공간이 마련돼 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입주민 4~5명이 거실에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고, 목공실에서 물건을 만들며 자신의 유튜브를 촬영하는 이도 있었다. 공용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층은 다른 아파트와 똑같이 별도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독립구조로 이뤄졌다.

스웨덴의 코리빙하우스 ‘케이9 코리빙’에 거주하는 알리제 파프가 자신의 방 소파에서 태블릿을 보고 있다. 손지민 기자
스웨덴의 코리빙하우스 ‘케이9 코리빙’에 거주하는 알리제 파프가 자신의 방 소파에서 태블릿을 보고 있다. 손지민 기자

이곳의 모든 일은 ‘역할 분담’을 통해 입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간다. 식사는 전체 구성원을 여섯 팀으로 나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돌아가며 준비한다. 일요일은 각자 자유롭게 요리하는 날이다. 그밖의 공용 공간 관리는 입주민 각자의 건강과 여건에 맞춰 나눠 맡는다. 전자기기를 잘 아는 사람은 컴퓨터와 프린터 관리를 맡고, 움직임이 어려운 사람은 거실 화분에 물을 주는 일을 담당하는 식이다. 이런 규정들도 입주민들이 협의해 결정했다. 에게뢰 의장은 “작은 일이라도 모든 사람이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공용 공간에서 이웃들과 빈번히 교류하기 때문에 1인 가구가 겪는 외로움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스웨덴에서도 1인 가구와 고독감은 뗄 수 없는 문제다. 에게뢰 의장은 “컬렉티브 하우스에선 입주민들이 서로의 처지와 생각을 잘 알기 때문에 친밀감과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청년들이 사는 코리빙하우스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13일 찾은 스톡홀름의 ‘케이(K)9 코리빙’도 주방, 거실 등 다양한 공용 공간과 독립된 개인 공간으로 구성된 형태였다. 둔데르바켄처럼 독립된 아파트 구조가 아니라, 복도를 중심으로 개인용 방이 배치된 게 차이점이다. 케이9 코리빙에선 나눠서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있다. 공용 공간 및 공용 물품 관리와 회계, 입주 희망자 면접 등 커뮤니티 업무는 주민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꾸려나간다.

1인가구는 ‘불완전’하거나 ‘비정상적’인 가구 형태로 인식되곤 한다. 수적으로 가장 우세한 가구 형태임에도 사회 일각에선 ‘저출생 고령화’를 초래하는 문제적 현상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10명 중 3.5명이 1인가구인 시대에, 혼자 살아가기조차 버거운 사회는 저출생에도 고령화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혼자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까. 한겨레는 전국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243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1인가구 정책 전반을 진단하는 한편, 한국의 1인가구는 어떻게 살고,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들었다. 1인가구 정책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1인가구 비율이 높은 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스웨덴의 정책 사례도 하나하나 짚어봤다. 편집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스톡홀름/글·사진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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