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등록절차 없어 관리 사각지대
대부분 영세업체…과대·허위 광고도
대부분 영세업체…과대·허위 광고도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학생들의 캠프를 운영한 안면도 해양유스호스텔과 훈련 용역을 맡은 업체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청소년 캠프 개설과 관련해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망에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고 당시 프로그램을 맡은 경기도 성남시 ㅋ업체는 19일 <한겨레>와 만나 “공주사대부고생의 프로그램 참가 계약은 우리가 아니라 유스호스텔 쪽이 했다. 우리 쪽의 해병대 출신 교관들이 일부 훈련·교육에만 참여했다”고 밝혔다. 안면도 해양유스호스텔 쪽은 “우리는 숙식만 제공했을 뿐이다.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ㅋ업체 쪽이 담당했다. 유스호스텔 누리집에 해병대 캠프를 안내하지만 실제 운영은 위탁업체가 한다”고 발을 뺐다.
한상규 태안해양경찰서 형사계장은 “학교와 유스호스텔 쪽이 캠프 계약을 한 것을 확인했다. 훈련 용역은 사설 해병대 캠프가 맡은 것으로 보인다. 둘 사이의 책임 소재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병대 이름을 내건 사설 캠프가 전국에서 20~30여곳 성업중인데도, 이들 업체의 관리·감독은 구멍이 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업체인 ‘캠프나라’의 김병진 사무국장은 “사설 해병대 캠프는 여름에 반짝 불어났다가 겨울에 슬그머니 사라진다. 승인·등록 사항이 아니어서 해병 출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설 캠프 업체들은 대개 훈련장을 빌려 쓰는 영세업체로 알려졌다. 여름방학철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대·허위 광고도 공공연하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ㅋ업체도 누리집에 충남 안면도, 만리포, 강원도 철원 등 3곳에 훈련장이 있고, 중고교·대학·기업체 등 수십곳을 대상으로 캠프 운영을 했다고 공개했으나, 확인 결과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관계자는 “거액이 드는 훈련장을 따로 만들 수 없어 이용료를 내고 빌려 쓴다. 영업을 위해 실제 실적이 아닌 것도 누리집에 띄운다. 잘못됐다면 내리겠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이진원 인증운영부장은 “청소년 야외 활동은 학생 15명에 지도자 1명을 배치해야 하는데, 이번 사고는 학생 90명에 교관 2명꼴이었다. 특히 수상 활동은 수상안전 전문 자격증 등을 갖춘 이가 30% 이상 있어야 하는데, 이런 인증 기준에 한참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사설 캠프 교관이나 조교들은 대부분 해병대 출신으로 훈련 용역업체들이 모집한다. 사실상 단기 고용직에 불과해 책임감이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캠프업계 관계자는 “영세한 용역업체가 우수한 조교들을 상시 고용할 수는 없다. 캠프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그때그때 모집하거나 다른 업체가 확보한 조교 요원을 빌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군은 뒤늦게 ‘해병대 캠프’ 명칭의 상표 등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광호 해병대사령부 공보과장(중령)은 브리핑에서 “해병대 캠프라는 용어 사용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 ‘해병대 캠프’의 상표 등록 등 제재 수단이 있는지 법률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해병대가 운영하는 캠프는 7~8월 포항 1사단이 운영하는 3차례 캠프가 유일하다.
국회가 지난 5월28일 청소년활동진흥법을 개정해 ‘이동·숙박형 청소년 활동 계획은 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하는 규정(9조2항)’을 마련했지만 시행령 등을 갖추는 오는 11월29일께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청소년 활동 인가는 여성가족부, 레저시설 관리는 문화체육관광부, 학교 관리는 교육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나승일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전국 시·도교육청에 “학교 체험활동을 다시 점검해 조금이라도 안전에 우려가 있을 경우 취소하라”고 조처했다.
태안 성남/오윤주 송인걸 홍용덕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