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백지화된 용산개발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최근 발언에 대해 “그게 가능하겠냐. 연말 연초에 교부금도 내려 보내고 서부이촌동의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방향을 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단독주택지역과 코레일부지, 아파트 등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10일 밤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을 관람한 뒤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와같이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의원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 군불때기에 대해 선을 분명히 그은 셈이다. 그는 경복궁 옆 대한항공 호텔 건립 문제와 관련해선 “개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고 한 시대와 다음 세대, 아이들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 건물이 하나 만들어지면 100년을 가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면서 도시을 이끌어가야 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또 ‘아무 것도 안한 시장이 되겠다’는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것을 의식한 듯 “내가 정말 일을 안했습니까? 시스템을 모두 바꿨잖아요”라며 시민과 소통하는 시정 혁신을 위해 힘썼음을 강조했다.
전임 오세훈 시장이 550억여원을 들였으나, 현재 텃밭으로 활용되고 있는 노들섬에 대해선 “천천히 해나가자”며 시간을 갖고 대안 모색에 나설 뜻을 비쳤다. 오세훈 전 시장 때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며 사들인 노들섬은 한강르네상스의 거품이 꺼지면서 주말농장으로 임시 사용되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이 구청 단위에서 할 일을 갖고 너무 세세한 데 신경을 쓴다’는 정 의원의 지적에 대해 “자치구는 예산이 워낙 열악해 시에 기댈 수밖에 없다. 현장시장실 돌며 10년 이상 해결되지 못한 현안을 발견하고 예산을 투입했다. 이렇게 하다보니 시민 피부에 와닿는 게 많았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지방선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새누리당 후보로 정 의원이 나오면 가장 불편하지 않겠느냐’라는 물음에 “이왕 (경쟁)하려면 좋은 분들하고 해야 한다. 2년간 학습하고 정책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앞으로 하겠다는 사람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6·4 지방선거 비용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 2011년 보궐선거 때도 ‘원순펀드’를 모금해 돈 한 푼 안 들였고 이후에 다 갚았고 이자까지 줬다”고 했다. “이번엔 민주당에서 지원을 해주는데 그걸 다 안 써도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연봉 1만원의 서울시장이 될 생각도 있다’는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한 질문엔 “나는 그렇게 받으면 부도난다”며 웃어넘겼다.
정태우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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