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그 병원에 간 적 있는데 괜찮은 거냐는 문의 전화 쏟아져”

등록 2015-06-07 20:18수정 2015-06-07 20:18

5일 보건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병원이라며 공개한 경기도 평택시 세교동 평택성모병원의 병원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이 병원은 지난달 29일 휴원에 들어갔다. 주변 약국들도 함께 휴업했다.  평택/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5일 보건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병원이라며 공개한 경기도 평택시 세교동 평택성모병원의 병원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이 병원은 지난달 29일 휴원에 들어갔다. 주변 약국들도 함께 휴업했다. 평택/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병원이름 공개’ 시민·병원 반응
“국민들 알권리…당연한 조처”
“이름만 발표할게 아니라…
언제 어떻게 진료했나 특정해줬어야”
공개된 병원 기피현상
북적이던 응급환자 발길 뚝
정부가 7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뿐 아니라 환자들이 거쳐간(경유) 병원 이름을 모두 공개하자 시민들은 알권리 차원에서 당연한 조처라고 반기면서도 여전히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병원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찾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 가톨릭성빈센트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적막하기만 했다. 이곳은 평소 하루 평균 150명 안팎의 응급환자들이 몰리는 붐비는 곳이다. 그러나 이날 대기실엔 보호자 한두 명이 오갈 뿐, 의료진조차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주민들 사이에서 이미 며칠 전부터 메르스 환자가 있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병원을 찾는 발길이 뜸해졌다고 한다. 이 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이날 공식 발표된 병원 가운데 하나다. 병원 인근에 사는 주부 이희선(45)씨는 “병원 근처에 사니 불안하다. 주민들은 이미 다 아는데 정부가 정보를 감추니 더 공포에 떠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환자가 발생한 병원 두 곳이 공개된 대전에 사는 전아무개(47)씨는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병원을 공개한 것은 당연한 조처다.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바람직한 조처”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의료기관 24곳 중 6곳이 있는 경기 평택지역 의료기관에는 해당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로부터 ‘우리는 괜찮은 거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굿모닝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병원 이름을 공개한 뒤 기존에 우리 병원을 찾은 환자들로부터 ‘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괜찮겠냐’고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어 메르스 잠복기와 병원의 격리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경유 병원’ 두 곳이 있는 서울 중구에 사는 이아무개(40·회사원)씨는 “정부는 해당 병원을 이용해도 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정부가 제대로 한 게 없으니 그 말도 믿기 어렵다. 내일부터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병원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전 건양대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4차 발생을 막으려고 최선을 다해 높은 수준의 격리·치료 여건을 만들고 있는데 그런 노력은 빼고 병원 이름만 공개했다. 시민들이 이번 공개 병원을 감염의 온상으로 여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평택 푸른의원 관계자는 “진료 및 대기 시간이 채 5분도 안 됐고 잠복기가 14일이 지난 마당에 이름을 공개하면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이 병원의 경우 지난달 23일 당뇨를 앓는 50대 남성 환자가 몸살 증상으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갔는데, 지난 4일 이 남성이 확진자로 판명됐고 질병관리본부의 통보를 받자 병원 문을 닫았다.

이름이 공개된 병원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충북지역 한 병원에는 오전부터 ‘○○병원 다녀왔는데 열이 난다’ ‘△△병원 갔다 온 뒤 기침이 난다’는 등 공개 명단에 포함된 병원을 다녀온 시민들의 방문과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이 병원의 한 의사는 “정부가 병원 이름만 발표할 게 아니라 환자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진료했는지 명확하게 특정을 해줘야 추가 감염을 막고 추적도 가능하다. 병원 이름만 발표하면 오히려 혼란과 공포만 커진다”고 말했다.

홍용덕 오윤주 임인택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얼음장 바다 2시간 버틴 생존 베트남 선원…한국말로 연신 “춥다” 1.

얼음장 바다 2시간 버틴 생존 베트남 선원…한국말로 연신 “춥다”

모바일 주민증 발급 전국적으로 확대한다 2.

모바일 주민증 발급 전국적으로 확대한다

여수 침몰 어선 선체, 수심 80m 해저서 발견…실종자 1명 발견 3.

여수 침몰 어선 선체, 수심 80m 해저서 발견…실종자 1명 발견

광주서 ‘탄핵반대 집회’ 예고한 극우…시민들 “올 테면 오라” 4.

광주서 ‘탄핵반대 집회’ 예고한 극우…시민들 “올 테면 오라”

여수 침몰어선 수색하던 해경 보트 전복…대원 6명 구조 5.

여수 침몰어선 수색하던 해경 보트 전복…대원 6명 구조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