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신창시장 ‘놈놈놈 푸줏간’ 주인 조남필씨는 전화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취미인 ‘피규어’를 가게에 진열하는 등 손님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최아리 인턴기자 usimjo33@hani.co.kr
아이 이유식 만들려는데 안심 100그램만 살 수 있나요?” “물론이죠. 근데 오늘은 안심보다 등심이 더 좋아요. 질도 좋고 값도 저렴하고요.” “파채도 줄 수 있나요?” “필요하면 드려야죠.” 서울 도봉구 신창시장 ‘놈놈놈 푸줏간’ 조남필(38)씨는 결제한 카드를 손님에게 전하면서 쿠폰 한 장도 챙겨준다. 그는 서비스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조씨의 상점은 손님들 사이에 ‘장난감 많은 정육점’이라 불린다. 가게 안 ‘피규어’(인간·동물 모형) 진열장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피규어를 비롯해 40여점이 오밀조밀 진열돼 있다. 다른 진열장에는 박스가 예뻐 아예 포장을 뜯지 않은 피규어 60여점이 놓여 있다. 모두 조씨가 4년 정도 피규어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모은 것들이다.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 정육점 ‘뚱이네’ 박영찬(36)씨도 손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와 젊은 감각으로 2년 만에 자리를 잡았다. 단골손님 위주로 장사를 하는 기존 상인들과 달리 박씨는 시식코너도 운영하고 지나가는 손님을 잡는 이벤트도 연다. 또 고기 썰기와 포장에도 신경을 쓴다. “손님들이 원하는 대로 잘라 드리고 포장용 비닐봉지도 검은색 대신 밝은 주홍색으로 바꿨죠.” 박씨의 맞춤형 서비스는 쿠폰 서비스에서도 차이가 난다. 손님이 적립카드에 익숙하지 않은 50~60대 주부들이 많기 때문에 종이쿠폰을 사용한다.
단골위주 전통시장 장사에서 탈피
손님이 원하는 대로 서비스
하루 16시간 이상 장사 재미 ‘푹’
조씨와 박씨는 꽤 오랜 시간 꼼꼼하게 준비해 전통시장에서 창업했다. 조씨는 전기회사에서 일하면서 힘들어도 정년이 없는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0년 정도 사촌형이 하는 시장 정육점에서 일을 배운 뒤, 친형이 신창시장에서 운영하던 정육점을 넘겨받아 6년째 꾸려오고 있다. ‘놈놈놈 푸줏간’이란 상호는 지난해 서울시 신시장모델 육성 사업단과 함께 지었다. 조씨와 20~30대 직원 두 명, 이렇게 세 명이 정육점을 꾸리는 점과 손님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 인기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이름을 따왔다.
관악구 신원시장 ‘뚱이네 축산’ 주인 박영찬씨가 2명의 청년 직원들과 함께 고기를 진열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박씨는 유도 선수 출신이다. 전국체전에서 3등을 한 경력도 있었지만 유도 선수로 나서기엔 실력이 어중간하다는 생각에 다른 길을 찾았다. 제대 후 정육 유통회사에서 3년간 일하다 소매업을 하는 고객의 조언을 들어 창업을 준비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모아둔 신혼집 마련 예산이 창업 자금으로 쓰였다. 지금의 가게는 10여군데의 시장을 꼼꼼하게 둘러본 뒤 정했다. “신원시장이 분위기도 좋고 유동인구도 안정적이라 선택했죠. 2013년 11월 첫째아이 태명 ‘뚱이’로 가게 이름을 짓고 문을 열었어요.”
두 사람 모두 16시간이 넘는 오랜 근무 시간으로 한창 자라는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하는 걸 가장 아쉬워했다. 하지만 장사는 노력한 만큼 보상은 꼭 있다며 전통시장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박씨는 직접 배우고 느껴볼 것을 권한다. 조씨는 창업을 한 뒤 단골이 생길 때까진 힘들 수밖에 없기에 버티기를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손님들이 알아주는 데는 시간이 걸려요. 장사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어렵기에 버텨내는 힘이 중요해요.”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