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에 출마한 박희승 후보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각 후보 선거대책본부 제공
“이용호는 세 번이나 떨어지고도 고향을 안 등졌다. 딴○ 같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강동원은 뚝심이 있고 일을 잘한다. 경선을 못해 무소속으로 나왔으나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1시께 전북 남원시 요천 십수정 정자에는 6~7명의 노인들이 앉아 있었다. 선거를 물으니 변현종(78)씨가 후보들을 평가했다. 변씨는 “더민주 야당이 제 역할을 못했으니 아쉽지만 3번으로 갈 것이다. 기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사전투표를 한 김아무개(86)씨는 “두 번 투표(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해야 하는 이번 선거가 너무 어렵다. (정당이 21개인) 두 번째 투표용지는 너무 길어서 헷갈린다”고 했다. 다른 노인(89)이 “그러니까 가까운 곳에 찍으면 돼”라고 거들었다. 주변에서는 주황색 조끼를 입은 민중연합당 선거운동원들이 투표용지 샘플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그동안 세 번이나 선거구가 바뀐 우리 임실은 개밥에 도토리여. 선거구가 자주 바뀌니 후보들을 전혀 몰라. 그래서 관심도 없어. 임실 출신 후보자는 아예 없어.”
전북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에 출마한 이용호 후보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각 후보 선거대책본부 제공
이날 오후 5시께 전북 임실군 시외버스터미널 주변 택시기사 휴게실을 찾아 “기사님들은 움직이는 시사전문가 아닌가요”라며 말을 건넸다. 그러자 냉소적인 말이 쏟아졌다. 후보자 8명 가운데 남원 7명, 순창 1명이고, 임실 출신 후보자는 한 명도 없다. 임실군은 18대 총선 때는 완주, 19대 때는 진안·무주·장수, 이번에는 남원·순창과 함께 같은 선거구가 됐다. 기사 한상익(61)씨는 “선거구가 자꾸 바뀌니까 현역 의원을 몰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대호(58)씨는 “본격적인 영농철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 선거구는 전북지역 10곳 선거구 가운데 가장 많은 8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강동원 무소속 후보와 이용호 국민의당 후보가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략공천을 받아 뒤늦게 합류했다. 선거전에 늦게 돌입해 인지도가 낮은 박 후보는 당 조직력을 앞세워 최근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인구가 많은 남원시보다 후보자가 없는 임실군과 1명이 나온 순창군 주민의 표심이 주목된다. 최근 보도된 여론조사는 이 후보가 다소 앞섰지만 조사기관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남원시 한 공무원은 “연세가 많이 든 시골 농민들은 도시와 달리 휴대전화 음성에 따라 번호 누르기도 어렵다. 녹음된 목소리가 들리면 금방 끊어버린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에 출마한 강동원 후보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각 후보 선거대책본부 제공
이용호 후보는 언론인 출신으로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 등을 거쳤다. 2004년 옛 민주당 후보, 2006년 남원시장 후보, 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 등 3차례 선거전에 나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그는 야권·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당을 뽑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준비된 국회의원을 내세우는 그는 65살 이상 노인을 위한 무료버스 도입, 체류형 임순남 광역문화관광벨트 조성 등을 약속했다.
더민주에서 탈당한 강동원 후보는 지난해 대정부질문에서 2012년 대선 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히려 공천에 악재가 됐다. 현역 프리미엄으로 선거 초반 앞섰으나 시의원 등이 더민주 후보를 지원하면서 조직력이 열세다. ‘중단이냐 발전이냐’를 내세운 그는 “무소속 한계를 많이 느낀다. 선거구가 늦게 확정돼 임실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유재란 때 희생된 분들을 모신 ‘만인의총’의 국가관리 승격 등을 업적으로 강조한 그는 지리산 산악철도 조기 완공, 임실 옥정호 순환도로 개설 등을 공약했다.
박희승 후보는 판사 출신으로 법률전문가를 내세운다. 남원 국제조각 페스티벌 유치, 장류·치즈의 지리적 표시제, 임실치즈밸리 특구 추진 등을 공약했다. 김용호 새누리당 후보는 변호사 출신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여당 후보 필요성을 내세운다. 오은미 민중연합당 대표는 순창 출신으로 농민 대표임을 강조한다. 8·9대 도의원을 지낸 오 후보는 전국 처음으로 밭직불금 조례 제정을 부각시키며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약속했다. 임순남 지역위원장을 맡은 임종천 민주당 후보와 오철기·방경채 무소속 후보도 표밭을 누비고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