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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내가 이름도 모르는 야당후보 찍은 건…”

등록 2016-04-21 19:01수정 2016-04-26 08:45

[우리가 몰랐던 민심] (1) 새누리에 등돌린 8인 심층좌담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야
국민 무서운 줄 안다
새누리 한동안 집권해선 안돼”
‘뒤도 안 돌아본다’는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간 보기 없는 직설화법이었다. 서울과 경기 분당에 사는 ‘골수’ 새누리당 지지층 중년들이 내놓은 ‘배신’의 변은 신랄하고, 이유도 분명했다. “이름도 모르는 야당 후보를 새누리당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찍었다”는 서초구 전업주부의 경고로 시작해, “한동안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송파구 회사원의 ‘한정치산’ 선고로 마무리됐다.

<한겨레>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찍고, 최근까지도 새누리당을 ‘나의 당’으로 여겼던 수도권 4050 유권자 8명을 대상으로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을 실시했다. 각 정당은 물론 언론과 전문가들 누구도 읽어내지 못했던 4·13 총선의 숨은 민심을 제대로 ‘복습’해보려는 기획의 첫 수순이다.

심층좌담 참석자들은 4·13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 모두 야당으로 돌아섰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충격에 빠뜨린 여소야대 정국을 만든 당사자들이다. 지난 20일 저녁,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리서치 김춘석 이사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진행된 심층좌담에서 참석자들은 “공천 싸움뿐만 아니라 경제, 정책, 세월호, 메르스 대응까지 다 이해가 안 갔다”고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민이 아닌 박근혜를 위한 정치를 한다”고 비판하더니 “권력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야 국민 무서운 줄 안다”, “이번에 국민들이 크게 한방 제대로 먹였다”며 사이다 마신 듯 속시원해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를 버려야 산다”, “경제가 살아나면 다시 지지할 수 있다”는 재계약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좌담을 진행한 김춘석 이사는 “새누리당이 자기 목소리를 잃고 대통령에게 끌려다닌 것에 대한 불만 등이 계속 누적됐고, 이것이 공천을 거쳐 총선이라는 선택의 순간에 터져나왔다”고 평가했다. 총선 직전의 공천 파동이 결정적 변수는 아니었던 셈이다.

참석자들은 야당 지지로 돌아선 만큼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 역할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야권 통합에는 반대하거나 유보적 의견이 많았다. “일단 합치지 말고 협의해서 잘해보라”는 것이다. 김 이사는 “야당에 대한 불신이나 두려움도 많이 희석됐다. 문재인·안철수라는 후보들에 대한 신뢰로 수권 능력에 대한 믿음도 생긴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좌담회 풍경 자체도 이들이 현 정권에 등을 돌린 이유를 보여줬다. 참석자들은 중간중간 “이런 말 해도 되는 것이냐”는 말을 자주했다. “친구들끼리 ‘선거에서 누구 찍었다는 얘기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 농담이 나올 정도로 사회가 후퇴했다”, “에스엔에스도 다 검열한다니까”, “오죽하면 술자리에서 ‘이런 말 하면 잡혀간다’는 말이 나올까”…. 중년남녀들이 말실수가 없었나 복기하는 사이 누군가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 파이팅! 잘하세요”라고 외치며 좌담회는 끝났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관련기사]
“연금·세월호·메르스에 공천까지…기대한 걸 1%도 안해”
“새누리가 괜찮은 대선후보 내면 그쪽 찍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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