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의 아내와 아들이 국가를 상대로 각각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서로 다른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의 아내는 일부 승소했지만 아들은 패소했다. 내용이 같은 두 사건을 놓고 다른 판결이 나온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부산고법 민사5부(재판장 박효관)는 지난 8월17일 정아무개(68)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앞서 정씨는 2011년 4월 “1946년 대구 10월 사건에 큰아버지가 가담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경찰의 감시를 받다가 1949년 5월 경찰에 끌려간 뒤 재판도 없이 학살당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정씨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원심(2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원고(정씨) 패소 취지로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지난 8월 부산고법은 2년 7개월 전에 내린 판결을 뒤집고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정씨의 대법원 패소 1년 5개월 전인 2014년 5월 정씨 어머니 이아무개(87)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같은 내용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최성주 변호사는 “소송의 계기가 된 피해 당사자가 같은데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같은 사건이 아니다. 하급심 재판부도 판결문을 따로 냈다. 배우자냐 자녀냐에 따라서 상속 등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어 다르게 판단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밝혔다. 부산/김광수 김영동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