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수습자 가족들 세월호 선체 300m까지 접근
산화현상 급속하게 진행하자 “수색 서둘러야 한다”
기름과 진흙, 따개비로 뒤범벅된 선체 보고 한숨
산화현상 급속하게 진행하자 “수색 서둘러야 한다”
기름과 진흙, 따개비로 뒤범벅된 선체 보고 한숨
“눈 앞에 있는데 만날 수 없다니…. 당장 들어가 내 손으로 찾고 싶어요.”
세월호가 떠오른 이후 미수습자 가족들의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27일 어업지도선을 타고 세월호가 선적된 반잠수식 운반선 화이트 마린호에 300m까지 접근해 기대 섞인 불안감을 토로했다.
어업지도선 선상에 선 가족들의 어깨 위로 기름과 진흙, 따개비가 덕지덕지 붙은 채 곳곳이 붉게 변해가는 선체가 뚜렷하게 보였다. 전날보다 훨씬 가까이 선체를 보게 된 가족들은 “선체 일부분이 더 붉게 변했다”며 발을 굴렀다. 선체가 오랜 세월 바닷물에 잠겼다가 올라온 뒤 공기와 접촉하자 산화현상이 급속도로 일어나 객실 수색이 늦어지면 위험하겠다는 걱정이 터져 나왔다.
한참 동안 선체를 바라보던 단원고생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지금이라도 뛰어 들어가서 내 딸을 찾고 싶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으니 마음이 아프다”고 탄식했다. 이어 “배를 육상에 올리는 일이 어렵겠지만, 안전검사를 빨리 마치고 내 딸을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애타게 호소했다.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이제 은화를 찾아 집에 가고 싶다. 내 딸이 돌아오면 목포에서 안산까지 천 리 길도 업고 갈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전날 목포신항을 찾았던 이금희씨는 “목포신항에 올려진 선체를 바로 눈 앞에 두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어업지도선에는 단원고 양승진 교사 부인 유백형씨, 혁규군의 큰아버지 권오복씨 등도 동행했다. 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는 깔끔한 것을 좋아하던 딸을 위해 이날 새벽부터 일어나 말끔하게 면도를 하고 배에 올랐다.
가족들을 태운 배는 이날 높은 파도 탓에 선체 주변을 한동안 선회한 뒤 서둘러 회항해야만 했다. 뱃머리를 돌리는 순간 이들은 “9분을 모두 다 찾아야지. 이제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나와 집에 가자. 이제는 좋은 곳으로 가자”며 두손을 모았다. 이들은 시야에서 세월호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다 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 등 4대 종단은 28일 인양해역에서 미수습자 위령제를 올린다. 진도군도 이날 팽목항 방파제에서 미수습자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굿을 하기로 했다.
진도/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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