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해체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이름을 바꾼 옛 국군기무사령부 로고.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군기무사령부(현 안보지원사령부) 간부 2명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창형)는 21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대열·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의 항소심에서 “세월호 유가족 첩보 수집은 당시 정권 기대에 부응하고자 이뤄진 것”이라며 “원심이 부당하다 할 수 없다.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됐으나 보석으로 풀려났다. 다만 항소심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김 전 참모장과 당시 기무사 정보융합실장이었던 지 전 참모장은 2014년 4~7월 이재수 당시 기무사령관과 공모해 기무사 부대원이 세월호 유가족의 동정과 성향 등을 불법사찰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가 터진 뒤 초기 대응에 실패해 박근혜 정부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고자 정치성향이나 경제형편 등을 수집한 것으로 봤다.
또 김 전 참모장은 경찰에서 받은 좌파·진보 단체의 집회 정보를 보수단체에 넘겨 ‘맞불 집회’를 열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지 전 참모장은 근무하면서 예비역 장성 및 단체에 사드배치를 찬성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게 하는 등 여론조성 활동을 하게 하고, 이를 위해 기무사 정보사업예산 3000만원을 조성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의 주요 쟁점은 세월호 유가족의 정보를 수집한 행위가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혐의에 해당하는지였다. 피고인들은 1심과 항소심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첩보를 수집한 행위는 군 관련 첩보수집에 해당한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항소심은 “기무사에서 발생하는 업무의 성격상, (인권 등을) 침해하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불법행위가 있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들의 권한이) 엄격히 제한되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법리오해나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 당시 기무사를 총괄 지휘한 이 전 사령관은 수사를 받던 중 목숨을 끊었다. ‘기무사 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5여년 동안 해외로 도피했다가 올해 3월 귀국한 뒤 공항에서 체포됐다 .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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