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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노랗게 물든 ‘목포의 눈물’

등록 2017-04-02 20:14수정 2017-04-02 20:38

[현장] 목포신항 세월호 추모 물결
하루 1만명 추모인파 찾아와
“가족 품으로 꼭 돌아오길…”
미수습자 가족 “시민 응원으로 버텨”
2일 오후 세월호가 옮겨진 전남 목포신항 앞에서 목포 시민들이 세월호 미수습자의 조기 수습을 기원하고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노란 우산를 펼쳐 ‘사람 먼저’, ‘보고 싶다’ 글귀를 만드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행위극을 마친 이들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들고 목포신항 철책을 둘러싸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했다. 목포/공동취재사진
2일 오후 세월호가 옮겨진 전남 목포신항 앞에서 목포 시민들이 세월호 미수습자의 조기 수습을 기원하고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노란 우산를 펼쳐 ‘사람 먼저’, ‘보고 싶다’ 글귀를 만드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행위극을 마친 이들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들고 목포신항 철책을 둘러싸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했다. 목포/공동취재사진
세월호를 맞은 전남 목포 곳곳이 노란색으로 물들고 있다.

목포 시민들은 지난달 31일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자 예정된 봄꽃축제를 취소하고 거리마다 노란 깃발을 내걸고, 가슴에 노란 배지를 달았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목포신항 부두로 가는 6차로 고하대로 7.7㎞에는 가로 펼침막과 세로 배너기 1000여개를 줄줄이 설치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인 목포대교에도 노란 리본 200여개를 묶었고, 먼 발치로 선체를 볼 수 있는 목포신항 울타리에는 3만여개의 노란 리본을 빼곡하게 매달았다. 물결처럼 흩날리는 노란 깃발 넘어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도 개나리를 흐드러지게 피워내고 있었다.

목포지역 40여개 시민단체는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지역 공동실천회의’를 꾸려 시민 모두가 동참하는 추모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2일 오후 3시 목포신항 울타리 앞에서 ‘그립다, 보고 싶다’라는 주제로 추모집회를 열었다. 참석자 1천여명은 노란 우산으로 ‘사람 먼저’라는 글자를 만들고, 미수습자의 귀환을 바라는 인간띠 잇기를 펼쳤다. 이들은 이어 이날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목포역에서 터미널까지 3.4㎞를 걷는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수습을 마무리할 때까지 주말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문화행사를 이어간다.

2일 오후 세월호가 정박해 있는 목포 시내 곳곳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목포/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일 오후 세월호가 정박해 있는 목포 시내 곳곳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목포/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세월호 추모에는 진보와 보수, 단체와 개인이 따로 없었다. 펼침막 중에는 ‘마지막 한 분까지 기다리겠습니다’라는 시민 한봉철씨 등 개인뿐 아니라 삼학동통장협의회, 만호동주민자치위, 목포북항상인회, 목포수산업협동조합 등 각종 단체 이름이 보였다. 시민단체들은 생수와 김밥, 라면, 차, 떡, 약 등을 들고 유가족들의 천막을 찾았다.

젊은층은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에서 자원봉사에 나섰다. 노란 리본을 나눠주던 정사랑(11·연산초등 4)양은 “엄마가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준비한 리본이 동나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친구 조아현(11·〃)양은 “돌아오지 못한 언니 오빠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어서 가족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목포 시민 김애순(45)씨는 “짠하고(불쌍하고) 안타깝다. 기다리는 부모들 마음이 오죽 타들어 가겠느냐. 완전히 수습되는 날까지 돕겠다”고 다짐했다.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이런 시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양수산부가 목포신항 분향소를 반대하고 있다. 세월호가 보이는 장소에 분향소를 꼭 설치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미수습자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미수습자인 단원고생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8)씨는 “목포시민들이 자신의 일처럼 생각해줘서 감사하다. 딸이 내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시민의 응원을 믿고 버티어 내겠다”고 말했다.

노란 리본이 나부끼는 목포신항 주변에는 하루 평균 1만여명이 찾아들어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목포시는 목포역·터미널~목포신항을 잇는 순환버스 12대를 배차해 추모객들을 무료로 실어날랐다. 시는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오는 8~9일 열기로 했던 ‘꽃피는 유달산 축제’를 취소하기도 했다. 시는 “목포를 숭고한 인간애가 넘치는 사랑의 도시, 치유의 도시로 만들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또 시 누리집에 방문객 안내방을 마련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세월호 배지를 달자고 호소했다. 목포를 찾은 김병일(47·광주광역시)씨는 “시내 곳곳에 노란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보고 목포가 따뜻한 도시라고 느꼈다. 목포가 진도 팽목항처럼 세월호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목포/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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